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은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 타고 죽마고우서핑투어에 다녀온 얘기입니다.
모터사이클 타고 어딜 갈 때 가장 좋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바다입니다.
바다의 탁 트인 풍경과 규칙적인 파도의 동작과 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죠. 그래서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모터사이클 시트에 앉아 단순한 길에 시선을 두고 규칙적으로 전해지는 진동과 소리를 느끼면 바다의 감흥과 비슷합니다.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생긴,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저만의 접점입니다.
매번 바다를 향해 달리면 좋겠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누가 멍성 깔아주고 초대하면 더 좋겠죠. 여름이 다가오면 그런 기회를 은근히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회가 왔습니다. 이맘 때쯤 함께 달리자고 초대하는 할리데이비슨이었죠.
작년과 재작년에는 5월쯤이었어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늦어졌죠. 그때는 바다가 아닌 강원도 산골이었습니다. 정선에서 무위도식 투어를 진행했거든요. 단지 달리고, 먹고, 쉬는 투어였어요. 보통 브랜드 행사는 이왕 불렀으니 이것저것 뭘 하라고 준비합니다. 무위도식 투어는 달랐어요. 뭘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쉴지 고민했죠. 인상적이었어요. 무위도식이란 사자성어도 원래 좋아했습니다.
이번에는 죽마고우X서핑투어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친구랑 같이 타고 와서 서핑 하자는 뜻입니다. 죽마고우투어는 작년에도 열렸어요. 할리데이비슨 타는 사람이 다른 브랜드 타는 친구와 함께 타고 와서 무위도식 즐기는 행사였어요. 무위도식이 점점 발전하는 형태랄까요. 아무튼 올해는 죽마고우에 서핑을 붙였습니다. 바다라는, 서핑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넣었죠.
서핑은 잘 못해도 서핑보드 위에서 떠 있는 건 좋아합니다. 모터사이클 타는 건, 더더욱 좋아하고요. 그러니 기대할 수밖에 없죠. 며칠 전부터 두근거리면서 출발하는 날을 기다렸어요. 오랜만에 장거리 투어였고, 오랜만에 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요. 가끔 이렇게 설레게 하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죠.
이번 투어에 함께할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였습니다. 죽마 아닌 철마 타고 죽마고우X서핑투어를 가는 거죠.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예전에 잠깐 타본 적이 있어요. 잠깐이었지만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 기분을 다시 더 집중해서 느낄 기회이기도 했어요.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라인업의 대표 모델이죠. 처음에는 외관으로만 봤을 땐 로드 글라이드가 더 내 취향이 아닐까 싶었어요. 로드 글라이드는 전면 페어링이 차체에 붙어서 핸들링이 더 날렵하기도 했고요. 익숙해지면 덩치를 민첩하게 부리면서 탈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외관이 젊은 느낌이라 더 끌렸죠.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핸들에 페어링이 달려 있어서 핸들링이 묵직합니다. 그래서 불편할지도 모르는데 거동이 알기 쉬워요. 덩치와 움직임이 어느 정도 통해서 예측하기 쉽죠. 미리 숙지하고 있으면 오히려 묵직한 느낌이 안정감이 있어요. 투어링 모델답게 부드럽게 매만진 엔진 성격과도 어울리죠. 진중한 세단처럼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습니다. 로드 글라이드와 다른데, 그 다른 점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자세가 무척 편해요. 이렇게 편한 할리데이비슨은 처음이었죠. 낮은 시트에 앉아서 팔을 살짝 얹으면 핸들바가 턱, 잡히죠. 인체공학적으로 자세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편해요. 1인용 시트에 앉아 핸들바를 잡으면 가죽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합니다. 그 상태로 스로틀을 비틀면 부아아앙, 하고 튀어나가죠. 부드러우면서 묵직하게.
앉았을 때 보이는 장면이 무척 마음에 들더라고요. 배트윙 페어링은 앞에서는 좀 트리케라톱스처럼 둔해 보이는데 앉아서 보면 고전적 형태가 매력적입니다. 아날로그 회전계가 나란히 붙어 있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해져요(로드 글라이드와 배치가 달라요). 여전히 고풍스러운 물품을 보유하며 즐기는 마음이랄까요. 디지털 계기반이 일반적이지만 여전히 바늘의 움직임은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지만 요즘 모델답게 디지털도 품었습니다. 계기반 하단 모니터는 디지털이에요. 옆에는 스피커도 달려 있습니다. 선을 연결하면 애플카플레이도 작동하죠. 달리면서 굳이 음악을 들어야 하나 싶지만, 있으니 틀게 되더라고요. 또 틀어보니 왜 스피커 있는 모터사이클을 고급으로 치는지 알겠더라고요.
어깨가 움찔움찔, 신나요!
세나로 듣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고개를 숙여 페어링에 숨으면 120으로 달려도 꽤 잘 들립니다. 느긋하게 80으로 달리면 라이딩 BGM이 아주 생생하게 들리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잘 조합한 형태. 할리데이비슨이 잘하는 부분입니다. 변한 거 하나 없는 듯한데 알고 보면 이것저것 시대 변화를 반영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할리다운 형태와 질감은 유지하죠. 할리데이비슨이 긴 세월 자기 영역을 구축한 이유일 겁니다.
양양까지 가는 길은 한계령 전까지 쭉 뻗은 도로가 이어집니다. 국도지만 고속국도라서 호쾌하게 달리기 좋죠. 고급스런 소파에 앉아 마음껏 스로틀을 비틀었습니다. 페어링에 숨으면 바람도 한결 줄어들거든요. 예전에 아이언883 타고 달렸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피로가 덜 쌓였어요. 달릴 때면 무게감이 안정감으로 바뀌기도 하니까요.
한계령 와인딩을 아주 천천히 돌았습니다. 한계령에 오니 날씨가 흐려지고 안개가 끼더라고요. 그건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사실 운치를 즐기려고 천천히 돈 건 아니에요. 덩치 큰 녀석을 밀어붙일 실력이 안 되니 유랑하듯 달렸죠. 그러면 어떻습니까. 상황에 맞춰 실력에 따라 달리는 즐거움이 있죠. 한계령 풍광 즐기며 달리는 맛도 있으니까요.
함께 달리는 라이딩 버디들이 보조를 맞춰줘서 더 즐거웠죠. 한적한 곳이기에 주행 영상도 찬찬히 찍을 수 있었죠. 자신이 달리는 모습을 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이럴 때 찍어놓으면 두고두고 즐겁죠.
양양 인구해변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다음은, 뭐 없습니다. 잘 도착했다고 말하고 나서 숨 좀 돌렸다가 서핑 교육 받고 서핑하는 거죠. 그게 행사 프로그램의 전부예요. 부담없이 몇몇 친구들끼리 놀러온 것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이 준비하는 사자성어 소규모 투어는 그런 분위기예요. 꽉 짜인 일정대로 돌아가는 행사와는 달리 자유분방하죠. 그래서 더 기다렸나봅니다.
다음날은 아침 먹고 헤어져요. 이후 일정은 없습니다. 더 놀고 싶은 사람은 양양에 즐비한 해변에 가서 놀면 됩니다. 집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라이딩 2막을 열면 되는 거죠. 참 가볍고 여유롭죠? 할리데이비슨은 그냥 라이딩할 계기를 마련해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친구와 함께 탈 기회를 제공한 거죠.
물론 행사를 기획할 때 이런 의도는 있었을 겁니다. 다른 기종 타는 친구가 같이 와보니 할리가 좋아져서 할리로 바꾸는, 그런 극적(?)인 결과 말이죠. 실제로 행동에 옮기든 그렇지 않든, 같이 달릴 계기는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함께 달리며 즐길 기회가 살다 보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할리데이비슨도 이 점을 염두에 뒀겠죠.
섭국으로 해장하고 저마다 갈길을 갔습니다. 처음 먹어봤는데 속이 확 풀리더라고요. 다음에 다시 먹어봐야겠습니다.
하루 더 달리고 싶었지만 서울로 복귀하는 라이딩 2막을 택했습니다. 다행히 어제와 달리 날이 화창했어요.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를 보며 달리는 쾌감은, 역시 멀리 달려올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유라시아 횡단 하면서 지중해 보며 달린 기억도 잠시 스쳤어요. 역시 바다 끼고 달리는 코스는 해외든 한국이든 마음이 바삭거릴 정도로 상쾌합니다. 달리고 또 달려도 질리지 않아요.
이번 투어는 한 마디로, 꽉 찬 1박2일이었습니다. 다음에는 7번 국도를 제대로 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서쪽으로, 서울을 향해 달렸습니다. 여전히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고급 소파에 앉아서 달리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어요. 그러면서 묵직한 기계덩어리를 부리고 있다는 뿌듯함도 차오르게 했습니다. 왜 스트리트 글라이드가 할리의 대표 모델인지 몸으로 느끼며 돌아왔죠.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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