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산과 들로, 할리 팬아메리카

더로드쇼 2021. 9. 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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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은 할리데이비슨 팬아메리카를 타고 임도 산책 다녀온 얘기입니다.

 

영상으로 볼 사람은 링크 클릭.

https://youtu.be/kmj-qRxyjsM

팬아메리카는 미디어 행사에서 타본 적이 있습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번갈아서 시승했죠.

그때 이야기는 이곳에서.

https://youtu.be/y_86mZhmSco

만들어진 코스는 달려봤으니 일상에서 타는 느낌도 궁금했습니다. 팬아메리카가 제안하는 어드벤처 투어링에 걸맞은 코스로 달려봐야죠. 가볍게 임도 즐기러 가는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임도까지 편안하게 달려서 임도 즐기다가 다시 편안하게 공도로 돌아오는 짧은 모험입니다. 

마침 모토이슈의 이민우 기자와 함께 달렸어요. 둘 다 임도 주행 경험은 적어요. 난 기회 있을 때 몇 번 달려본 정도, 이민우 기자는 이제 흙길에 관심이 생긴 정도예요. 어드벤처 라이딩 저렙들의 의기투합이죠.

그래도 뭐 어떤가요? 오히려 경험이 적어서 별거 아닌 임도도 모험하듯 달리는 쾌감이 있죠. 딱 팬아메리카를 구입해 흙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임도를 향해 달렸습니다. 

행사 때 시승하며 할리데이비슨이 어떤 의도와 방향성으로 팬아메리카를 선보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모두를 위한 어드벤처까진 아니더라도 처음 어드벤처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에게 친절한 길을 제시해줍니다. 행사 때 타보고 팬아메리카와 조금, 아주 조금 친해졌죠.

팬아메리카는 부드럽고 다루기 쉽게 어드벤처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어렵지 않다고, 최대한 편하게 인도할 테니 용기 내 보라고 권하는 배려가 돋보였죠. 기존 할리데이비슨 크루저와 질감이 다르기에 그 배려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어요. 

안 해본 걸 해보려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난이도를 확 올려버리면 접근하기 힘들잖아요? 팬아메리카는 이모저모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즐길 수 있게끔 성격을 조율했어요. 그런 배려를 첫인상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원 숫자를 보면 마냥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에요.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죠. 오랫동안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습니다. 팬아메리카의 존재 의의랄까요. 다른 건 몰라도 기존 할리 타던 사람들이 흙길에 관심이 생기면 찾을 선택지로서 분명한 역할이 있죠. 브랜드 충성도라는 건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다른 어드벤처 바이크와 차별화한 디자인 요소도 그 부분을 건드립니다. 조류보다는 중전차 느낌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시승 행사 때는 공도 주행이 짧았어요. 이번에는 홍천까지 가며 매번 타던 익숙한 길을 달려봤죠. 전에는 짧게 타기도 했거니와 오프로드 코스를 훨씬 재밌게 타서 공도 주행 인상이 흐릿했습니다. 이번에 타보니 그 사이 친해졌다고 흐릿한 인상이 좀 또렷해졌어요.

초반 토크가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싶은 부드러움은 밀리는 시내에서 피로도를 줄여주더라고요. 그러다가 한적한 길에서 스로틀을 감아 밀어붙이면 또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려붙이죠. 오버리터 수랭 엔진의 출력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요. 출력을 뽑아내는 성격 차이지 절대 출력은 결코 낮지 않죠, 팬아메리카가.

시승차는 스페셜 모델이에요. 멈추면 알아서 차체를 낮춰주는 '어댑티브 라이드 하이(ARH)'가 적용됐죠. 'ARH'까지 작동하면 어드벤처 바이크 중에서 확실히 시트고가 만만해요. 다 내려가면 양발 앞부분이 편하게 닿습니다. 키 175인 내겐 딱 적당하죠. 무게까지 고려하면 더 높으면 피곤해집니다.

팬아메리카가 제원 무게보다 더 경쾌하게 다룰 수 있지만, 제원 무게가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달릴 때보다 멈추면 더 확연하게 느껴지죠. 그때 유용해요. 없는 것보다 있으면 다 유용한 법이죠. 특히 동양인에겐 은혜로운 기능입니다. 새로 시장에 출사표 던지는 모델로서 괜찮은 무기예요. 확실하게 시선 끄는 요소가 있고 없고 차이는 중요하니까요.  

확실히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어요. 홍천 임도까지 오는 동안 쾌적했어요. 방패 같은 윈드실드 뒤로 숨으면 고속에서도 스로틀을 더 감게 됩니다. 제원 무게보다 가뿐하게 느껴지는 체감 무게는 제법 경쾌하게 달리게 해요. 크기와 무게가 주는 안정감과 조종하는 즐거움이 주는 경쾌함을 적절하게 분배했달까요. 그러면서 출력은 오버리터죠. 장거리 투어링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제 어드벤처를 알아볼 때입니다. 초보 임도 투어의 정석, 며느리재를 살랑살랑 타기로 했습니다. 횡단하기 전에 임도 경험 쌓는다고 처음 가본 이후로 임도 탄다 하면 이곳을 벗어나진 못하네요. 그만큼 딱 좋아요. 흔히 말하는 비단임도예요. 비단길이라고 하는데 내 실력으로는 비단길인지 잘 모르겠고, 적당히 달리기 좋아요. 초보끼리 의기투합해서 가기 좋은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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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아메리카는 초반 출력이 부드러워 1단으로 놓고 임도를 탈 만합니다. 보통 임도는 2단 놓고 거의 전 코스를 돌죠. 팬아메리카는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힘이 부족한 느낌도 들어 1단을 놓고 탔습니다. 1단이어도 부드러워서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려 피곤하지 않아요. 상황에 맞춰 1, 2단 오르내리며 달렸습니다.

매일 임도 타는 게 아니라서 언제나 처음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이제 좀 경험치가 쌓여서 괜찮겠지 싶었는데 역시 처음에는 좀 헤매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자기 바이크로 쌓은 경험치가 아니라서 매번 적응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팬아메리카는 무게 배분과 출력 특성이 다루기 편해서 조금 타면 익숙해집니다. 어느새 울퉁불퉁한 노면을 통통거리며 달리는 즐거움에 빠지죠. 앞뒤 서스가 충격을 잘 받아주는 걸 몸으로 느끼고 나면 점점 스로틀을 감으며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플러스로 놓고 리어 ABS와 TCS를 껐습니다. 이 정도 비단 임도면 그냥 오프로드 모드로 놓고 ABS도 완전히 해제하지 않아도 잘 달리겠지만, 기분이니까 할 건 다 해야죠. 빨리 달릴 실력도 의미도 없으니 툴툴툴, 바이크로 등산하듯이 달렸습니다.

역시 즐겁습니다. 시속 20km로 달리는데도 즐거워요. 시속 20km로 달리는데도 공도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보다 더 짜릿합니다. 임도를 타면 확실히 짜릿함을 응축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체력도 집중력도 더 소모하고요. 임도 30분 타면 공도 투어 3시간 탔을 때의 재미와 피로도에 필적해요. 그래서 자꾸 임도를 기웃거리나 봅니다.

단지 울퉁불퉁한 길을 오르락내리락 가는 것뿐인데 이렇게 신나는 게 신기합니다. 비일상적 행위가 주는 짜릿함이겠죠.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만 해도 일상에서 한 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는데 모터사이클 타고 임도에 가면 더 진해질 수밖에 없죠. 

저기는 가면 큰일 난다

쉽게 볼 수 없는 풍경도 한몫할 겁니다. 대단히 훌륭한 경치는 아니지만 자연 속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특별하죠. 그래도 가끔, 이야 이건 내려서 봐야지, 하는 경치를 선사합니다.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려온 보람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죠. 누군가에겐 팬아메리카를 타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 못할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모험이 뭐 별거인가요. 안 해본 걸 하는 게 모험이죠. 그런 점에서 팬아메리카는 어드벤처 바이크 맞네요. 할리 타고 임도에 가는, 안 해본 걸 하게 하잖아요?

그런 확장성이 할리데이비슨이 팬아메리카를 내놓은 이유일 겁니다. 할리데이비슨과 흙길 조합은 언뜻 보면 낯설긴 해요. 하지만 투어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할리의 주종목을 변주하고 확장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다채로운 투어를 팬아메리카를 통해 제시하는 셈이죠.

그런 의도가 먹혔나봅니다. 팬아메리카를 두 대 타고 임도 투어에 나섰으니까요. 판을 깔아줬으니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는 거죠. 팬아메리카는 시승 행사 때 느낀 것처럼 임도에서 다루기 편해요. 반응이 부드러우니 마음 편하게 스로틀을 열며 험로를 오갈 수 있습니다. 실력자라면 더욱 과감한 스킬을 구사하겠죠. 실력 차이를 받아들이며 각각 즐기게 한다는 건 중요합니다. 그만큼 진입할 때 문턱이 낮다는 뜻이니까요. 

시승 행사에서 팬아메리카를 탔을 땐 온로드보다 오프로드에서 인상적이었어요. 이번에는 온로드 주행도 즐겁더라고요. 지난번에는 온로드 코스가 짧고 첫 대면이라서 제대로 즐기질 못했거든요. 이번에 임도까지 오가는 길을 타보니 장거리 투어러로서 제 몫을 다한다고 느꼈습니다. 

공도에서 팬아메리카는 대체로 순한 느낌을 유지하며 편했어요. 그러면서 엔진 회전수 높이면 발톱도 내보일 줄도 알고요. 마구 자극하는 스포츠 투어러 느낌은 아니지만, 장거리 투어러인데도 경쾌한 면이 살아있어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임도까지 편안하게 가서 즐기고 다시 편안하게 복귀하는, 딱 어드벤처 투어링에 걸맞았죠. 그러라고 만든 모터사이클이니까요. 

물론 약간의 '이벤트'도 있었습니다만, 그것 또한 임도 타는 즐거움이죠. 함께했기에 난관을 극복하는 재미가 쏠쏠.

당일치기 임도 투어를 경험해봤으니 다음에는 짐 싣고 2박3일쯤 장거리 투어를 경험해봐야겠어요. 거리가 길어질수록, 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미처 못 본 특징이 드러날 수 있으니까요. 딱 타기 좋은 가을 시즌이 열렸습니다. 안 타면 손해인 날들이 이어집니다. 탈 수 있을 때 타야죠.

PS. 땀 흘린 후 먹는 고기는 역시 꿀맛. 홍천 왔으니 양지말 화로구이를 지나칠 수 없죠, 껄껄.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kmj-qRxyj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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