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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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모델이었어요. 공랭 스포스터가 단종되고 나서 레볼루션 맥스 1250T 엔진으로 만든 스포스터 이름을 단 신 모델입니다. 후속 모델이긴 한데 전통의 계승보다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 시대로 나아가는 도전의 의미가 강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의 한 축을 책임질 수랭 엔진을 품은 모델이니까요.
할리데이비슨 수랭 엔진인 레볼루션 맥스는 팬 아메리카에도 들어갔습니다. 스포스터S는 토크를 강화해서 뒤에 T를 붙였어요. 이 수랭 엔진 달린 모델이 두 차종으로 늘어나면서 하나의 수랭 라인업을 구축하는 셈입니다. 앞으로 가지치기 모델이 나오겠죠? 새로운 수랭 엔진 모델이 나왔으니 잘 활용해야죠.
스포스터S는 일단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크죠. 기존 공랭 엔진 크루저와 투어링 라인업이 한 축, 새로운 수랭 라인업이 또 한 축을 이뤄서 할리데이비슨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테니까요. 스포스터S는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공랭 스포스터 라인업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면서 할리데이비슨의 가능성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공랭의 헤리티지와 수랭의 비전이 앞으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포스터S는 기대 모델이죠.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출시 전에 온라인 론칭에서 보고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번 시승을 통해 그 궁금증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겠네요. 아마 스포스터S를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다들 궁금할 만한 점일 겁니다.
첫 번째 궁금증은 사진과 실물의 느낌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처음 발표했을 때 디자인 느낌이 괜찮았거든요. 스포스터의 계보를 잇는 정통성 여부를 떠나 그냥 새로운 모델로서 호기심이 생기는 디자인이었어요. 크루저보다는 네이키드 느낌이 강하고, 할리데이비슨의 재밌는 요소들이 이곳저곳 보였으니까요. 팻밥의 헤드라이트와 포티에잇의 뚱뚱한 앞 타이어, 플랫 트래커의 업머플러,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낮은 실루엣이 은근히 잘 어울렸습니다. 흥미로운 디자인 콘셉트였어요.
하지만 언제나 영상이나 사진에서 볼 때와 실물은 또 다릅니다. 그 차이가 어떨지 궁금했어요. 보니까 처음 느낀 흥미로운 디자인이 실물에서도 잘 드러나더라고요. 의외로 볼륨감은 있는데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앉아서 핸들바를 잡으면 또 왜소하지 않고요. 콤팩트하면서도 빈약한 느낌은 들지 않아서 실물이 낫다고 느꼈습니다.
낮게 깔린 차체가 한 덩어리인데 그 안에서 연료 탱크나 업머플러가 장식 효과를 줍니다. 작지만 임팩트 있는 헤드라이트와 뚱뚱한 앞 타이어의 조화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예전 스포스터 느낌처럼 덜어냈다기보다는 전체 덩어리 질감을 잘 살렸어요. 실물을 보는 순간, 예전 스포스터 라인업과는 완전히 다른 곳을 보는 방향성이 느껴졌죠. 독특해요.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형태라서 흥미롭습니다. 실물이 느낌을 잘 살렸어요.
두 번째 궁금증은 라이딩 자세가 어떨까? 하는 점입니다.
디자인을 보고 나면 앉았을 때, 그리고 또 달렸을 때 자세가 궁금해지죠. 스포스터S는 독특한 디자인이기에 자세가 더 궁금했어요. 일반 네이키드나 크루저와도 또 다를 테니까요. 스포스터S의 스텝이 포워드 스텝이기에 더 아리송했습니다.
일단 스포스터S의 차체는 낮습니다. 핸들바는 적당한 높이지만 차체가 낮아서 그리 높진 않죠. 시트고 역시 낮습니다. 734-753mm니 느긋한 크루저보단 높지만, 평범한 네이키드보단 낮습니다. 다 낮게 깔린 요소에서 포워드 스텝까지 더해지니 실제로 앉아봐야만 답이 나오겠더라고요.
우선 그냥 앉았을 때 생소했습니다. 시트고는 낮지만 핸들바 위치와 높이를 생각하면 시트고가 좀 높은 감이 있었어요. 물론 발 착지성은 좋습니다. 단지 자세를 잡았을 때 느낌을 얘기하는 거죠. 전체적으로 시트가 껑충한 느낌이랄까요? 차체 낮은 네이키드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상태로 포워드 스텝에 발을 얹어 달리니 독특한 자세가 연출됐습니다. 아주 불편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느긋하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움직임을 익히며 적합한 자세를 찾아가니 괜찮아지더라고요. 배를 집어넣고 허리를 숙이는, 웅크리듯 타면 차체 실루엣과 착 붙는 자세가 나옵니다. 그렇게 타면 차체 움직임을 느끼기에도 수월하고요. 좀 불편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진 않다는 결론입니다. 자세 역시 범상치 않아요.
취향 따라 두 가지 방향으로 커스텀을 진행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더 적극적으로 타고 싶으면 미들스텝으로 변경하고, 더 편하게 타고 싶으면 라이저를 달아 핸들바를 높이고 올리는 거죠. 취향대로 더 성격이 분명해지는 쪽으로 조절하면 더 즐거울 듯합니다.
세 번째 궁금증은 이러든 저러든 타면 역동적으로 재밌을까? 하는 점입니다.
스포스터S를 둘러싼 다양한 말을 걷어내고 보면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타면 재밌나? 하는 점이겠죠. 전통도, 의미도, 디자인도, 자세도 타고 즐길 재미에는 못 미칩니다. 가장 중요한 궁금증이었고, 스포스터S의 본질에 관한 궁금증이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척 즐겁습니다. 재밌어요. 독특해서 재밌고, 신선해서 재밌습니다. 일단 엔진 돌아가는 맛이 괜찮습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이었어요. 팬 아메리카에서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을 적절하게 채웠습니다. 저속에서 끈끈한 토크가 나옵니다. 가벼운 차체와 맞물려 휘두르며 타기에 좋아요. 그러면서 V트윈 고동감도 나름대로 살렸습니다. 공랭처럼 한 방 한 방 명확하진 않지만, 확실히 느껴집니다. 다리 사이에서 V트윈 엔진이 새로운 감각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거죠. 스내칭할 때 굵은 목소리로 툴툴거리는 느낌도 괜찮습니다.
차체가 가볍게 느껴지니 갖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28kg 정도 나가는데 차체가 낮아 체감은 더욱 가볍고 다루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앞 타이어가 두툼해 안정감도 있어요. 앞머리가 상대적으로 둔한 첫 느낌만 익숙해지면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 돋보입니다. 낮고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특성은 높은 출력을 더욱 마음껏 뽑아 쓰게 합니다. 게다가 니그립도 착 붙어요. 자세도 안정적이죠. 그러니 역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레볼루션 맥스 엔진에서 마력을 덜어내고 토크를 더한 맥스T 엔진은 호쾌합니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과감하게 스로틀을 감으면 박력 있게 튀어나갑니다. 약간 걸걸하게 도는 엔진의 맛이 자꾸 스로틀을 감았다가 풀었다가 다시 감고 싶어지게 해요.
고속으로 밀어 붙어도 시원하게 출력을 뽑아냅니다. 팬 아메리카에서도 느낀 감각이에요. 부드러운 듯한데 속도는 쭉쭉 붙죠. 스포스터S 역시 팬 아메리카보단 걸걸하지만 출력을 뽑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진동도 적어 높은 회전수를 쓰는 데 거리낌이 없죠. 역시 역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에서 힘이 넘치면서 저속에서도 타는 재미를 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수랭 할리데이비슨 엔진에 기대하는 부분을 스포스터S는 잘 수행합니다. 저속의 맛과 고속의 짜릿함을 할리데이비슨 나름대로 고심해서 잘 조율했습니다. 세 번째 궁금증은 스포스터S가 명쾌하게 답을 줬어요. 역동적이고 재밌습니다.
네 번째 궁금증은 업머플러가 뜨겁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업머플러가 멋지긴 한데 영 불편하거든요. 시각적인 효과는 좋지만 무리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플랫 트래커 디자인 요소를 차용했지만, 스포스터S는 플랫 트래커가 아니니까요. 기능보다는 멋에 치중한 만큼 뜨거우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 뜨겁습니다. 방열에 신경 쓴 티가 납니다. 이중이거든요. 매니폴더에 금속으로 덧대고 그 위에 플라스틱을 씌워 이중 구조로 열을 막습니다. 일부러 다리를 매니폴더 부분에 붙여도 봤는데 괜찮아요. 물론 열기는 느껴지지만 뜨거워서 놀라거나 뗄 수준은 아니에요. 여름에 타봐야 제대로 알겠지만, 여름에도 부근이 아릴 정도는 아닐 겁니다.
게다가 포워드 스텝이라서 다리 공간 여유가 있어요. 포워드 스텝에 발 올리고 살짝 벌리면 더욱 열기는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뜨겁지 않다면 시각적으로 업머플러가 매력적인 디자인 요소죠. 대포처럼 굵은 매니폴더와 머플러가 탐스럽습니다. 뜨겁지 않으니 더 기특하고요.
다섯 번째 궁금증은 스포스터S의 정체성은 뭘까? 하는 점입니다.
이름에 스포스터가 들어갔으니 스포스터 라인업의 후속 모델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죠. 공랭 스포스터를 좋아하던 사람에겐 아쉬울 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환경 규제로 단종됐으니까요. 없어진 건 되돌릴 수 없으니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이때 할리데이비슨은 고민했을 겁니다. 공랭 스포스터와 결이 비슷한 후속 모델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것인가. 물론 수랭 엔진으로 후속 모델을 만들어야 하니 엔진 질감이나 특성은 어쩔 수 없죠. 그럼에도 형태나 콘셉트를 이을 수는 있었을 겁니다.
할리데이비슨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스포스터S를 타보니 더욱 또렷해지네요. 스포스터S는 전에 없던 모터사이클 같습니다. 아주 독특합니다. 공랭 스포스터 같은 전통 크루저와는 당연히 다르고, 보편적인 수랭 네이키드와도 역시 달라요. 할리데이비슨의 요소를 품고 있으면서 다분히 미래적인 디자인에, 현대적인 성능을 품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과 그 외 브랜드 경계 어디쯤에서 개성을 드러내요. 그래서 더 독특합니다.
다른 거 다 떠나 타면 재밌다는 점이 독특한 개성을 돋보이게 합니다. 스포스터S는 눈길 끄는 디자인만큼 마음 건드리는 주행 재미가 있어요. 저속에서 다루기 편하면서 걸걸한 맛도 있고, 고속으로 밀어 붙여도 화끈합니다. 그러면서 할리데이비슨 요소를 품은 모터사이클로서 비슷한 모델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스포스터S는 독특해서 더 돋보이는 모터사이클입니다. 독특하다는 게 정체성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무엇보다 더 타고 싶더라고요. 시승하고 내리면서 며칠 더 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다양한 길에서, 더 오랜 시간 타고 싶어지면 뭐, 호감 사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죠. 첫 만남은 만족스러웠습니다. 흥미롭기도 했고요. 관심 있는 분은 시승해보세요. 독특하다는 말을 왜 했는지 알 겁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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