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웰컴 투 오프로드, 할리데이비슨 팬 아메리카 스페셜

더로드쇼 2021. 7. 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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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팬 아메리카 스페셜입니다. 

올해의 모터사이클 후보죠. 기대작입니다. 할리데이비슨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습니다. 어드벤처 투어링이에요. 시트고 높고 서스펜션 트래블이 긴 형태와 할리데이비슨은 어울리지 않죠. 흙길 달리는 할리데이비슨이라니 조금, 아니 많이 낯설어요. 

 

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분은 링크!

https://youtu.be/y_86mZhmSco

낯설다는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르쉐가 SUV인 카이엔을 선보인 이후로 브랜드 정체성이 꼭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카이엔이 2002년 데뷔했으니 어느새 20여 년 전 얘기입니다. 중요한 건 장르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얼마나 잘 녹여냈느냐 하는 점이죠. 더불어 그래서 얼마나 매력적이냐 하는 점.    

그럼에도 할리데이비슨 팬 아메리카는 도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독특한 브랜드니까요. 아메리칸 클래식의 상징으로서 크루저와 투어링에서 할리의 영향력은 확고하죠. 반면 그만큼 다른 장르에서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그동안 몇 번 다른 영역을 시도한 적도 있긴 했어요. 퍼포먼스를 강조한 머슬 크루저 V로드나 수랭 엔진의 750 시리즈 같은 경우죠. 영역을 확장했지만 그래도 기존 영역을 기반으로 약간 변주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달라요. 장르가 어드벤처 투어링이니까요. 투어링이란 큰 범위에서 공통점은 있지만, 시트고 낮고 무거운 크루저와 어드벤처는 꽤 거리가 멀죠. 스포츠 바이크를 제외하고 가장 먼 영역일 겁니다. 그러니 관심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어요. 

도전은 언제나 흥미롭잖아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자체로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자극을 주죠. 보는 사람에겐 이야깃거리가 생깁니다. 어드벤처 바이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최대 관심사죠. 

6월 말에 드디어 할리데이비슨이 팬 아메리카 시승 행사를 열었습니다. 연초부터 글로벌 미디어 영상에서 호기심을 자극했죠. 이번 시승 행사는 1박 2일로 진행했어요. 코스도 공도와 오프로드 다 달릴 수 있었고요. 제대로 코스를 만들었더라고요. 그만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죠. 이번 영상에선 첫인상 위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팬 아메리카의 외관은 기존 어드벤처 바이크와 다릅니다. 그 점이 큰 차별점이죠. 더불어 할리데이비슨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죠. 기존 할리데이비슨 모델에서 차용한 디자인 요소가 잘 어우러졌어요. 

앞머리는 로드 글라이드의 샤크 노즈 페어링이 연상되죠. 헤드램프는 팻밥의 사각 램프를 차용했습니다. 프로덕션 영상에서 어드벤처 바이크의 일반적인 부리 형상을 배제했다고 합니다. 기능이 사라진 부리를 굳이 디자인에 넣을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하네요. 호기롭습니다.

덕분에 디자인 차별점은 확연히 드러나죠. 어드벤처 투어링이란 형태는 낯설어도 할리데이비슨이 만든 모터사이클이란 인장은 제대로 찍었습니다. 할리 특유의 쇳덩어리 질감은 몰라도 쇳덩어리 형태는 잘 살렸어요. 양감이 살아있어 중전차처럼 보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와 다른 점이 있어요. 확실히 크지 않아요. 공개한 사진에선 앞서 말한 디자인 요소가 덩치를 우람하게 느껴지게 했어요. 게다가 할리니까요. 직접 보면 만만치 않겠다 싶었는데, 웬걸 만만해 보입니다. 사진에서 느낀 크기에서 한 5분의 1 정도 축소 광선을 맞은 느낌이에요.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첫 번째 반전입니다. 

앉았을 때 시트고는 850mm대입니다. 팬 아메리카 스페셜 ARH(어댑티브 라이드 하이트) 적용 모델이었어요. 시트가 나름 옆으로 두툼해 그보다 조금 높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전원을 연결하니 스르륵 시트가 내려가요. 그러면 830mm로 낮아집니다. 한결 부담이 줄어들죠. 크기에서 한 번 부담을 덜고, 시트고에서 또 부담을 덜어냈습니다. 

어드벤처 바이크, 게다가 오버리터 모터사이클을 앞에 두고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중요한 지점이에요. 뭐든 커야 좋아하는 누군가는 위압감이 덜해서 별로라고 하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오버리터 어드벤처 바이크를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대할 수 있어 눈을 반짝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질려버리지 않아요. 

다른 브랜드도 아닌 할리데이비슨이라서 더 재밌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크기, 즉 ‘빵’을 과시하는 데 일가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할리데이비슨이 선보인 어드벤처 투어링, 팬 아메리카의 첫 인상이 만만하니까요. 확실히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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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 시승에 나섰습니다. 조금만 타봐도 어, 이거 할리 맞나? 싶은 기분이 들어요. 엔진 느낌이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체감 무게는 훨씬 가벼워요. 지금까지 알던 할리데이비슨 감각과는 완전히 달라요.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죠. 다시 반전입니다. 거칠고 무거운 모델만 내놓은 할리데이비슨에서 선보이는 부드럽고 가벼운 맛. 어드벤처 투어링이란 장르 차이를 감안해도 뜻밖이에요. 

물론 출력은 차고 넘칩니다. 출력을 뽑아내는 과정이 부드럽다는 뜻이지 힘이 부족할 리 없죠. 신형 레볼루션 맥스 엔진은 수랭 엔진으로 요즘 엔진다운 질감입니다. 고회전까지 부드럽게 치솟죠. 오히려 고회전으로 올려붙여야 활기차게 달릴 수 있습니다. 고회전을 팽팽 돌리며 달리는 할리데이비슨, 정말 뜻밖이죠. 팬 아메리카는 분명히 다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주행모드를 변경해도 기본적으로 부드러워요. 너무 과하게 부드러운 감이 있습니다. 스포츠로 놓아야 일반적인 오버리터 모터사이클의 활기가 느껴지니까요. 이런 세팅은 확실히 초심자에게 기준을 맞췄습니다. 앞서 말한 부담이 적다는 말을 공도 주행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체감 무게가 가볍기까지 하니 더 부담이 적죠. 팬 아메리카의 공차 중량이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258kg 정도예요. 시트고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무게죠. 하지만 금세 이 무게는 잊힙니다. 앉아서 좌우로 흔들면, 달리면서 좌우로 움직이면 200kg 초반대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에요. 무게 중심을 잘 낮췄다는 뜻이겠죠.

부담이 적으니 금세 적응할 수 있습니다. 어드벤처 투어링 모터사이클을 처음 타는 사람도 뭐 탈 만하네, 하면서 스로틀을 비틀 겁니다. 점점 고회전으로 높여 타는 자신을 발견하겠고요. 할리인데 이렇게 부담 없이 타기 편해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겠죠. 자꾸 고회전으로 달리게 하는 할리데이비슨이라니, 두 번째 반전이죠.

물론 부드럽고 편하기에 자극이 적어요. 전체적으로 진동 적고 부들부들합니다. V트윈, 하면 떠올리는 거친 느낌을 찾기 힘들어요. 해서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기존 할리의 감각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더욱 밋밋할 수 있죠. 확실히 새로운 엔진을 품었습니다. 레볼루션 맥스 1250은 밀워키에이트와는 당연히 다르고 750 시리즈의 수랭 레볼루션 X와도 전혀 다릅니다. 확실히 도전적인 엔진입니다.

공도 주행에서 느낀 부드러움은 양날의 검입니다. 타기 편하고 부드러운 장점이 있지만, 할리다운 호쾌함은 느끼기 힘드니까요. 할리를 떠나 오버리터급 바이크에 기대하는 박력 면에서도 적어요. 그렇다고 출력이 부족한가 하면 아닙니다. 분명 출력은 잘 나와요. 스로틀을 감다보면 속도계 숫자는 시원하게 올라갑니다. 그 숫자까지 도달하는 감각 차이입니다. 왜 이렇게 세팅했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궁금증은 오프로드 시승에서 해소했습니다. 공도에서 타면서 다소 심심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오프로드에선 배려심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구나 타기 편한 어드벤처 투어링이랄까요. ARH가 적용된 팬 아메리카 스페셜 모델은 시트고부터 주행 감각까지 딱 그 지점을 공략합니다. 아스팔트보다 흙길에서 더 재밌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라니, 세 번째 반전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도 오프로드 시승에 힘을 실었어요. 영종도 커다란 공터에 오프로드 코스를 알차게 짰습니다.

시원하게 뻗은 흙길부터 오밀조밀 오솔길, 우당탕탕 자갈길, 한 번은 넘어진다는 모래밭, 괜히 폼 나는 사면 언덕, 오프로드의 낭만인 도강까지 오프로드라면 달릴 만한 갖가지 길을 준비했습니다. 

그냥 소소한 흙길 수준이 아니에요. 엔듀로 모터사이클이나 갈 만한 산속 험한 코스는 아니지만 꽤 진지하게 오프로드를 구성했습니다. 다양한 길에서 팬 아메리카를 경험해보라는 거죠. 공도 주행은 슬쩍 맛만 보는 기분이었는데 오프로드 주행은 코스 요리를 준비했네요.

오프로드 코스에 공들인 이유가 있습니다. 공도 주행에서 느낀 다소 밋밋한 감각이 오프로드에선 장점으로 살아났거든요. 출력을 부드럽게 뽑아내고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점 말이죠. 공도에서도 부담감이 줄었지만, 오프로드에선 몇 곱절은 더 줄어들게 합니다. 탈 만한데 하는 자신감은 오프로드에 진입하느냐 그 앞에서 유턴하느냐 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 @mc35mm

핸들 위치나 스텝 위치도 스탠딩에 적합해요. 볼륨감 있는 연료탱크가 두툼하긴 하지만 오프로드에선 니그립보다는 힐그립이 중요하니 괜찮습니다. 오버리터 어드벤처 바이크는 다 연료탱크가 두툼하기도 하고요. 핸들 움직이는 감각이나 저속에서 움직임도 알기 쉽습니다. 과격하지 않아요. 출력 뽑아내는 감각처럼 전체적으로 부드럽습니다. 이런 감각이 오프로드를 즐기게 하죠. 만만해야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 @mc35mm

준비한 코스를 신나게 즐겼습니다. 물론 몇몇 코스에선 넘어지기도 했어요. 멈추고 발을 땅에 디디면 무겁긴 하거든요. 250kg이 넘는 차체 무게는 멈춰 있으면 더 선명해지니까요. 그럼에도 일으켜 다시 경쾌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저속에서 누군가에겐 밋밋하지만 초보자에겐 부드러운 출력 곡선은 다시 스로틀을 과감하게 비틀게 합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 @mc35mm

함께 참가한 사람 중에 오프로드 초보가 많았어요. 아예 처음 모터사이클로 흙길을 밟아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무난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다들 도강까지 여차저차 해냈습니다. 오프로드의 즐거움을 경험한 셈이죠. 팬 아메리카가 그 길을 가도록 배려해준 덕분입니다. 처음 오프로드를 접하는 사람도 타고 갈 만하는 점이 중요해요. 팬 아메리카가 지향하는 영역을 나타냅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 @mc35mm

팬 아메리카는 할리데이비슨에서 처음 선보이는 어드벤처 투어링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알라스카까지 잇는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대륙을 넘나드는 데 걸맞은 모터사이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그러면 이 길을 누가 가느냐. 숙련된 라이더뿐 아니라 처음 어드벤처 바이크를 접하는 사람도 꿈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숙련자라면 더 잘 타겠지만, 초보자라도 덜 부담스럽게 접근하도록 했어요. 이런 성향이 팬 아메리카의 이모저모 성격에서 드러납니다.  

어드벤처 바이크는 쟁쟁한 모델이 많죠. 은근히 벽이 높은 장르입니다. 그 안에서 팬 아메리카만의 장점이 있어야 하죠. 할리데이비슨은 그 지점을 편하게 탈 어드벤처 투어링으로 잡은 듯합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접근성을 높인 거죠. 기존 어드벤처 바이크 오너보다 안 타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심산입니다. 그러니까 할리 크루저만 타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는 거죠. 이렇게 탈 수도 있다니까요, 그리 어렵지 않아요,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면 팬 아메리카의 순한 감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발을 내딛는 할리데이비슨으로서 합당한 전략으로 보이기도 해요. 시장을 뒤집겠다는 의도보다는 넓혀서 자기 영역을 더하겠다는 거죠. 어드벤처 장르가 뒤집힐 만큼 만만한 시장은 아니니까요. 선택지의 확장, 좋습니다. 어드벤처 바이크가 많아질수록 그 장르를 즐기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니까요. 

오프로드까지 타니 팬 아메리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다음에는 장거리를 타봐야겠어요. 어드벤처뿐만 아니라 투어링까지 온전히 알아봐야죠. 그럴 기회가 곧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y_86mZhm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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