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해변에서 모터사이클 타자, 샌드플랫유턴

더로드쇼 2023. 11.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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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은 재밌는 축제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영상으로 볼 사람은 아래 링크 클릭!

https://youtu.be/wtx-DEa_rDI 

 

다녀온 페스티벌은 워터밤, 아닙니다. 록 페스티벌, 역시 아닙니다. 모터사이클 페스티벌입니다. 

1회 샌드플랫유턴! 전부터 눈여겨보던 SNS 계정에 공지가 떴습니다. 

"약속의 땅으로 오세요!"

‘샌드플랫유턴’을 연다는 공지였죠. 샌드플랫유턴은 해변 레이스 형식의 모터사이클 축제입니다. 제목 그대로 샌드, 즉 해변에서 드래그 후 유턴해서 돌아오는 레이스. 레이스지만 승패보다는 함께 해변에서 달린다는 의미가 더 크죠. 작년에 소규모로 경험해보고 올해 정식으로 열었어요. 

photo by @motofoto2020

그러니까 거기에 가면 해변에서 모터사이클을 마음껏 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해변에서 모터사이클을 탈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 갈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외국 SNS 계정에선 흔하게 보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니까요. 재밌겠다!

한국은 이것저것 규제도 많고 눈치도 봐야 하잖아요. 마음껏 달릴 해변이 없어요. 지자체에 허락 맞고 한시적으로 해변을 달릴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아쉽죠. 아쉬워요. 오프로드 라이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죠. 바로 신청했습니다.

샌드플랫유턴을 개최하는 곳은 개라지94예요. 클래식 혹은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곳일 겁니다. 빈티지 MX를 주로 매만지는 커스텀 빌더 크루예요. 그동안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한국 모터사이클 서브 컬처에 좋은 영향을 끼쳐 왔죠.

반스와 협업해 패션 아이템으로서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알렸고, 꾸준히 카멜레이스를 진행해왔습니다. 카멜레이스도 재밌어요. 슈퍼커브를 비롯한 저배기량부터 쿼터급 VMX가 정해진 흙길 코스를 달리죠. 이것도 레이스지만, 역시 즐기는 게 먼저입니다.

참가한 사람과 현장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죠. 이건 제대로 즐기는 축제다! 언제 가봐야겠다고 저장해뒀죠. 카멜레이스는 제주에서 열려서 주저했어요. 그런데 샌드플랫유턴은 보령 원산도에서 열리니 놓칠 수 없죠. 게다가 해변 라이딩이니까요.

금요일에 원산도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슈퍼커브로 신청하려고 했어요. 주로 참가하는 기종과 어울리니까요. 하지만 알나인티 어반GS로 임도를 다녔으니 그냥 어반GS로 달리려고 감행했죠. 원산도까지 커브로 가면 피곤하기도 하고, 커브 순정 타이어를 듀얼 타이어로 바꾸는 건 귀찮은 일이어서(아직 마일리지도 많이 남았는데...)

가는 길 내내 설렜습니다. 그동안 이런 모터사이클 페스티벌이 고팠거든요. 유라시아 횡단할 때 러시아 모터사이클 페스티벌을 보면서 부러웠어요. 러시아는 모터사이클 클럽이 많아 여름 시즌에 모터사이클 페스티벌만 러시아 전역에서 수십 개 열립니다. 가면 뭐 없어요. 캠핑하고 술 마시고 록 공연 보는 정도? 그래도 모터사이클이란 주제로 1박, 혹은 그 이상 어울리는 분위기가 부러웠죠.

SNS에서 보던 외국의 모터사이클 페스티벌은 또 어떤가요? 분위기 좋잖아요.

녀석들 참 재밌게 노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죠. 클래식, 커스텀 모터사이클이 한데 모이는 그 자체가 장관이죠. 그 안에서 놀 사람은 놀고, 볼 사람은 보고, 쉴 사람은 쉬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또한 좋았죠. 일단 그림이 멋지잖아요.

그런 분위기 속에 2박3일을 보낼 수 있으니 설레지 않을 수 없죠. 원산도로 향하는 길 내내 괜히 두근거렸죠. 혼자 가는데도 그랬죠. 다행히 선배가 차로 샌드플랫유턴에 합류한다고 해서 밤에 같이 놀 사람도 생겼죠. 딱 좋아.

행사장에 도착해 접수하고 텐트를 펼 자리를 찾았습니다. 클래식 모터사이클과 어울리는 이런저런 브랜드도 이 축제를 함께하며 부스를 차렸죠. 점점 더 많이 참여할 거예요. 

프로그램은 단출합니다. 첫날은 알아서 도착해 자유롭게 해변 라이딩. 토요일은 해변 레이스, 라는 명목으로 함께 모여 타기. 그러고는 밤에 DJ 파티. 일요일은 시상식과 경품 추첨. 알아서 자유롭게 놀아라, 하는 분위기죠. 

텐트를 펴고 해변을 달렸죠. 오직 해변에서 모터사이클 타는 게 목적이니까요. 모터사이클 타고 달리기엔 서해 해변이 좋죠. 바닷물로 다져진 해변을 달려야 그나마 즐길 수 있으니까요. 고운 모래에서 달리면, 괴로워요. 몽골 고비사막 홍고린 엘스에서 모랫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역시 즐겁습니다. 생각보다 타기 힘들었는데도 찌릿찌릿 몸이 즐겁다고 반응합니다. 첫 주행이기도 하고, 이미 여럿이 탄 후라 해변 모래 상태가 골이 깊게 패였어요. 빨리 달리지 못해도 타봤다는 게 중요합니다. 내일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첫날의 마무리는 불멍. 

토요일이 본격적입니다. 금요일에 일 끝내고 밤에 온 사람도 많아요. 아침부터 해변 프리 라이딩에 여럿이 달렸습니다. 각양각색의 모터사이클이 해변을 질주했죠. 왔다가 돌고 갔다가 돌고, 또 가고 돌고, 또 돌고. 단순한 주행이지만 해변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재미를 증폭합니다. 달리고 달려도 또 달리고 싶은 짜릿함. 질리지 않죠, 암요.

photo by @hangyu6071

점점 익숙해져서 뒷바퀴를 잠그면서 뒤를 미끄러뜨리기도 했죠. 그러고 나서 다시 가속. 재빨리 돌아 나오기 위해 기술 연마랄까요. 기본 중의 기본인 기술이지만, 반복해서 해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운동장 같은 해변이 해보라고 반겼죠.

오가는 모터사이클 보는 맛도 커요. 쿼터급 모터사이클이 주를 이뤘죠. 그것도 클래식, 커스텀 쿼터급들. FTR223으로 처음 매뉴얼 모터사이클 타서 SR400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내겐 취향 겨냥하는 모터사이클 천지죠. 이곳저곳 모터사이클 구경하는 맛도 커요.

Photo by 에스더

시간이 흘러 공식 행사인 해변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일단 모두 함께 코스를 한 바퀴 도는 퍼레이드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놀던 다채로운 모터사이클이 모이니 또 그림이 되죠.

photo by @motofoto2020

레이스는 50cc, 100cc, 125cc, 250cc 이렇게 쭉쭉 배기량별로 달렸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여섯 명 정도 달리고 1, 2등만 모아서 따로 결승을 하는 방식이었죠. 1등을 노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재밌게 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냥 체커기 받으며 달리는 재미죠.

그래도 출발할 때 긴장감이나 박진감은 배기량 불문 볼 만했습니다. 2T 모터사이클도 껴 있었는데 역시 2T가 폭발력 있게 달려 나가더라고요. 

효성 스즈키 MX의 주행 장면도 볼 수 있었죠. 긴 세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대단합니다.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Photo by @motofoto2020

저도 오버리터급으로 참가해 예선은 통과했습니다. 6-7대가 같이 달렸는데 3위로 달리다가 어반GS의 토크 덕분에 2위로 결승까지 갔죠. 갔지만...

결승에선 과욕을 부려 과속하다 반환점 훌쩍 넘기고, 돌다가 넘어졌어요. 여기선 넘어지면 끝이죠. 그렇게 트로피와 멀어졌죠. 아쉬울 건 없어요. 결승까지 가서 두 번 레이스에 참가했다는 데 의의가 있죠.

photo by @ddung2.bike

공식 레이스는 몇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빡빡하게 하는 레이스가 아닌 한데 모여 달린다는 의미가 크죠. 체커기 휘날리는 거 보며 달리니 나름대로 긴장도 되고 더 농축해서 즐겼죠.

지든 이기든 달리고 난 사람들의 달뜬 얼굴이 이 순간을 즐겼다는 걸 증명합니다.

즐겁게 달리고 시상식과 경품 추첨 시간이 열렸습니다. 원래는 일요일에 헤어지기 전에 해야 하는데 전국에 비 소식이 있었거든요. 비 맞으면서 마무리하지 말자는 주최 측의 판단으로 당겨서 토요일에 했죠. 한 바탕 짜릿하게 타고 바로 마무리 시간으로 이어지니 이것도 괜찮더라고요. 흥분의 연장이랄까요.

떨리는 경품 추첨 시간에 원하던 헬멧도 얻었습니다. 헬멧 받으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참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지막까지 든든하게 즐기고 가네요. 일요일 비 소식이 있어 토요일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photo by 정주영

해변에서 달린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캄캄해진 원산도를 빠져나오면서 헬멧 속에서 실실 웃으며 달렸습니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하게 집까지 이어졌죠.

photo by 정주영

내내 즐거운 1박 2일이었습니다. 개라지94는 이제 봄에 카멜더트레이스를, 가을에 카멜비치레이스를 진행한다고 해요. 샌드플랫유턴은 앞으로 카멜비치레이스로 바꿔 부르기로 했어요. 내년 봄에 여는 카멜더트레이스는 제주가 아닌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1년에 두 번 가야 할 페스티벌이 생긴 거죠. 

이런 행사는 누구나 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 열기는 힘듭니다. 개라지94와 이런 행사에 협찬이 더 많이 붙으면 좋겠네요. 돈도 많이 벌면 더 좋고요. 열정으로 끌고 가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야 이런 축제가 지속적으로 열릴 테니까요. 

photo by @motofoto2020

우선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참가하는 게 먼저겠죠. 관심 있는 분들은 카멜레이스 인스타 계정(@camelrace_official)을 꾸준히 주목해주시길. 이번 샌드플랫유턴 공식 사진을 구경하면 가고픈 마음이 만조의 해변처럼 꽉꽉 들어찰 겁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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