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아메리칸 투어링의 진수,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

더로드쇼 2021. 5. 1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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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입니다. 두둥!

영상으로도 만들었으니 영상 보실 분은 링크 클릭!

https://youtu.be/COs4gzLdylg

예전에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을 탔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을 타면 미 대륙을 유유자적 횡단하는 기분에 빠진다고. 거대한 샤크 노즈 페어링을 앞에 세우고 두두두, 달리는 그 호방함을 빗댄 표현이었죠. 육중한 외관에 비해 부드럽고 민첩해서 놀란 기억도 있어요.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더 호방한 모델이에요. 로드 글라이드를 기본으로 거대한 탑박스에 다리 쪽에는 우퍼 역할을 하는 카울도 달렸죠. 같은 형태지만 파츠 차이가 모터사이클을 한층 거대한 덩어리로 보이게 합니다. 무게도 400kg이 넘어요. 가히 할리데이비슨의 꼭짓점 역할을 하죠.

물론 117 엔진 품은 CVO 모델이 정점을 맡고 있습니다만, 그건 좀 특별한 에디션 격이니까요. 114 모델 중에선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가 가장 무겁고 또 가장 비싼 모델입니다. 가격은 무려 5150만원. 블랙 마감이어서 크롬 모델보다 150만원 더 비쌉니다. 보통 시승기에 가격은 잘 안 말하는데 5천만원을 넘는 모터사이클을 타본 건 처음이라 굳이 말해봅니다. 또 다른 벽을 넘은 기분이랄까요. 

시승차는 차량 가격의 약 10% 금액 정도의 옵션을 장착한 모델입니다. 열선과 통풍 기능 모두 탑재한 시트와 엔진 열을 빼주는 장치, 사이드백 가드 등등 달았어요. 그 중에서 열선, 통풍 기능 시트가 가장 비싼 옵션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의 꼭짓점다운 위압감이 물씬 풍깁니다. 앞은 샤크 노즈 페어링이, 뒤는 큼직한 탑박스가 앞뒤로 육중함을 뽐내니까요.

어쩔 수 없이 타기 전에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할리데이비슨 모델을 여럿 경험했으니 이젠 뭐 무게와 크기에 적응했다고 싶은데도 마음가짐이 새로웠습니다. 모터사이클 5천의 벽이 이렇게 묵직합니다. 페라리 시승하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는데 모터사이클은 또 다르네요.

넓적한 시트에 앉으니 의외로 낮지 않아요. 시트고가 735mm인데다 바꾼 시트가 더 널찍해서 발이 옆으로 더 벌어지죠.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은 695mm니 차이가 좀 나죠. 게다가 무게도 400kg이 넘으니 처음에는 심호흡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일으켜 세울 때 다른 할리데이비슨보다 기합을 넣었죠. 기함급 모델을 탈 때는 여러모로 기합이 필요합니다.

긴장은 딱 거기까지였죠.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니 육중한 무게는 안정감으로 바뀝니다. 앞뒤에서 묵직한 페어링과 탑박스가 눌러주니 왠지 앞뒤 무게 배분 균형도 맞는 느낌이에요. 시트는 푹신하고 엔진 필링은 부드럽습니다. 그러니 한결 마음이 더 편해집니다. 재밌는 변화죠. 차나 모터사이클이나 클수록 달릴 때 안정감이 높아지는 건 비슷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덩치가 클수록 엔진 필링이 오히려 부드럽죠. 투어링 모델다운 세팅이에요. 크루저 패밀리 114엔진이 천둥 치듯 달려 나간다면 투어링 패밀리는 조금 기름진 천둥이랄까요. 스로틀을 거세게 감으면 우르르르, 하면서 튀어나가지만 질감은 사뭇 부드럽습니다. 로드 글라이드나 스트리트 글라이드 공통된 감각이죠. 이 둘이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의 고급진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거칠면서 고급진, 할리데이비슨만 투어링만의 필링이죠.

조금 달리면 언제나 그렇듯 무게감은 바람결에 묻어 날아갑니다. 그때부터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의 매력이 발산되죠. 슬쩍슬쩍 엉덩이로 좌우를 밀어보며 움직임도 즐길 수 있고요. 가만히 엔진 회전수에 따라 달라지는 두툼한 질감을 음미할 수도 있죠. 

그럴 때면 경기도 어느 국도가 어느 순간 미 대륙의 광활한 도로 풍경으로 바뀝니다. 느긋하고 한가로운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상쾌해지죠. 물론 이내 신호등에 걸려 그런 기분은 아주 잠깐 느끼겠지만요.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기분 좋으려고 타는 모터사이클인데 잠깐이라도 다른 풍경을 보여주니까요.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과 주행 감각 차이가 좀 있어요. 탑박스 유무로 무게 배분 차이에서 오는 느낌만은 아닙니다.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은 샤크 노즈 페어링이 차체에 붙어서 핸들링이 가벼운 편이죠.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체 무게와 핸들링 감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적응해야 하죠. 

반면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핸들링 감각이 부드럽고 알기 쉽게 움직여요. 안정감이 있습니다. 앞과 뒤 휠이 18인치로 동일해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은 앞 휠이 19인치거든요. 따로 달리 세팅했다고 하진 않으니 휠 사이즈 차이가 이런 핸들링 감각 차이를 보이네요. 소유가 아닌 시승하는 입장에선 안정감에 한 표 던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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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에 익숙해지니 음악도 듣고 싶어졌습니다. 보통 라이딩할 때 아무 것도 안 듣는데 스피커가 보이니 안 들을 수 없네요.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에는 붐 박스 GTS 시스템이 탑재됐습니다. 페어링 안쪽 양 옆에 스피커가 있죠. 다리 부분에 우퍼도 있습니다. 뒷좌석 양옆으로도 스피커가 있죠.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보다 당연히 음량이 풍부하고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시속 100km 정도 되면 바람소리에 좀 지저분하게 들렸는데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괜찮게 들리더라고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을 탈 때 주로 힙합을 들곤 합니다. 둥둥거리는 비트와 할리데이비슨 엔진 필링이 잘 어울리거든요. 샤크 노즈 페어링 디자인과 힙합의 볼드한 느낌과도 어울리고요. 힙합을 들으며 두두두두, 리듬 타고 달리니 다시 미 대륙이 떠오릅니다. 미제는 미제네요.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에는 블루투스는 물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도 있습니다. 티맵도 계기반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어 유용하죠. 투어링인 만큼 이런 편의장치는 라이더를 뿌듯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장갑을 껴도 터치를 인식하는 디스플레이도 편하고요. 핸들 뭉치 레버를 통해서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크루즈 컨트롤 켜놓고 티맵으로 길 보고 음악 들으며 달리면 흐뭇하죠.

샤크 노즈 페어링이 은근히 바람을 잘 걸러냅니다. 리미티드는 다리 양옆에도 페어링 역할을 하는 우퍼가 있어서 더 바람 저항을 덜 느끼죠. 시승한 날이 근래에 드물게 기온이 높아서 달리는데도 덥더라고요. 페어링에 쫑긋, 솟은 윈드실드 아래 개폐식 공기 통로가 있어서 열어놓고 달렸어요. 통풍 쪽창처럼 유용했습니다. 

때로 할리의 영역에서 유유자적 달리고, 때로 앞으로 숙이고 스로틀을 맘껏 감아보기도 했습니다. 시종일관 기름진 걸걸함이 차체를 타고 몸으로 전해졌어요. 역시 투어링, 그 중에서도 페어링 있는 모델다운 고급스러운 감각이 드러나더군요.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속도를 높여도 어후 이제 됐다, 힘들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진동은 굵어지지만 그럼에도 부드러움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않습니다. 고속에서 묵직한 차체는 확실히 이점이고요.  

넓은 공터에 도착해 잠시 쉬면서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를 감상했습니다. 처음 시승차를 받을 때 느낌과 타고 나서 쉬면서 볼 때 느낌은 달라지죠. 그만큼 친해지고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함께 바람을 가르며 즐거운 기분을 나누며 달려왔으니 친근함이 도 쌓이죠. 

외관의 핵심은 역시 샤크 노즈 페어링이죠. 다양한 인상을 두루 표현합니다. 높이 튀어나온 형태가 상당히 위압적이면서 동그란 헤드램프 두 개를 붙여 어찌 보면 귀엽기도 해요. 페어링의 형상과 차체 조합이 미래적으로 보이면서도 사이드박스와 탑박스와 조합해 같이 보면 또 상당히 고전적 인상도 풍깁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매력적입니다. 단지 샤크 노즈 페어링 때문에 로드 글라이드를 살 수 있게 하죠. 열 번 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의 가장 큰 특징은 탑박스죠. 그냥 박스 형태가 아니라 페어링과 묘하게 어울려요. 차체와의 조화에 신경 쓴 티가 납니다. 탑박스 앞에는 소파처럼 동승자 등받이도 있죠. 양옆에 스피커까지 호사스러운 뒷자리입니다. 태워주는 맛이 있겠네요. 

상단에 있는 철제 캐리어도 유용하면서 멋도 있고요. 미국 캠핑카 느낌이 난달까요. 실용성을 택하면서 은근히 멋도 부렸어요. 용량은 광활합니다. 백팩과 풀페이스 헬멧까지 쏙 들어가요. 풀페이스 헬멧이 나란히 두 개 들어가는 탑박스는 순정으로 유일할 겁니다. 

사이드박스는 로드 글라이드 기본형과 같아요. 스페셜은 뒤쪽이 아래로 더 긴 배거 스타일 케이스죠. 스페셜과 같은 모양이면 어떨까 싶다가 탑박스도 있으니 너무 과한 디자인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똑 떨어지는 고전적 사이드케이스로 절제한 느낌입니다. 이미 앞뒤로 페어링과 탑박스가 풍성하니까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을 타보기 전에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낀 게 사실입니다. 덩치도 무게도 가격도 다 부담스럽죠. 접근하기까지 심리적 거리와 높이가 있어요. 너무 멀게 느껴지는 모터사이클이긴 하죠. 하지만 조금씩 여러 모델을 경험해보니 할리데이비스 투어링이 왜 인기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모터사이클을 타는 이유야 모델 수만큼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취향이 있죠. 작고 아담한 모델이 주는 경쾌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크고 묵직하고 범접하기 힘든 모델을 탐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후자의 극단에서 포만감을 안겨주는 모델이에요. 장거리를 동승자까지 아주 편하게 달려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꼭 루트66 도로를 횡단하지 않더라도 차고 넘치는 풍요로움 그 자체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여러 요소들이, 오히려 과해서 만족스러운 지점이 되기도 하죠. 그런 사람에게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는 포만감을 선사할 겁니다. 크기도 무게도 가격도, 그에 걸맞은 기름진 출력도 차고 넘치니까요.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 타고 크게 크게 돌며 전국일주 해보면 재밌겠네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COs4gzLdylg

*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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