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두루두루 어드벤처, 스즈키 브이스트롬 1050XT

더로드쇼 2020. 6. 23. 12:16
반응형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스즈키 브이스트롬 1050XT입니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도 올렸습니다. 보시고 채널 구독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OAzBfKKILuw

2019년 에이크마(EICMA)에서 처음 공개했을 때 우선 디자인이 눈에 확 뜨였죠. DR-빅이라고 1980년대 후반에 활약한 랠리 머신 디자인을 차용했어요. 보통 네이키드에서 레트로 디자인을 차용하는데 어드벤처에서도 볼 수 있어 신선했죠. 어드벤처 모터사이클도 옛 느낌으로 나올 때가 됐는데 했는데, 역시 나왔습니다.

사실 DR-빅을 몰라도 상관없어요. 1980년대 랠리 머신은 한국에선 너무 멀긴 하잖아요. 그런가보다, 하죠. 결국 중요한 건, 디자인을 계승해서 1050XT 외관이 괜찮냐, 하는 점이죠. 유산이고 레트로고 다 좋지만, 결과물이 보기에 안 좋으면 무의미하니까요.

1050XT의 디자인은 아무런 설명 없이 보기에도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해요. 옛날 모델처럼 투박한 맛을 디자인 재미로 끌어들인 모델이니까요. 요즘 듀얼퍼퍼스는, 세련되고 첨단 모델 같은 느낌을 강조하죠. 브이스트롬 1050XT는 오히려 투박해서 더 끌립니다. 그 차이는 확실히 차별점이자 장점이죠.

헤드라이트가 사각형입니다. 스즈키가 선보인 또다른 유산 부활 프로젝트인 카타나의 헤드라이트와 같습니다. 요즘 듀얼퍼퍼스와는 확실히 다른 눈매죠. 연료탱크를 감싼 차체 카울은 직선을 툭툭 그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은, 그런 외관에 발칙한 색을 입혔다는 점이죠.

검정 모델도 있지만 노랑과 파랑을 조합한 스즈키 대표 색이나 주황 같은 붉은색과 흰색을 조합한 DR-빅 고유 색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투박해 보이는 차체 선과 만나면 꼭 옛날 프라모델처럼 정겹습니다. 모양과 색을 절묘하게 조합하며 레트로 느낌을 더욱 진하게 표현해요.

생김새만 보고 타보고 싶었어요. 그런 모터사이클이 있어요. 레트로와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성향을 자극한 모델이었죠. 처음 보는 순간, 출시하길 기다렸습니다.

어느덧 해가 바뀌고 스즈키 브이스트롬 1050XT가 출시했더라고요. 시간 잘 가죠.

 

마침 모토이슈에서 연합 시승을 해보자고 연락해왔어요. 모터사이클 미디어 선후배들과 함께 탈 기회가 생겼습니다. 모터사이클도 타고, 탄 소감도 공유하고, 겸사겸사 캠핑도 하자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없었죠. 

photo by 모토이슈

목적지는 포천의 글램핑장으로 잡았습니다. 아침 일찍 상계동 맥도날드에서 만나 북쪽으로 달렸죠. 평일 아침이라 교통량은 많지 않았어요.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탁 트인 도로에서 브이스트롬 1050XT를 즐길 수 있었죠.

photo by 모토이슈

공도에서 타보니 은근히 부드럽고 편해요. 전자식 스로틀이 유순해요. 게다가 출발하면서 자동으로 회전수를 어느 정도 높여줘서 클러치를 붙일 때 더욱 수월하죠. 출발하거나 저속에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처음 타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죠.

그렇게 부드럽게 감각 익히고 적응하면 민첩하게 탈 수 있습니다. 주행모드는 A, B, C로 나뉘는데 A가 다른 모델의 스포츠 모드로 볼 수 있죠. 그런데도 괄괄하지 않아요. 쾌적한 느낌이랄까요. B나 C는 더 부드럽죠. 공도에서 탈 때는 출력을 쾌적하게 뽑아쓰기 위해 주로 A로만 놓고 달렸죠. 그만큼 초중반에 성격을 드러내지 않고 부드러움을 앞세웁니다. 

대신 6000rpm 가깝게 회전수를 높이면 괄괄한 느낌이 들어요. 엔진 음색이 달라지고 몸도 떨어대면서 꽤 짜릿하게 주행하게 합니다. 밀어붙이는 느낌, 리터급인데 쥐어짜는 느낌이 들면서 라이더를 자극하죠.

스즈키는 브이스트롬 1050XT를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라고 명명했습니다. 그 스포츠에 해당하는 재미가 6000rmp 이상에서 나타나는 느낌을 뜻하는 거겠죠. 거기까지 올리지 않고 타면 지극히 편안합니다. 그 선을 오가는 재미가 있어요. 원하는 대로 타면 되는 거죠.     

반응형

포천에 도착해선 임도도 타봤죠. 알루미늄 삼박스를 캠핑장에 떼놓고 한결 가뿐한 느낌으로 출발했죠. 삼박스를 떼니 확실히 거동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동안 타고 오면서 익숙해졌으니 한층 몸에 착 붙는 느낌으로 달렸습니다.

미리 도착한 사람이 타고온 브이스트롬 1050XT는 듀얼 타이어 장착한 모델이었습니다. 붉은색에 흰색 조합 모델이었는데, 딱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루미늄 박스까지 떼니 DR-빅의 복각 모델처럼 보여서 꾸미지도 않았는데 꾸민 느낌이 들었어요. 1050XT라면 노란색에 파란색 조합을 일순위로 생각했는데 이 색 조합도 괜찮았습니다.     

임도에 타기 전에는 살짝 걱정도 했습니다. '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라고 명명한 만큼 오프로드에서 고생하는 거 아닌가 싶었죠. 물론 임도가 심하게 거칠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평평한 흙길도 아니었습니다. 고저차가 있었고 물길이 나 있어 길 여기저기 고랑처럼 패인 곳도 많았죠. 많은 사람이 탈 만한 그런 임도였어요. 

대수롭지 않게 잘 달리더라고요. 계속되는 충격도 서스펜션이 잘 품어주고요. 오프로드 비중이 높은 타이어가 아닌데도 말이죠. R 1250 GS처럼 얘가 다 해주는구나 싶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편하게 즐길 정도는 됐습니다. 지상고가 낮아서 언더가드는 꼭 달아줘야겠지만요.

쭉 뻗은 도로, 와인딩, 임도까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로 즐길 수 있는 코스종합세트를 즐기니 브이스트롬 1050XT의 성격이 어느 정도 감이 잡히더라고요. 

전 브이스트롬 1050XT를 '두루두루 어드벤처'라고 불렀습니다. 균형 감각 좋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해요. 게임 캐릭터 보면 능력치를 그래프로 표기하잖아요? 그럴 때 브이스트롬 1050XT는 능력치가 오각형에 고루 분포하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우선 DR-빅의 디자인을 차용해 시각적 재미를 줍니다. 듀얼퍼퍼스 생김새가 좀 천편일률적이잖아요. 거기에 새로운 양념을 쳤습니다. 의외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사는 사람 좀 있을 거예요.

이런저런 주행 관련 안전/편의 장치를 추가해 심리적, 실제적 만족도도 높지요. 경사로 오토 홀드 기능이라든가, 내리막길에서 제동할 때 앞이 크게 내려가지 않도록 뒤도 연동해서 제동해주는 기능, 출발할 때 토크 어시스트 기능 등등 뿌듯해지는 기능이 꽤 있어요.

무지막지한 출력은 아니지만, 넉넉한 편이죠. 게다가 초반에는 다루기 쉽게 부드럽고, 쥐어짜면서 달리다 보면 은근히 짜릿한 맛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접근하기 편하면서 익숙해지면 새로운 영역에서 재미도 주는 셈이죠.

게다가 오프로드에서 부족할 줄 알았는데 어지간한 임도는 재밌게 달릴 수도 있어요. 시트고도 심하게 부담스럽지도 않죠. 175cm인 제 입장에선 850mm 시트고가 마지노선이에요. 이보다 높으면 무게가 아주 가벼워야 탈 만하죠. 

 

그러면서 이 모든 요소를 묶는 가격도 준수합니다. 어쩌면 이 가격이 마지막 방점을 찍어줄지 모르죠. 예전 브이스트롬 1000도 그랬다시피.

종합해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능력치가 고루 괜찮습니다. 그 말은 곧, 어느 하나 특출난 대표적인 매력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 뜻은 또 보는 시선에 따라 두루두루 쓰임새가 많다고 생각하게 하죠. 그래서 두루두루 어드벤처!

 

스즈키가 브이스트롬 1050XT를 내놓으면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이런 마음으로 만든 듯해요. 신형이 출시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안 타던 사람도 관심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에게 브이스트롬 1050XT처럼 두루두루 쓰임새 좋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은 괜찮은 선택이죠.

브이스트롬 1050XT는 듀얼퍼퍼스로 산을 공략하고 싶은 도전정신 가득한 사람이나, 더 높은 출력으로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부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만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타는 건 아니죠. 가볍게 모토캠핑을 즐기면서, 장거리도 편하게 가고, 오솔길도 살짝 들어가서 색다르게 라이딩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거죠. 그런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요소를 절충해서 도달한 결론으로 브이스트롬 1050XT이 은근히 유혹할 겁니다.

캠핑 투어를 떠난 그날, 우린 즐겁게 탔거든요. 딱 그렇게 즐길 수 있죠.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OAzBfKKILuw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