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위풍당당 크루저,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더로드쇼 2020. 9. 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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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랜드에서 시승 기회와 지원금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114입니다.

 

영상으로 보실 분은 아래 링크로. 

https://youtu.be/VWWK_bIMO0Y

 

할리데이비슨에서 팻보이는 아이콘 같은 모델이죠. 할리데이비슨 라인업마다 아이콘이 있긴 해요. 사실 아이콘이 너무 많기도 합니다. 각 라인업마다 대표로 꼽을 만한 모델이 여럿 있거든요. 그만큼 할리데이비슨이 각 라인업마다, 그 속의 각 모델마다 신경 써왔다는 얘기죠. 각 모델마다 팬층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팻보이를 할리데이비이슨 소프테일 라인업의 아이콘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겁니다. 팻보이는 1990년에 탄생해 소프테일 라인업의 얼굴마담으로 할리 부흥의 역사를 썼습니다. 스테디셀러로서 미국 대중문화에도 많이 등장했죠. <터미네이터 2>에서 아놀드 형님의 모터사이클로 각인됐습니다. 팻보이 타고 트럭을 쫓으며 샷건을 쏘아대던 그 장면. 나중에 그때 그 모터사이클이 팻보이인 줄 알았어요. 아놀드 형님에겐 그리 커보이지 않았는데.

소프테일 라인업은 전통과 현대 감각을 할리데이비슨 나름대로 조합한 풍요로운 크루저 군단입니다. 소프테일 라인업이 아메리칸 크루저의 다채로운 커스텀을 표현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투어링 모델처럼 배기량 꽉 채운 V트윈 엔진을 품어 박력을 놓치 않았어요. 그러면서 뒤 서스펜션이 없던 시절의 디자인적 유려함도 챙겼습니다.

 

뒤 서스펜션 없는 하드테일처럼 보이지만 시트 아래 서스펜션을 숨겨 미감과 안락함을 둘 다 잡았습니다. 소프테일이 그런 엔지니어링에서 기인한 명칭이라고 알았을 때 달리 보이더라고요. 옛 형태를 유지하려는 할리데이비슨의 고집도 느껴지고요. 그러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흐름도 알겠고요. 

팻보이는 2018년에 밀워키 에이트 엔진 품고 새롭게 달라졌습니다. 팻보이를 보고 처음 떠오른 단어는 '볼드(Bold)'였어요. 전보다 더 선이 굵어졌죠. 이름을 들으면 뚱뚱한 모습이 연상되지만 PT 제대로 받고 근육량을 키운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낮고 응축된 모습이죠. 그러면서 몇몇 요소가 볼드로 강조한 것처럼 굵습니다. 여리여리한 부분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아요. 이곳저곳 꽉 채우고 모서리를 매끈하게 다듬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미래적으로 보이기까지 했어요. 헤드라이트와 휠의 영향이 컸죠. 헤드라이트와 그 주변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서 두툼합니다. 라이트와 포크를 하나의 쇳덩어리로 채웠죠. 물론 반짝거리는 크롬을 입혔습니다. 포크 역시 가운데가 두툼한 방망이 형태예요. 고전적인 형태면서 팻보이 전면 인상과도 어울리죠. 

그 밑에 두툼한 타이어와 솔리드 휠이 있습니다. 벤츠에서 마이바흐를 새로 냈을 때 솔리드 휠을 썼죠. 그때 인상이 강했어요. 휠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고전적이면서 고급스러웠죠. 솔리드 휠은 팻보이의 상징 요소이기도 합니다. 출시할 때부터 솔리드 휠을 내세웠으니까요. 이후 솔리드 휠에 총알 구멍을 넣어 또 다른 상징으로 확장했는데, 최신 팻보이에는 전통으로 회귀했다고 합니다. 대신 휠 테두리를 멋스럽게 가공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기어 같아요. 꽉 들어찬 느낌이 확실히 남다른 모터사이클로 보이게 합니다.  

그뒤로 밀워키 에이트 114 엔진이 차체 가운데를 차지합니다. 시트고는 675mm. 할리데이비슨 중에서도 낮은 편이죠. 시트고가 낮을수록 낮게 깔린 무게 중심이 더욱 살아납니다. 높이 적당하고 편하게 뒤로 꺾인 핸들바와 만나 적절한 자세를 연출하죠. 과하지 않고 딱 크루저의 편안한 그 느낌을 구현합니다.  

그리고 뒷바퀴. 무지막지하다고 표현할 만큼 두툼한 뒤 타이어가 중심을 잡습니다. 앞바퀴는 일반적인 모터사이클 뒷바퀴 두께라면 팻보이의 뒷바퀴는 240mm의 광폭 타이어니 자동차 타이어 같습니다. 거기에 역시 솔리드 휠이 꽉 들어찼으니 묵직할 수밖에 없죠. 짧게 자른 뒤 펜더가 타이어를 더욱 부각합니다. 볼드한 느낌의 하이라이트는 확실히 앞뒤 휠이에요. 보고 있으면 압도되는 기분이 있어요.

앞뒤 휠의 느낌을 잇는 머플러도 두툼합니다. 처음에는 좀 심심하게 생겼다 싶었는데 볼수록 잘 어울리더라고요. 꽉 채운 휠의 금속성을 무심하게 툭, 이어나가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볼드 강조를 헤드라이트에서부터 뒷바퀴까지 빠짐없이 유지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거대한 쇳덩어리 같다고 많이들 표현하잖아요? 그 중에서도 팻보이는 그 물성을 가장 잘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소프테일의 대표 모델이 된 거겠죠.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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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찬찬히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이건 호불호를 떠나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커다란 쇳덩어리가 눈앞에 반짝거리며 빛내고 있으니까요. 그걸 실제로 보면 감탄 같은 탄성이 툭, 목구멍을 비집고 나옵니다. 보디빌더 선수의 팔뚝처럼 건드리면 터질 듯한 팽팽함을 유지하는 크롬 쇳덩이의 이질감. 확실히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죠.

앉아서 출발할 준비를 하면 무척 편합니다. 크루저가 다 편하다지만 각기 자세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핸들바 위치, 시트고와 시트 형상에 따라 느끼는 감각이 다릅니다. 팻보이는 서서 보던 그 위압감과는 달리 앉으면 편합니다. 시트고도 낮지만 시트 형상도 편합니다. 말안장의 앞부분이 홀쭉해요. 앉아서 양발을 많이 벌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만큼 다리가 편하죠. 훨씬 안정적으로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하체로 딱 지지하면 무게감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거든요.

그 상태로 팔을 얹듯 핸들바를 잡을 수 있습니다. 양옆으로 휙휙 차체를 움직여보면 의외로 수월해요. 낮게 깔린 무게와 두툼한 타이어가 안정적인 느낌을 배가하죠. 미묘한 차이가 은근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크루저가 다 비슷한데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이유입니다. 역시 모터사이클은 앉아서 타봐야 제대로 알 수 있죠. 불변이에요.

당연히 자세가 편안하니 주행할 때도 한결 여유롭습니다. 마음이 여유로우면 느낌도 풍부해집니다. 시동 걸고 시트 아래를 툭툭 치는 밀워키 에이트 114 엔진의 고동을 더욱 선명하게 즐길 수 있죠. 스로틀을 천천히 감아 육중한 차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즐거움도 살아납니다.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과감하게 스로틀을 열어 차체의 박력을 즐기기도 수월하죠. 생긴 것과 다르게 팻보이는 상당히 친절합니다.

주행할 때 착 깔리는 듯한 느낌이 신선해요. 할리데이비슨이야 다 무게중심이 낮지만, 팻보이는 더 낮은 느낌이에요. 시트고와 타이어 두께, 휠 무게 등등 영향을 미쳤겠죠. 그러면서 매끄럽고 또 부드럽게 움직여요. 노면을 더 잘 눌러주면서 달리는 느낌입니다. 서스펜션도 은근히 노면 충격을 잘 걸러주고요.

볼드 강조한 차체를 편하게,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은근히 쾌감을 선사해요. 크고 무거워서 부담스러운데, 하는 마음은 금세 사라집니다. 그 걱정 대신 크고 무겁지만 재밌게 탈 수 있겠는데, 하는 성취감이 자리를 차지하죠.

한 가지 낯선 감각은 선회할 때입니다. 타이어가 두툼하니 생각보다 코너 라인이 커져요. 뒷타이어가 일어서려는 감각도 있고요. 오뚜기 같은 감각은 팻밥 때도 경험했습니다. 둘의 차이는 팻밥은 팻보이에 비해 (약간이지만) 시트고도 높고 (다소) 공격적인 자세라 그 느낌이 재미 요소로 돋보였어요. 팻보이는 신경 써야 할 점으로 다가오네요. 보다 대범하게 차체를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속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죠.  

나중에 익숙해지니 느긋한 주행에서 벗어나 스로틀을 거칠게 비트는 횟수도 늘어났어요. 그러면 자상하게 달려주던 팻보이가 팽팽한 차체에 걸맞은 박력도 내뿜었죠. 그 사이를 냉탕, 온탕 오가듯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머슬 크루저의 양면성이 길을 달리는 내내 신나게 했죠.

햇살 좋은 날에 팻보이를 타고 시외로 나가니 즐거웠습니다. 사실 모터사이클 타고 밀리지 않는 길을 달리는 건 다 즐겁죠. 그 안에서 모터사이클 장르에 따라, 모델에 따라 더 생생해지는 감흥이 다를 뿐이죠. 팻보이는 전통 크루저의 기본 느낌을 만끽하게 해줬습니다. 차체를 감상하는 쾌감과 여유로운 주행 감각은 크루저의 전통적 재미니까요.  

달리기 전에는 팻보이만의 차체 비율과 장식, 특징적 요소에 눈이 즐거웠죠. 귀여운 이름과는 달리 압도적인 위압감이 잘 담겼어요. 크루저라고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제각각이잖아요. 그 다름을, 팻보이는 나름의 이질적인 요소로 신선하게 환기시킵니다. 팻밥도 그런 방식을 택하죠. 대신 팻밥은 좀 젊고 감각적인 방향이라면, 팻보이는 완숙한 방향으로 이끌어갑니다. 

달릴 때도 마찬가지예요. 팻밥은 주행 감각도 경쾌한 느낌입니다. 반면 팻보이는 진중하죠. 그 사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팻밥보다 팻보이에 더 끌리네요. 소프테일 라인업에서 팻밥을 1순위로 삼았는데, 팻보이가 자리를 꿰찼습니다. 크루저를 타본 경험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크루저를 바라보는 눈이 확장하는 듯해요. 예전에는 팻보이가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유명세는 높지만 좀 형상이 부담스러웠달까요. 이제는 팻보이의 남다른 장식과 전통 크루저다운 성격이 분명하게 다가오네요.

오랫동안 사랑받은 모델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팻보이가 소프테일의 상징으로, 할리데이비슨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설명하는 요소를 자기 식대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꽉 채운 쇳덩어리의 질감, 그러면서도 한껏 멋부린 감각은 팻보이를 인상에 남게 합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https://youtu.be/VWWK_bIMO0Y

*이 글은 브랜드에서 시승 기회와 지원금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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