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시승기] 나오길 기다렸다, BMW모토라드 R 12

더로드쇼 2024. 9.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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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습니다. R 18이 등장한 이후로 1200cc 박서엔진 품은 크루저를 기다렸거든요.

 

기대하던 신 모델의 실물을 영접했습니다. BMW 모토라드의 헤리티지 라인업을 확장할 R 12입니다. 이름이 좀 익숙하죠? R 18이 떠오를 겁니다. 맞아요. R 18이 1800cc 공유랭 박서엔진 품은 크루저잖아요. R 12는 1200cc 공유랭 박서엔진 품은 크루저입니다. 예전에 R 1200 C라는 모델 이후로, 다시 1200cc 박서엔진 품은 크루저가 돌아온 셈이죠.  

BMW 모토라드 역사에서 1200cc 박서엔진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시대를 관통한 그 엔진으로도 크루저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죠. 1200cc 박서엔진은 한층 콤팩트하고 다분히 역동적이거든요. 그 맛을 살린 더 젊은 크루저라면, 군침이 당길 수밖에 없죠.     
  
R 12가 등장하며 헤리티지 라인업이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R은 박서엔진, 뒤의 숫자 12는 배기량을 뜻하죠. 앞으로 1200cc 헤리티지 모델이 R 12를 기준으로 정렬할 겁니다. 이미 기존 R nineT가 R 12 nineT로 바뀌었으니까요. 다른 R nineT 시리즈도 어떻게 변모할지 궁금해집니다(어반GS가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는데, 단종되는 건 아니겠...).

R 12는 크루저지만, 전형적인 크루저의 형태는 아닙니다. 물론 차체가 앞이 높고 뒤가 낮은 크루저의 형태를 연출하지만, 그 정도가 확연하지 않아요. 급격하게 뒤로 낮아진다기보다 평행을 유지하면서 살짝 낮죠. 오히려 1950-1960년대 R 60 같은 빈티지 모터사이클처럼 편안함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연료 탱크 형상도 R 75/5에 적용한 눈물방울 모양의 토스터 탱크를 적용했어요. 헤리티지라는 라인업에 걸맞은 형태죠.

그러면서 현대 감각을 잘 가미했습니다. R 12는 복각 모델이 아니니까요.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현대적 요소를 조합했죠. 우선 원형 헤드라이트 속에 날개 형태 LED 데이라이트가 빛납니다. 헤드라이트 기능도 다분히 현대적이에요.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를 적용했죠. 형태는 고전적이지만 기능은 최첨단입니다. 밤에 라이딩하면 코너링 라이트의 은혜에 감격하죠. 

막대 형태 디지털 계기반도 눈에 띄는 요소입니다. 아날로그 원형 계기반 대신 간결한 디지털 계기반으로 바꿔 커스텀하는 사람이 많았죠. 이젠 굳이 커스텀할 필요가 없어요. 간결한 디지털 계기반이 표시하는 정보도 많습니다. 심지어 타이어 공기압까지 표시해줘요. 그래픽은 깔끔하고 컬러는 선명하죠. 순정 상태에서도 커스텀의 멋을 냅니다. 

R 12에 앉아서 핸들바를 잡는 순간, 앞서 외관에서 느낀 감각을 몸으로 느낄 수 있죠. 크루저지만, 전형적 크루저의 자세를 연출하지 않습니다. 그냥 빈티지 모터사이클의 자세를 연출하죠. 평평하면서도 편안한, 고전적 모터사이클의 기본자세예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자세죠. 그래서 희소성이 있습니다. 헤리티지는 꼭 형태에서만 드러나지 않죠.

시동을 켜면 좌우로 떨리는 공유랭 박서엔진의 필링을 전합니다. 핸들바 끝에서 툭, 투둑 전하는 박서엔진의 인장은 여전히 선명하죠. 대신 출발하면 회전 질감이 한층 부드럽습니다. 전자식 스로틀의 영향도 있겠죠. 예전 공유랭 박서엔진의 거친 질감에 기름칠을 더해 상당히 매끈합니다. 불쾌함은 줄이고 한층 손쉽게 출력을 뽑아낼 수 있게 했죠.

덕분에 엔진 회전수를 자꾸 높여 달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출력을 뽑아내는 과정이 산뜻하니 자연스럽게 스로틀을 더 과감하게 비틀게 되죠. R 12에 적용한 박서엔진은 전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 곡선이 조금 더 풍성합니다. 마력을 낮추고 토크에 집중했어요. 크루저니까요. 그 결과 저속에서도 조종하기에 수월하죠.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과정도 부드러우니 고속으로 진입하는 과정도 한결 가뿐합니다.

그러니까 스포츠 크루저. BMW 모토라드가 R 12를 선보이면서 규정한 성격입니다. 크루저지만 느긋하게 고동만 느끼는 게 아닌, 스포츠 주행도 만끽할 수 있죠. 이번에 헤리티지 모델에 처음 적용한 시프트 어시스턴트 프로, 즉 퀵 시프트의 의미도 알 수 있습니다. 기어 변속하는 찰나의 조작성을 높여 역동적인 주행을 강조하죠. 고전적 매력이 있는 모터사이클에 퀵 시프트가 필요할까 싶지만, 달려보면 자꾸 쓰게 됩니다. 그런 주행 성격을 지향하죠.

거기에 록 모드로 주행모드를 바꾸면 더욱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싶어지죠.  R 12의 주행모드는 두 가지예요. R 18에 적용한 롤과 록이죠. 편안한 주행에는 롤이, 스포티한 주행을 원한다면 록을 선택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매끈하게 치솟는 엔진 회전수의 질감이 맛깔스러워 주로 록에 놓고 달렸죠. 절로 그렇게 돼요. 그만큼 스로틀을 비틀게 하는 자극이 진하죠. 

굽잇길에서도 짜릿합니다. 크루저 치고 크지 않고 자세도 편안하니 차체를 민첩하게 부릴 수 있죠.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면 차체가 절로 슥슥, 누우며 코너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네이키드처럼 본격적이진 않아도, 충분히 짜릿하죠. 그때 시프트 어시스턴트 프로가 역동성을 더해줍니다. 고갯길 하나 넘어보면 스포츠 크루저라는 성격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죠.

물론 편안한 크루징의 맛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세가 편하니까요. 핸들바가 너무 높지도 낮도 않아 손을 툭, 얹으면 그만이죠. 게다가 새로 바뀐 탱크는 앞뒤 간격이 전보다 짧습니다. 예전 범고래 탱크는 좀 길어 상체를 숙여야 했잖아요. 그만큼 핸들바가 몸에 가까워져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탱크 형상이 바뀐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고전적 형태의 흥취를 더하면서 조작성을 비약적으로 높였거든요.

R 12를 타는 내내 기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모터사이클의 기본 형태 말이죠. R 12은 새로운 도화지로서 매력적입니다. 약간의 커스텀만으로 성격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요. 핸들바와 시트를 손봐 보다 크루저의 성격을 강조할 수도 있죠. 커스텀 파츠를 통해 시각적 만족도를 높일 부분도 많습니다. 여러모로 BMW 모토라드 헤리티지 라인업의 루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죠. 달려보면 새로운 매력에 눈을 뜰 겁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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