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스포트 글라이드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스포트 글라이드 타고 인제 내린천로 달린 얘기입니다.
이름하여 할리로드 스포트 글라이드 편!
할리데이비슨 시승을 많이 하는데 타면서 어울리는 길을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길을 음미하는 데 할리데이비슨만 한 모터사이클도 없으니까요. 너무 와인딩도 아닌, 그렇다고 직진만 있지도 않은 길이 할리와 어울리죠. 그런 곳을 찾아 종종 할리로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실 분은 링크 클릭>
https://youtu.be/L6jIoXFcUVI
이번에는 인제로 떠났어요. 인제에서 아우디 트랙 행사가 있었거든요. 딱이다 싶었죠. 인제에는 내린천로라는 빼어난 길이 있으니까요. 내린천로는 인제 스피디움을 오가면서 접한 도로예요. 매번 탈 때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길이죠. 내린천로를 타기 위해 굳이 인제까지 가도 될 만한 길입니다.
길이 좁지도 넓지도 않고, 굴곡이 심하지도 없지도 않거든요. 적당한 속도로 적당한 리듬을 즐기기에 최적화한 길이죠. 오른편에는 내린천이 시원하고 고즈넉하게 흐르고요. 폭이 넓고 풍광이 좋습니다. 라이딩 코스에 강변은 언제나 진리죠.
인제 내린천로를 달릴 모델로 스포트 글라이드를 낙점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의 크루즈 변주 솜씨를 볼 수 있는 모델이죠. 우선 이름으로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뒤에 글라이드가 붙었어요. 글라이드는 활공하다, 미끄러지듯 움직이다 뭐 이런 뜻이죠. 할리데이비슨에선 투어링 모델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앞에는 스포트가 붙었죠. 단어 그대로 역동적으로 달릴 수도 있다는 뜻이죠. 조합하면 민첩한 크루저이자 투어링으로서 면모도 품었다는 얘기죠. 외관만 봐도 이름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투어링처럼 작은 페어링과 듬직한 사이드박스가 달려 있어요. 그런데도 투어링 모델들처럼 육중한 느낌보다는 날렵한 인상입니다. 무려 크루즈컨트롤도 있어요. 이렇게 또 할리가 변주를 했네요. 크루저로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선보이겠노라 선포하는 할리의 변주죠.
스포트 글라이드는 처음부터 눈에 확 띄는 할리 모델은 아니에요. 대표 모델들이 워낙 팬층도 두텁고 상징성도 획득했으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스포트 글라이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죠. 그런데 여러 할리데이비슨 모델을 타보면서 변주 모델의 재미를 알았죠. 스포트 글라이드는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했습니다.
인제 내린천로로 가는 길은 단순합니다. 동쪽 라이딩 코스를 따라 가면 나오죠. 양만장을 지나 6번 국도를 타다가 44번 국도로 바뀌며 직진, 직진, 또 직진 코스입니다. 양평 지나 홍천, 홍천 지나 인제까지 표지판만 보고도 갈 수 있는 길이죠. 홍천 시내가 아닌 인제 쪽으로 가는 우회전만 놓치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44번 도로를 따라 쭉 달리는 길은 동쪽 투어 코스의 정석이죠. 누구나 자기 최고속을 경험할 정도로 길도 좋고 교통량도 적어요. 스포트 글라이드로도 편하게 속도도 즐겨봤죠. 직선이 주라서 오직 엔진 필링에 집중하며 달릴 수 있었죠.
이 길에서 스포트 글라이드의 이름에서 스포트가 선명해졌습니다. 유로 5 엔진으로 바뀐 밀워키에이트 엔진 특성일지도 모르겠네요. 스포트 글라이드는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을 품었습니다. 배기량은 1745cc. 스트리트 밥 시승할 때도 느꼈는데 보다 확실해졌습니다. 기분 좋게 리드미컬한 고동인 할리의 영역은 확실히 먼저 찾아옵니다. 예전에는 RPM 2500 크루징 때 느껴졌는데 이젠 RPM 1800-2200쯤 형성됩니다.
2500쯤부터는 선이 굵은 진동이 느껴지죠. 보통 이럴 때 기어를 높여 다시 할리의 영역으로 갑니다. 스포트 글라이드는 회전수를 더 높이니 또 새로운 맛을 보여주네요. 거친 진동이 빨라지면서 보다 화끈한 쇳덩어리로 바뀝니다. 그만큼 힘은 폭발하고요. 그 영역으로 올라가는 게 거북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겠네요.
어떤 면에서 고회전이 매끄러워졌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여기서 매끄럽다는 뜻은 할리데이비슨의 세계에 한정한 뜻입니다. 고회전의 영역도 마찬가지죠. 다른 브랜드 2기통에서 보여주는 매끄러움과는 질감이 좀 다르죠. 할리 치고 꽤 매끄럽다는 느낌이 드니 고회전으로 달리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쿠아아앙, 하면서 밀어붙이는 재미가 꽤 짜릿합니다.
이런 엔진 특성은 스포트 글라이드만의 특징보다는 유로 5 밀워키에이트 엔진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모터사이클 형태에 따른 미묘한 감각 차이일 수도 있고요. 할리데이비슨 모델은 형태에 따라 라이딩 질감이 좀 달라지니까요. 할리의 변주가 통하는 이유입니다.
미니 페어링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은근히 가슴 쪽으로 들이치는 바람을 부드럽게 하거든요. 작은데 실속 있습니다. 확실히 그냥 멋 이상의 기능도 발휘해요. 스로틀을 더 편하게 감을 수 있게 합니다. 저항이 적으니까요. 숙일수록 스로틀을 더 과감하게 감게 되죠.
페어링 위에 쫑긋, 솟은 윈드실드는 옵션이라고 하네요. 기본은 보다 짧습니다. 조금 더 긴 제품으로 바꾼 거라고 합니다. 이 옵션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가슴 쪽 바람을 부드럽게 걸러줍니다. 순정은 더 짧아서 바람이 더 거칠어지겠죠. 그게 더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절로 라이딩 평균 속도가 높아졌습니다. 인제까지 뻗은 길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스포트 글라이드 성격이 감고 싶어지게 합니다. 다른 글라이드 모델은 빨리 달릴 수 있어도 적당히 멈췄거든요. 적당히 달리는 게 더 기분 좋았으니까요. 스포트 글라이드는 스포트란 이름 붙은 모델답게 밀어붙이는 재미가 있네요.
내린천로는 44번국도 따라 가다가 인제터널 지나 합강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빠집니다. 합강교 건너 우회전하면 내린천로가 시작되죠. 그때부터 44번에서 31번국도로 바뀝니다. 직진 위주 길에서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길이 펼쳐집니다.
내린천로를 달리면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고속국도와는 다른 정취가 풍깁니다. 공기나 온도도 사뭇 다르게 느껴지죠. 완전히 다른 세계에 진입했다는 느낌에 달릴 맛이 납니다. 자동차라면 이 정도로 진하게 느끼진 못할 거예요. 어쨌든 공간 속에서 밖을 바라보는 거니까요. 모터사이클은 온몸으로 그 변화를 만끽할 수 있죠.
그런 점이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매력이죠. 그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 안 가본 길로 가보기도 하고요. 길 자체가 유희에 해당한달까요. 모터사이클은 이동수단이지만 분명한 레저로서 기능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떤 모터사이클을 타느냐에 따라 같은 길이어도 또 달라지고요.
스포트 글라이드는 핸들바가 낮아요. 낮고 운전자 쪽으로 당겨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넓고 낮은 비치 핸들바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아래로 꺾인 형태가 세퍼레이트 핸들 같기도 해요. 스포트와 글라이드의 성격을 적절하게 조율한 높이와 형태가 아닐까 싶어요. 허리 꼿꼿하게 세우면서 팔 내리고 타면 여유롭고, 의외로 엎드리고 달릴 때도 편합니다.
팔을 툭 떨어트리듯 살짝 핸들바 잡은 채 힘 빼고 달리면 때로 활공하는 기분도 들어요. 이름처럼요. 포워드 스텝이기에 다리 뻗으면 더 느긋한 자세를 취할 수 있죠. 그 상태로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내린천로를 달리면 산과 산 사이 계곡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죠. 빨리 달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흘러가듯이 길 따라 달리면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아니 빨리 달리지 않을 때 더 즐거운 모터사이클이 할리데이비슨이니 더 감흥이 진할 겁니다. 스포트 글라이드는 의외로 잘 누워서 코너 타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할리 기준에서요. 그럼에도 감으려던 스로틀을 적당히 풀게 됩니다. 이런 길에서 어떻게 타면 즐거운지 아니까요.
내린천로를 달리며 감탄하다 보면 인제 스피디움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계속 달려도 좋고, 인제 스피디움 2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어 가도 좋습니다. 내린천로에서 뻗어나간 더 좁고 은밀한 지방도를 훑으며 달려도 즐거울 겁니다. 새로운 길을 달리는 일 자체가 모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스포트 글라이드를 타기 전과 후에 외관 느낌이 달라집니다. 타기 전에는 좀 생긴 게 어중간하지 않나 싶었어요. 페어링은 작은데 사이드케이스는 두툼해서 비율이 똑 떨어지진 않죠. 하지만 타보고 나니 달라졌어요. 역시 모터사이클은 타봐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스포트 글라이드는 은근히 민첩한 크루저와 투어링 사이에서 딱 필요한 부분만 취했어요. 이것도 저것도 되는 틈새 모델다운 특징이죠. 틈새 모델이 대표 모델은 되기 힘들죠. 강력한 이미지 하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러 특징을 다 취해서 한 대로 여러 가지 다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알맞습니다.
느긋한 크루징도 즐기고 싶고, 밀어붙이면 역동성도 좀 느낄 수 있으면서, 장거리 투어할 땐 유용한 구석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스포트 글라이드는 각 용도에서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아요. 미니 페어링과 사이드박스, 크루즈컨트롤 조합이 투어링까지 용도를 확장하게 하죠. 한 대로 골고루 다 즐기게 합니다.
올라운드 모델, 좋아합니다. 제대로 즐기려면 성격별로 한 대씩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그런 점에서 한 대로 이것저것 적당히 해주는 모델에 관심이 쏠리죠. 스포트 글라이드는 성격 확실한 모델 사이에서 틈새를 공략합니다. 영역과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어요.
틈새 모델이라서 개체수가 적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에겐 단점이지만 또 특별한 모델 좋아하는 사람에겐 장점이죠.
스포트 글라이드의 미니 페어링은 독특한 느낌을 풍기죠. 처음에는 뭐지 싶었는데 갈수록 미니 페어링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미니 페어링이 확실한 인장처럼 스포트 글라이드를 차별화합니다.
돌아갈 땐 크루즈컨트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어요. 장시간 써본 건 이번에 처음이에요. 한결 편하긴 하더라고요. 특히 널찍하고 쭉 뻗은 44번국도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갈 때는 스포트를 올 때는 글라이드를 즐겼네요.
내린천로는 언제 가도 라이딩이 만족스럽죠.
한 번 가보세요. 모터사이클 타면 더할 나위 없고 차로 달려도 좋습니다. 탈 수 있을 때 타야 합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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