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보고 타고 음미하라, 할리데이비슨 헤리티지 클래식

더로드쇼 2020. 8.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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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랜만에 모터사이클 탄 얘기입니다. 하, 얼마나 오랜만인지 두근거리기까지 하더라고요.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 올렸습니다. 즐겁게 보시고 구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https://youtu.be/iHFsVdPxkPM

장마, 라기보다 기상이변 같은 폭우가 끝난 지난주 수요일이었어요. 딱 그 주에 비가 그친다는 소식을 듣고 할리데이비슨 시승을 잡았죠. 소프테일 라인업의 헤리티지 클래식을 타기로 했습니다. 

 

마침 헤리티지 클래식 시승차가 새로 생긴 할리 남양주점에 있었어요. 널찍한 공간에 전시장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어서 전부터 가보고 싶었거든요. 새로 생긴 매장도 갈 겸 헤리티지 클래식도 시승할 겸 남양주로 향했습니다.

 

차 타고 남양주점에서 헤리티지 클래식을 받아 북쪽으로 돌아보려고 했습니다. 좀 색다른 기분을 내보는 거죠. 시내 전시장에서 모터사이클을 받으면 시내를 벗어나는 게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더위에 차도 많으니, 아무튼 이래저래 힘들죠. 모터사이클을 아무리 좋아해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요.

할리 남양주점에서 시승하면 힘든 구간을 건너뛸 수 있었죠. 차 타고 에어컨 바람 쐬며 시내를 벗어난 다음 한적한 곳에서 모터사이클로 갈아타는 호사랄까요. 할리 타는 분들 중에 양평 쪽에 맡겨두고 차 타고 가서 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식이죠. 호사 맞네요.

할리 남양주점은 1층은 정비실, 3층이 전시장입니다. 가는 길이 좀 밀리긴 했지만, 미니 쿠퍼는 그 길조차 즐겁게 가도록 하니까 괜찮았습니다.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이야 크다, 하는 감탄사가 나옵니다. 널찍한 공간에 할리데이비슨 각 모델이 띄엄띄엄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는 점이죠. 게다가 각각 서 있는 방향도 달라요. 마치 박물관 전시물처럼 쾌적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서울 매장에 비하면 각 모터사이클마다 점유 면적이 꽤 넓어요. 

느긋하게 볼 수 있습니다. 따닥따닥 붙어 있으면 심리적으로 마음 편히 보기 힘들잖아요. 할리 남양주점은 이런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중요한 지점이에요. 할리는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남양주점은 할리의 강점을 극대화한 매장이라고 할 수 있죠.

주말에는 사람이 꽤 많이 온다니 평일에 가면 한적하게 볼 수 있습니다. 뭐든 평일에 움직여야 한가롭죠, 암요.

둘러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V트윈 엔진 위에 징을 걸어놓았더라고요. 모터사이클 부품을 활용한 공예품이죠. 횡단할 때 머문 러시아 바이커스클럽에서 자주 본 자작 공예품 같아요. 그로테스크한 멋이 있죠.

 

이 작품은 할리 남양주점의 자랑, '계약의 징'입니다. 계약한 사람만이 칠 수 있는 징! 이런 구수한 위트, 재밌죠.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은근히 사람 마음을 자극하는 요소입니다. 골든벨은 못 울려도 계약의 징은 치고 싶어지잖아요? 

찬찬히 둘러보고 시승하러 나왔습니다. 헤리티지 클래식이 자태를 뽐내며 출발 대기 중.

 

남양주점에서 갈 만한 곳을 미리 물어봤습니다. 비둘기낭폭포 공원이란 곳이 있다고 합니다. 거리가 적당해요. 일단 라이딩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도 성격이 딱 느껴졌습니다. 자세가 편해요, 편합니다. 그러면서 달리는 감각이 부드러웠어요. 할리데이비슨은 소프테일 라인업, 밀워키에잇 114 엔진 같은 공통점이 있더라도 모델별로 조금씩 달라요. 특히 시트고와 핸들바 형태에 따라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자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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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클래식은 시트고가 680mm입니다. 소프테일 라인업에서 조금 낮은 편이죠. 반면 핸들바는 다소 높고, 운전자 쪽으로 끝이 휘어져 있어요. 시트는 낮은데 핸들바는 평균보다 높은 형태죠. 앉은 채로 손만 올리면 딱 편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투어링 라인업인 스트리트 글라이드나 스포스터 라인업인 슈퍼로우와 비슷한 자세를 연출해요. 즉, 편한 크루저의 FM 자세랄까요. 175cm인 제가 타기에 딱 좋았어요. 

자세가 편하면 330kg인 덩치인데도 한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럴수록 모터사이클의 움직임이 선명하고 다루기가 편해지죠. 같은 모터사이클이더라도 몸에 힘을 뺀 채 타느냐 그렇지 못하냐, 하는 차이에 따라 감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헤리티지 클래식은 부드럽게 덩치를 부리는 즐거움이 차오르게 해요. 덩치가 크고 무거운 모터사이클인데 제법 부드럽게 타는 느낌이 들면 뿌듯하잖아요.

게다가 헤리티지 클래식 시트가 무척 푹신합니다. 말랑말랑해서 메모리폼 방석에 앉아 타는 기분이에요. 16인치 스포크 휠도 편안함에 일조했을 겁니다. 충격을 잘 흡수하고 휠이 작기에 승차감도 더 좋을 테니까요. 이렇게 편한 요소가 하나둘 쌓이면서 전체 모델 인상을 결정하죠.

오랜만에 타니 들떠서 속도도 제법 높여봤습니다. 윈드실드 뒤로 고개를 집어넣으면 바람 저항도 적어서 속도를 뽑을 만하더라고요. 밀워키에잇 114 엔진이야 스로틀을 비틀면 어김없이 벼락 같은 박력을 내뿜죠. 대배기량 V트윈이 몸을 떨어대며 힘을 토해내는 감각은 언제 느껴도 쾌감이 있어요. 그 자체로 장관이에요.

한참 달리다가 다시 속도를 줄여 2000-2500 RPM '할리의 영역대'에서 라이딩을 즐겼어요. 뭘 굳이 빠르게 달려야 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할리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모터사이클이니까요. 대배기량의 풍요를 유유자적 즐겼습니다. 차 없는 평일 지방국도를 만끽하는 호사죠.

비둘기낭 폭포 공원에서 쉬면서 헤리티지 클래식 외관을 감상했습니다. 모델명에 헤리티지에 클래식까지 더했어요. 대단한 자신감이죠. 할리데이비슨의 클래식 모델이라 하면 소프테일 슬림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납품한 모델의 형태를 이었죠. 반면 헤리티지 클래식은 예스러운 장식 요소로 옛 감성을 자극합니다. 같은 클래식이지만 방향성이 다르죠.

헤리티지 클래식의 볼거리 핵심은 전면입니다. 헤드라이트 양옆에 조금 작은 원형 라이트 두 개를 더했어요. 장식 많이 한 클래식 할리가 이렇게 달고 다녔죠. 게다가 아래 대칭으로 앙증맞게 방향지시등도 달았습니다. 동그라미가 다섯 개가 앞에 모여 있어요. 이 형태가 재밌습니다. 장식 효과도 크고요.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질감도 유지했고요.

시선 확 잡아끄는 헤드라이트에 위쪽은 윈드실드, 아래쪽은 뒤로 우아하게 떨어지는 펜더와 스포크 휠이 또 볼거리를 제공하죠. 펜더 앞부분에는 크롬으로 장식하고 헤리티지 클래식 레터링을 붙였어요. 이 또한 옛 할리를 연상케 하는 요소입니다. 윈드실드에서부터 휠까지 요소요소 장식적인 옛 감성을 품었습니다.

뒤쪽도 신경 쓰긴 했어요. 뒤로 우아하게 내려오는, 달팽이 펜더라고 하는 펜더가 뒤쪽 차체 선을 책임집니다. 거기에 새들백이 달려 있죠. 새들백은 형태는 플라스틱으로 유지하고 겉은 가죽으로 마무리했어요. 과하지 않은 장식에 검은색 새들백이라 차체에 잘 어울립니다. 요란하지 않아서 좋아요. 쓸모도, 멋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헤리티지 클래식은 로드킹의 크기를 줄이고 보다 클래식하게 장식한 모델로 보입니다. 윈드실드, 새들백, 동승 시트 등 옵션으로 달아야 할 것도 다 갖췄고요. 투어링 영역부터 크루저 본연의 느낌까지 잘 살렸어요. 젊은 감각보다는 전통의 멋을 중시한 정통 크루저다운 모터사이클랄까요. 잘 닦아가면서 느긋하게 탈수록 음미할 게 많아지겠죠.  

이모저모 감상하고 나니 돌아가는 길에 더 즐겁게 탈 수 있었습니다. 찬찬히 보고 감상할 요소가 있으면 달릴 때 더 즐겁 거든요. 맞아요. 성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자기 만족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원래 모터사이클은 그러려고 타는 거니까요.

 

 

이제 곧 가을 라이딩 시즌이 다가오네요. 태풍이 지나가면 멀리, 제대로 달려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iHFsVdPxk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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