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느긋하게 달릴 땐 역시, 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

더로드쇼 2020. 5. 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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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입니다.

 

유튜브 채널에도 영상 올렸습니다. 재밌게 보시고, 구독!

https://youtu.be/oYLrQ4KeCMY

5월이 되니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부르는 날씨가 유혹하네요. 일하느라 화창한 날씨를 바라만 볼 때가 많았는데 어느날 결심했습니다. 하루 작심하고 느긋하게 타보자! 마침 자동차 시승하면서 봐둔 라이딩 코스가 있었어요.

 

지방도 391번. 북한강 강변 남쪽으로 달리다가 다시 강변 북쪽으로 달리는 코스예요. 주말이면 쁘띠프랑스 가는 차량으로 정체가 심하겠지만, 평일에는 한갓져서 좋더라고요. 이미 유명한 코스지만, 391 지방도를 따라 달리니 새롭더라고요. 편도 1차선 길이어서 느긋하게 풍경 음미하며 달리기 좋아요. 강변이라 운치 있거든요.

 

길은 정했으니 뭘 타고 갈까 생각했죠. 답은 나왔습니다. 느긋하게 달리기엔 할리데이비슨만 한 모터사이클이 없죠. 2000-3000rpm인 할리의 영역은 느긋할 수록 맛이 진하니까요. 그 중에서 스포스터 라인업, 또 그 중에서 슈퍼로우를 골랐습니다. 느긋하게 달리기로 작정했으니 할리데이비슨 공랭 중 가장 부담없고 기본인 모델을 타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스포스터 라인업에서 아이언883만 눈에 들어왔어요. 워낙 유명한 모델이니까요. 1200 에볼루션 엔진에선 역시 포티에잇이 눈길을 사로잡았고요. 다른 모델은 글쎄, 하고 신경 안 썼죠. 하지만 이것저것 타보니 라인업의 다른 모델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다들 태어난 의미가 있고 맡은 역할이 있으니까요. 호기심이 생겼죠. 그러다가 슈퍼로우에도 눈길이 머물렀어요.

 

처음에 슈퍼로우는 뭐랄까... 아이언883이나 포티에잇, 로드스터 같은 개성 강한 모델 틈에서 좀... 올드해 보였죠. 무광 검정으로 묵직하게 누르지도 않은, 어딘가 힘이 빠져 보인달까요. 전형적인 크루저답긴 한데 그러면 더 거대한 소프테일 라인업이 눈에 들어왔죠.

 

달리 생각하면, 슈퍼로우의 존재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크루저의 기본을 즐기면서 부담없이 타고 싶은 사람에게는 제격인 모델. 형태 자체도 다른 스포스터 모델에 비하면 고전적이잖아요. 이런저런 장식이나 양념 없이 딱 기본 모델의 담백함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죠.    

 

슈퍼로우에 앉아 핸들바를 잡는 순간.

"아, 편하다!"

 

지금껏 할리데이비슨을 여러 대 타봤지만 이렇게 자세가 편한 모델은 처음이었어요. 신장 175cm에게 딱 맞춤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핸들바 높이와 거리, 미들 스텝인 풋페그 위치가 제 몸에 딱 알맞더라고요. 시트도 푹 낮고요. 아이언883만 해도 키가 좀 컸으면 편하겠다 싶었거든요.

 

자세가 편하면 금세 모터사이클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적응하는 기간이 줄면 그만큼 라이딩을 즐길 시간이 길어지니까요. 슈퍼로우는 거의 타자마자 친해졌어요. 이래서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할리데이비슨인가 봅니다. 적응할 필요 없이 바로 슈퍼로우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391번 지방도에 돌입했습니다. 자동차로 지나갔을 때와는 확실히 피부에 닿는 상쾌함이 다릅니다. 차 안에서는, 창문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길을 지나가며 감상하는 수준이거든요. 모터사이클로 타고 오니 경치를 보는 관람객이 아닌 경치 속에서 같이 공연하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죠. 보다 밀착해서 길이 주는 감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나뭇잎의 초록색이 길의 배경처럼 이어져 산뜻한 기분이 온몸을 감쌉니다. 스로틀을 비틀면 재생 속도 조절하듯 천천히 혹은 빠르게 지나가면서 일상과는 다른 형태로 길을 만들어줘요. 속도를 줄이면 냄새마저 생생해지고, 속도를 높이면 흘러가듯 보이는 경치가 신선하죠. 봄이구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죠. 이때 라이딩하면 언제나 즐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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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모터사이클을 타는 거겠죠. 특히 할리데이비슨은 이렇게 느긋하게 달릴 때 매력적이고요. 슈퍼로우는 무척 부드럽게 길을 나아가게 합니다. 자세가 편하니 기본적으로 몸에 힘이 빠져 부드럽습니다. 엔진 느낌이나 출력을 뽑아내는 반응도 매끄럽고요. 앞바퀴가 작은 점도 영향을 미쳤겠죠. 다른 모델보다 부들부들한 감각이 꼭 자세 때문만은 아닌 듯해요. 

 

순정인데도 약간 위로 솟은 핸들바가 적당히 당당하게 달리게도 합니다. 어차피 편도 1차선 지방도이기에 빨리 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길을 나아가면 부드러우면서도 다부진 느낌이  즐겁더라고요. 무게도 할리치고는 가벼운 편이니 달리기 시작하면 은근히 민첩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다리 아래에서 883 에볼루션 엔진이 떨어대면 역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슈퍼로우든 아이언883이든, 엔진의 맛은 차이가 없으니까요. 

 

자세가 편하니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슈퍼로우를 부릴 수 있습니다. 장르가 어떻든 모터사이클이 몸에 착 붙으면 그만큼 달릴 때 즐겁죠. 쇳덩어리가 매끈하게 움직여주는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슈퍼로우를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은데 전형적인 크루저의 맛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강변에서 잠시 쉬면서 슈퍼로우를 감상했습니다. 라이딩을 즐기다 한적한 곳에서 모터사이클을 바라보는 맛도 꽤 쏠쏠하죠. 공랭 883 에볼루션 엔진의 시동을 끄니 타닥타닥, 하면서 공랭다운 소리를 냅니다. 내리면서 이 소리를 들으면서 라이딩의 여운을 즐길 수 있죠. 자식, 열심히 달려줬군.

 

슈퍼로우는 스포스터 라인업이지만 크롬을 많이 썼어요. 할리의 기본, 하면 크롬이니까요. 엔진색이 콘크리트 회색이라 어딘가 비어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 빼고는 크롬 느낌이 잘 어울립니다. 아담한 듯하지만 사실 슈퍼로우도 그리 작아 보이진 않아요. 그냥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기본적인 형태이자 크기죠.

 

아무래도 연료탱크가 스포스터 라인업과 다릅니다. 옆으로 퍼진 형태죠. 소프테일 라인업보다는 작아요. 그래서 아담하게 느껴지나봅니다. 스포스터의 개성 측면에서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유용한 형태예요. 기름도 많이 채울 수 있고, 스텝에 발을 올리면 무릎이 착, 옆에 붙습니다. 이런 점이 한층 자세를 편하게 했겠죠. 

 

민첩하게 움직이긴 하는데 스포티하게 타면 스텝에 달린 뱅킹센서에 쉽게 닿더라고요. 코너 돌 때 깜짝 놀랐어요. 좀 타시는 분들은 드륵드륵 뱅킹센서 갈고 타신다는데, 전 경험이 미천하여 드륵, 긁히면 라인이 흐트러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느긋하게 돌았죠. 

 

시승한 모델에는 윈드실드, 텐덤시트, 시시바, 혼 커버 같은 걸 달아놨습니다. 편의 파츠죠. 이것저것 달아놓으니 조금 아저씨 같은 느낌도 드네요. 슈퍼로우를 보니 커스텀 베이스로도 좋은 듯해요. 스포스터 라인업이 다 커스텀 베이스로 좋지만, 슈퍼로우는 가장 기본 형태라 아무래도 자기 취향을 넣기 좋겠죠. 뻗어나갈 방향성도 무궁무진하겠고요.

 

저라면 일단 자세가 편해서 핸들바 같은 기본 형태는 놔두고 좀 덜어내는 커스텀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조금 더 느긋하게 타려면 포워드 스텝도 괜찮을 듯하고요. 탱크를 랩핑하거나 도색하고 시트 정도만 바꿔도 확 달리지겠네요.

 

이런저런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모터사이클은 타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한몫하죠. 거창한 커스텀이 아닌 드레스업만으로도 자기만의 인장을 남긴 듯 뿌듯해지잖아요. 게다가 바꾸고 덧붙이고 덜어내면서 재미를 찾는 데 특화된 브랜드가 또 할리데이비슨이니까요.

 

강변길을 몇 번이나 왕복했는지 모르겠네요. 길도 한적하고 날씨도 좋은데 할리 고동까지 더해지니 뭘 더 바랄까요. 다른 모터사이클은 스로틀을 비틀어야 제대로 자극을 받는데 할리데이비슨은 느긋해도 라이더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 영역을 펼쳐줍니다. 탈수록 많은 생각이 들어요, 할리는. 

 

시내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시내까지 남은 길이 있으니 또 만끽해야죠. 1부 끝나고 2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도 금세 사라질 테니 하루라도 더 타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oYLrQ4KeC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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