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로드킹 스페셜입니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도 올렸습니다. 영상 보실 분은 링크로.
할리데이비슨의 작명법은 재밌습니다. 모델명이 별명 같이 보이기도 하죠. 팻보이나 팻밥, 얼마나 캐릭터 이름 같나요. 그렇습니다. 모델의 외관이나 성격을 잘 표현하는 작명법이죠. 그 중 가장 노골적인데도 은근히 잘 어울리는 모델이 있죠.
클래식 대형 크루저의 상징, 로드킹입니다.
대범하게 왕을 소환했어요. 대놓고 끝판왕이라고 선포합니다. 이름만큼 강력한 선포는 없죠. 이럴 때 이름과 실물이 어울리면 이름이 주는 영향력은 꽤 강력합니다. 로드킹은 그 자리를 날름 집어삼켰습니다. 다른 브랜드 어떤 모델도 이런 이름이 어울릴까 모르겠네요.
확실히 할리데이비슨 로드킹은 어울립니다. 좀 간지럽기도 한데, 실물을 보면 또 고개를 끄덕이게 하죠.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장 큰 낮고 긴 크루저, 게다가 페어링도 없는 고전적 실루엣은 킹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잘 버팁니다. 같은 투어링 라인업인 스트리트 글라이드나 로드 글라이드라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고전적 형태 그대로 이어온 정통 크루저만의 힘일 겁니다.
저한테 로드킹은 기함급 할리데이비슨 이상의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뭐랄까 낭만의 정수랄까요. 그럴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7년에 유라시아 횡단을 떠났을 때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일본인 횡단가가 로드킹을 타고 있었거든요. 흰색 로드킹 뒤에 기타를 걸고 다니는 준이라는 친구였어요. 흰색 로드킹과 기타, 키 작고 여리여리한 청년의 이미지는 꽤 강렬했죠.
커다란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고? 하는 걱정과 고전적 대륙 횡단과 은근히 어울리는 낭만적 감흥이 뒤섞였죠. 횡단하는 중에 기타 치며 노래 부르면서 횡단 비용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운 친구였죠. 중간 중간 인스타그램에서 그 친구 소식을 접하면서 횡단을 이어나가는 걸 바라봤죠.
로드킹이란 이름이 그때 머릿속에 박혔을 거예요. 노래를 부르며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음유시인이 탄 모터사이클. 그런 사람이 타는 모터사이클로 로드킹이라는 이름은 제법 어울렸거든요.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에 함께할 모터사이클다운 이름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또 어울리기도 했고요. 긴 시간 횡단할 동반자로, 필요를 떠나 그림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 이후로 로드킹을 볼 때마다 그냥 모델 하나로 보이지 않았죠. 고전적인 대형 크루저의 마지막 남은 낭만의 징표처럼 느껴졌죠. 투어링 라인업의 중심 모델은 아무래도 스트리트와 로드 글라이드 쪽이니까요. 크고 묵직하면서 반짝이는 아메리칸 크루저의 전통을 품은 모델로서 로드킹은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클래식 투어러의 기함다운 면모죠.
그래서 시승을 뒤로 미뤘나봅니다. 스포스터 라인업 타고 소프테일 라인업 탄 다음에 타고 싶었달까요. 로드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할리데이비슨을 어느 정도 타보고서 로드킹을 영접하고 싶었습니다. 단계를 밟아서 로드킹에 도달하는 즐거움이 또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로드킹 스페셜입니다. 로드킹과 로드킹 스페셜은 다른 스페셜 모델과는 조금 달라요. 다른 스페셜 모델은 몇 가지 파츠를 바꾸고 블랙파우더 도색을 입혔어요. 커스텀 에디션 같은 느낌이죠. 반면 로드킹 스페셜은 방향성을 달리 했습니다. 다른 스페셜 모델과 방식은 비슷하지만 그 폭이 크고 대담합니다. 연령대를 확 낮춘 젊은 로드킹으로 매만졌거든요.
우선 크롬보다 블랙파우더 도색으로 전체 톤을 눌렀습니다. 헤드라이트부터 서스펜션, 엔진과 머플러까지 크롬의 반짝임이 없습니다. 대신 묵직한 쇳덩어리 질감을 강조하죠. 반짝이진 않아도, 아니 반짝이지 않아서 더 묵직한 느낌이 다부지게 전해집니다. 젊은 할리 오너를 위한 다크커스텀을 충실하게 적용했어요.
그러기 위해 전통적 요소도 과감하게 드러냈죠. 헤드라이트도 하나예요. 로드킹은 좌우에 하나씩 더 달려 있습니다. 전면 형태가 클래식 크루저의 상징 같죠. 원형 헤드라이트가 세 개 달린 형태가 클래식하긴 하죠. 하지만 로드킹 스페셜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차체 그 자체에 집중했죠. 심지어 앞 펜더에 로드킹 레터링도 없습니다.
휠 디자인도 재밌습니다. 블랙에 스포크를 형상화한 캐스트 휠입니다. 고전적인 느낌은 챙기지만 일단 숨겨서 블랙 차체에 스며들게 합니다. 장식을 덜어내고 블랙으로 누른 스페셜 모델의 특징입니다.
또 다른 결정적 차이로 양쪽 새들백 디자인을 들 수 있습니다. 로드킹 스페셜의 실루엣은 이 새들백 디자인이 좌우하죠. 투어링 라인업 스페셜 모델의 새들백은 모두 뒤쪽이 아래로 긴 배거 스타일을 연출합니다. 새들백 공간이 늘어나는 이점도 있으면서 옆에서 보면 새들백 디자인 덕분에 뒤 차체 라인이 보다 풍만해졌습니다.
앞을 덜어내는 커스텀 느낌을 살리면서 뒤를 풍만하게 매만진 거죠. 로드킹 스페셜의 핵심 디자인이에요. 이런 변화가 로드킹 스페셜을 로드킹과 다른 모델로 보이게도 해요. 하나씩 따져보면 변화 폭이 큽니다. 취향에 따라 두 모델 중 하나를 고르게 한 거죠. 취향 따라 선호 모델이 갈릴 정도로 둘의 차이가 커요.
로드킹 스페셜에 앉아보면 묵직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이야 다 묵직하지만 로드킹다운 덩치가 느껴집니다. 할리데이비슨 경험이 적었다면 어휴, 이걸 어떻게 타지 싶을 정도예요. 하지만 자세는 편합니다.
미니 에이프 행거 핸들은 손을 턱, 얹어 놓기 편한 각도와 높이에요. 695mm 시트고와 앞쪽 폭이 얇은 시트는 발을 잘 닿게 하죠. 손과 발이 편하면 366kg이 넘는 무게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앉아볼수록 심리적 무게감은 점점 줄어들 거예요.
달리면 무게감은 더욱 사라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드킹 스페셜은 조금 더 사라집니다. 거동이 상당히 부드럽거든요. 특히 핸들링이 차분합니다. 알기 쉬워요. 페어링이 있는 같은 투어링 라인업과는 사뭇 다릅니다. 로드 글라이드처럼 덩치보다 가벼운 핸들링도 아니고, 스트리트 글라이드처럼 묵직하지도 않아요. 부드럽게 차체를 인도합니다.
로드킹 스페셜은 덩치를 생각하면 타기 편한 모터사이클입니다. 핸들링이 부드럽고 알기 쉬우면 조작하는 데 자신감이 붙거든요. 실제로도, 심리적으로도 타기 편합니다. 게다가 엔진 성격도 괄괄하지 않습니다. 소프테일 모델과 또 달라요. 다른 투어링 라인업처럼 진동을 많이 걷어내고 기름지게 출력을 뽑아냅니다. 날것 느낌보다는 잘 조리한 출력이에요.
다른 투어링 계열과 승차감이 비슷해서 뜻밖이었어요. 외관과 다르게 편안한 투어링다운 성격입니다. 로드킹이라는 이름이 다른 식으로 다가왔어요. 고전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나름 신식인 형제 투어링처럼 주행 질감을 조절했으니까요. 클래식 크루저 최종 보스다운 질감입니다. 고전적 형태에 고급스러운 질감을 잘 주입했어요.
부드럽기에 넘치는 힘을 뽑아 쓸 때 더 과감하게 달릴 수 있죠. 회전수를 높여도 진동을 부드럽게 억제하면서 계속 밀어붙이게 해요. 114 큐빅인치 배기량이 어디 가지 않죠. 밀어붙일 때는 로드킹이라는,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고유한 감각이 살아납니다. 대형 크루저가 도로를 질주하는 감각은 다른 모터사이클과 확연한 선을 긋습니다.
커다란 로드킹 스페셜에 올라 쭉 속도를 뽑아낼 때는 그렇게 호쾌할 수 없습니다. 무겁고 클수록 박력이야 정비례하니까요. 옵션인 윈드실드가 없었다면, 주행풍이 거세더라도 맛은 더 살았을 겁니다. 로드킹 스페셜은 간결한 커스텀 모델이니 덜어낼수록 더 고유한 매력이 도드라지니까요. 볼 때도 달릴 때도 말이죠.
여러 주행 안전장치가 적용된 점도 로드킹 스페셜의 특징입니다. 할리데이비슨은 투어링 계열에서 리플렉스 디펜시브 라이더 시스템(RDRS)라는 통합 주행 안전장치를 적용합니다.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토크 슬립 제어, 언덕 밀림 방지 시스템 등이 결합된 장치죠.
물론 최신 모터사이클에는 더 다채로운 전자제어장치가 수두룩하죠. 그럼에도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표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으로선 인상적 변화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에겐 느린 변화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보존하면서 개선하는 적절한 절충일지 모릅니다.
모터사이클은 단지 최신 기술로만 바라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로드킹 스페셜은 느리게 변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에 부응했습니다. 젊어진 할리데이비슨의 표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스페셜 붙은 모델 중에서 가장 변화 폭이 크다고 느꼈어요.
클래식 크루저의 끝을 경험하고 싶으면 로드킹, 그 안에서 한층 정제된 느낌을 원한다면 로드킹 스페셜로 취향 따라 선호 모델이 갈릴 겁니다. 어떤 모델을 타든 대형 크루저의 부드러운 박력은 느낄 수 있죠.
로드킹 스페셜을 타면서 앞서 말한 로드킹 타고 횡단한 준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유라시아 횡단 도로를 이런 기분으로 달렸겠구나 싶었죠. 거대한 크루저를 타고 거대한 대륙을 달리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알 겁니다.
러시아 도로는 직진만 몇 백 킬로미터씩 달리거든요. 그때 로드킹은 꽤 풍요로운 주행 질감으로 횡단의 감흥을 진하게 했을 겁니다. 현대적 디자인에, 전자장비 많이 들어간 투어링과는 또 다른 질감일 테니까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모터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 커스텀 완전체,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밥 114 (0) | 2021.04.29 |
---|---|
오 놀라운 DCT, 2020 혼다 아프리카 트윈 어드벤처 스포츠 (0) | 2021.03.31 |
할리의 스타일리스트, 할리데이비슨 브레이크아웃 (0) | 2020.11.25 |
위풍당당 크루저,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0) | 2020.09.29 |
보고 타고 음미하라, 할리데이비슨 헤리티지 클래식 (0) | 2020.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