모터사이클

터프한데 부드러운,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2021

더로드쇼 2021. 8. 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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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은 할리데이비슨 팻보이로 기막힌 코스를 타고 온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할리로드 팻보이 편입니다.

 

영상으로 볼 사람은 링크 클릭.

https://youtu.be/LAvoXtIJoDI

얼마 전에 알찬 라이딩 코스를 알게 됐어요. 물론 이미 유명한 코스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우연히 별 생각 없이 가게 됐는데 놀라운 길이 펼쳐졌습니다. 길이도 길고, 풍광도 좋으면서, 길의 성격도 다채로웠어요.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달리는 도중에 환호성이 절로 나오죠.

그 길이 딱 그랬어요. 포천 백운계곡과 연결된 322번 지방도와 또 그 지방도와 연결된 가평 계곡 길로 통하는 75번 국도입니다. 포천에서 화천, 다시 가평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서울 인근이라서 딱 즐겁게 당일로 타기 좋아요.

 

이번 할리로드에 함께할 모델은 팻보이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의 대장주죠. 할리의 아이콘 중 하나입니다. 여기를 봐도 두툼하고 저기를 봐도 두툼해요. 묵직한 크루저의 순수한 멋을 풍깁니다. 보기만 해도 듬직해서 배부른 모터사이클 중 하나죠.   

 

팻보이는 양면성이 있어요. 그게 재밌어요. 헤드라이트부터 타이어까지 다 두툼해서 무지막지해 보이지만 앉아서 핸들바를 휘저어보면 거칠지 않고 부드러워요. 크루저의 기본 속성을 아주 친절하게 전합니다. 터프해보이지만 은근히 너그러운 츤데레 스타일이죠.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응 그래 크루저지, 하는 무난한 형태인데 면면을 살펴보면 한껏 멋도 부렸어요. 팻보이의 정체성을 드러낸 요소가 그 자체로 멋이 되죠.

 

연료탱크 옆에 붙은 거대한 팻보이 배지는 다른 할리 모델보다 한층 주목하게 합니다.

 

헤드라이트 커버나 몽둥이 같은 포크, 앞뒤로 두툼한 타이어 역시 그 자체로 볼거리죠. 짧은 앞뒤 펜더도 꽉 들어찬 단단한 느낌을 배가합니다. 

 

포천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습니다. 주말에 정체되면 답이 없지만 평일에는 탁 트인 길을 달리는 맛이 출중하죠. 점점 북쪽으로 갈수록 녹색으로 바뀌는 풍경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직선 위주 도로라 스로틀을 비트는 재미가 쏠쏠하죠.

 

팻보이를 타고서 한껏 비틀어봤습니다. 공기를 뭉개면서 튀어나가는 묵직한 토크의 박력은 언제 느껴도 질리지 않아요. 중전차를 밀어붙이며 달려가는 이 맛이야말로 할리 크루저 타는 이유죠. 게다가 팻보이는 라이딩 자세가 지극히 편안해 더 편안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유로5로 바뀌면서 밀워키에이트114 엔진이 확실히 회전수 높이는 부담이 줄었어요. 고동이 한 가닥으로 모이는 시점이 더 낮은 회전수에서 일찍 찾아오긴 해요. 느긋하게 자극하는 할리의 영역이 더 빨리 당겨졌죠. 그렇게 바뀌면서, 흥미롭게도 회전수를 높여도 진동이 보다 부드러워졌어요. 

 

예전에는 굵고 강렬한 진동이 몸을 흔들어 금세 스로틀을 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더 비틀어 밀어붙일 만하더라고요. 유로5로 엔진을 조율하면서 바뀐 특성이에요. 느긋한 크루징과 포탄 같은 역동성 둘 다 손쉽게 전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팻보이로 엔진 회전수 높여 달리니 또 새롭더라고요. 활기차게 변했다고 할 수 있죠.

 

백운계곡을 끼고 322번 지방도가 이어집니다. 이제 탁 트인 길 대신 계곡과 산을 오가는 와인딩이 시작되죠. 화천으로 넘어가는 길이라 공기 온도가 달라집니다. 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이럴 때 모터사이클을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 변화를 더욱 직접적으로 몸으로 감지하는 신비로운 감각이 흔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급격한 와인딩이지만 느긋하게 달립니다. 얼마나 더 빠르게 달리느냐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라이딩 취향도 그렇거니와 그럴 만한 기종도 아니죠. 예전에 팻보이를 탔을 때는 너무 안 누워서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할리데이비슨 여러 기종을 접하면서 익숙해졌어요. 여전히 과감하게 탈 순 없지만 부드럽게 리듬 느끼며 탈 만하죠. 할리로 와인딩 즐기는 맛이 있습니다.

 

팻보이는 앞뒤 바퀴가 다 뚱뚱해서 거동이 예리하진 않아요. 주행 질감이 둥글둥글 부드럽죠. 그런 특성을 알고 속도 조절하며 돌면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요. 덩치 큰 녀석을 매끄럽게 조작하는 뿌듯함이랄까요. 게다가 팻보이는 라이딩 자세 덕분에 거동 느낌을 알기 편해요.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씩 매끄러운 선을 그려나가는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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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번 지방도는 백운계곡을 지나 화천으로 넘어가 연결된 다른 계곡으로 이어집니다. 달리다가 한적한 곳 나오면 멈춰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어요. 또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게 모터사이클 타는 즐거움이죠.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마음 내키면 멈춰서 외딴 곳의 한적함을 만끽할 수도 있고요.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고 타는 길 자체가 재미니까요.

 

조용한 공터 주차장이 나오면 쉬기에 딱 알맞죠. 코스 중간쯤에서 한숨 돌리며 라이딩의 여운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환경이 바뀌었으니까요. 모터사이클을 타고 어딘가에서, 무언가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에 괜히 홀가분해집니다. 기분이 그래요, 기분이. 기분 전환하려고 모터사이클 타는 거니 딱 좋죠. 

 

그러면서 모터사이클을 감상합니다. 팻보이, 탐스럽습니다.

 

시승차이기에, 내 것이 아니기에 더 탐스러울까요? 자기 모터사이클이라면 더 탐스러울까요? 어느 쪽이든 한참 타고 내려 바라보는 모터사이클은 보기만 해도 괜히 더 흐뭇해집니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동지애랄까요. 모터사이클과 나 사이에 유대감이 생기죠. 비록 시승일지라도 그렇습니다.

 

팻보이는 할리데이비슨 스테디셀러 모델입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요. 할리데이비슨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전환한 모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소프테일 라인업의 대표성을 띠게 됐습니다.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하면 팻보이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예전에는 소프테일 라인업 중에 보다 젊은, 새로운 감각으로 빚은 할리데이비슨 모델에 매력을 더 느꼈어요. 팻밥이나 브레이크 아웃처럼 딱 보면 뭔가 다르고 감각적으로 보이잖아요. 그에 반해 팻보이는 상징성과 두툼한 풍채가 도드라지지만, 무난한 크루저라고 여겼어요.

 

흔히 커스텀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잖아요? 이것저것 타보니 할리데이비슨 크루저의 기본 모델 같은 팻보이의 저력을 알겠더라고요. 또 찬찬히 보면 요소요소가 크루저의 특징을 강조했어요. 묵직한, 쇳덩어리, 볼드, 꽉 들어찬, 이런 단어들이 하나의 멋으로 다가오죠. 그런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솔리드 휠은 어후, 팻보이의 상징으로서 볼 때마다 탐스럽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죠. 효율과는 정반대의 장식이지만, 효율에 반하기에 더 팻보이를 특별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처럼 보여요. 벤츠 마이바흐에도 솔리드 휠이 있어요. 고급스럽거든요. 특이하기도 하고요. 그런 특별함을 팻보이 솔리드 휠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솔리드 휠을 갖기 위해 팻보이를 탄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시트도 마음에 들어요. 할리데이비슨 시트는 모델에 따라 너무 넓어서 다리를 많이 벌려서 앉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낮은 시트고가 무색하게 발 착지성이 쾌적하지 않죠. 팻보이 시트는 뒤는 펑퍼짐한데 앞은 좁아서 편하면서 다리도 많이 벌리지 않아도 됩니다. 근육질 몸매에 비해 의외로 너그럽다니까요. 시트에서도 그런 배려가 느껴집니다. 

 

한참 감상했으니 남은 코스를 달립니다.

 

322번 지방도에서 가평 쪽 75번 국도로 갈아탑니다. 도마치재를 지나면 본격적인 크루징 코스가 시작됩니다. 길이 적당히 굽이치면서 오른쪽에는 가평의 이름 난 계곡들이 줄지어 이어지죠. 경치도 좋고 길도 달리기에 좋습니다. 너무 급하지도, 너무 완만하지도 않은 곡선 도로가 넘실거리죠.

 

이런 길은 어떤 모터사이클을 타도 즐겁지만, 할리데이비슨이라면 감흥이 더 짙습니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즐거운 모터사이클의 장점이죠. 본격적으로 할리의 영역을 즐길 때입니다. 재빨리 고단으로 변속해 엔진 회전수를 낮춥니다. 회전수 2300 아래, 엔진이 약간 헐떡거리는 상태로 크루징하면 딱 좋습니다. 몸을 가볍게 두드리는 리드미컬한 엔진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그렇게 한참 달릴 수 있습니다. 시내가 나올 때까지 75번 국도는 무척 길게 이어지거든요. 여러 계곡을 지나는 길이어서 계곡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어요. 원래 좋은 길을 달리면 이 길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들잖아요? 가평 쪽 75번 국도는 그런 바람을 꽤 오래 유지해줍니다. 포천까지 가는 길부터 따지면 이모저모 달리기 좋은 코스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긴 코스를 찾기도 힘들죠. 

 

달리고 나서도 또 달리고 싶은 길을 팻보이와 함께했습니다. 팻보이는 유로5로 바뀌면서 엔진 회전수 높여 달리는 맛까지 추가했어요. 부드럽게 엔진 회전수 올리면서 즐길 만한 진동으로 밀어붙이게 합니다. 공기 뭉개는 재미가 쏠쏠해요.

 

물론 계속 그렇게 타진 않았죠. 여전히 할리의 영역에서 크루징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재미를 보다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점은 반길 만합니다. 다시 만난 팻보이는 여전하면서도 새롭네요.

 

이제 가을 시즌이 다가옵니다. 어물거리면 금세 추워지니 이번 시즌을 후회없이 즐겨야겠습니다. 탈 수 있을 때 타야죠.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LAvoXtIJo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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