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마지막까지 이벤트!"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5

더로드쇼 2023. 9.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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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5편 나갑니다.
지난회가 궁금하면 링크 클릭.

https://mids.tistory.com/77 

 

"왔노라, 보았노라, 살았노라!"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4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트트립 4편 이어갑니다. 지난회가 궁금하다면 링크 클릭. https://mids.tistory.com/76 "아무튼 신난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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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의 최대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도움을 받긴 했지만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만이죠. 더불어 좋은 인연도 얻었죠.

다디와 친구들과 밤 늦도록 보드카를 기울였습니다. 자리를 옮겨 무려 노래방 기기가 있는 게르로 원정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죠. 내가 몽골에서 노래를 부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난 위기에서 음주가무까지, 하루가 길었습니다. 돌아와선 게르 침대에서 뻗었죠. 언제 잠 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정신 없을 때 본 게르 풍경과 새로운 날 바라보는 게르 풍경이 또 다르네요. 폭풍우가 지나가고 고요하고 나른한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다디와 친구들과 홍고린 엘스의 명소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기 전에 게르에서 허르헉도 만들었어요. 드디어 현지인이 만드는 허르헉을 먹어보는구나! 허르헉은 양고기를 담은 솥에 뜨거운 돌을 넣어 익히는 음식입니다. 

만드는 과정을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고기 깔고 뜨거운 돌 덮고 또 고기 깔고 야채 넣고 뜨거운 돌 덮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재밌게도 한국 불고기양념을 넣더라고요. 현대식으로 개량한 허르헉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난처럼 밀가루를 얇게 펴서 뚜껑을 덥고 익힙니다.

홍고린 엘스가 모래언덕만 있는 줄 알았는데 홍고린 골이란 물이 있는 초원 지역도 있더라고요. 황금빛 모래언덕이 바로 보이는데 아래는 고비사막에서 볼 수 없는 초원이 깔려 있어요. 그 상반된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신비!

노래를 부르면 물이 샘솟는 신묘한 장소도 있어요. 몽골 전통 악기 연주자인 산자가 한 곡조 뽑았는데 정말 물이 퐁퐁퐁, 더 힘차게 솟더라고요. 믿거나 말거나.

모래언덕에도 안 올라갈 수 없죠. 아래에서 봐도 비현실적인 풍경인데 올라가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횡단할 때도 놀라운 풍경을 만나면 절로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내가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나 보다.'

홍고린 엘스도 절로 이 말을 중얼거리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자연 풍경을 봐왔지만 확실히 사막의 모래언덕은 인상적입니다. 명확하게 비일상적이에요. 150km 길이로 늘어선 모래언덕의 위용이라니, 어후!

모래언덕 밑에 물웅덩이도 있는 지역도 있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비가 안 와서 물이 줄었다고 해요. 그래서 홍고린 엘스 지역 사람들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고 합니다.

물 구경하러 온 건 아닙니다. 너나 할 거 없이 팬티만 입고 수영했죠. 뜨거운 모래 위에서 달궈진 몸을 물에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홍고린 엘스에서 볼거리, 놀거리를 짧고 굵게 즐겼습니다. 편안하게 랜드크루저 타고요. 다 다디와 친구들 덕분입니다. 역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전합니다. 다디의 동생 산자는 한국에서 공연할 때 또 만나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우리가 대접해야죠.

다디와 친구들이 짧은 워크숍을 마치고 떠나야 할 때입니다. 다디가 세르베이에서 친구를 불러 가솔린도 배달시켜 줬어요.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죠. 이번 로드트립의 목표인 모래사막도 보고 연료도 채웠겠다 다시 여정을 이어나갈 때입니다. 

이제는 돌아가는 여정이에요. 아래에서 올라와 홍고린 엘스를 보고 위쪽으로 올라가는 코스죠. 불타는 절벽이라 불리는 바양작을 보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란자드가드로 갈 계획이었죠. 달란자드가드부터 도로 타고 울란바토르까지 가고요.

다음 날 일어나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가 불운의 사나이 아니랄까봐 동생의 모터사이클 뒷바퀴에 펑처 발생.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죠. 게르 주인에게 물어 펑처를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 사막에도 있더라고요.

전문가의 손길로 문제 해결. 제대로 펑처를 수리했는지 테스트 겸 잠깐 타봤는데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막에서 하도 반클러치로 지져댔더니 클러치가 고장 났어요. 모터사이클이 시속 20km 이상 달리질 못하더라고요. 이건 큰 문제입니다. 결정적이에요.

별 수 없습니다. 트럭 어부바를 시전했죠. 모터사이클을 빌려준 오카에게 연락해 수소문하던 중 운 좋게도 홍고린 엘스에서 달란자드가드까지 가는 트럭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불운이 덮쳐 오는데 또 운이 좋아요. 보통 달란자드가드에서 트럭을 공수해 오는 데 하루, 가는 데 하루가 걸리거든요. 그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죠.

동생 모터사이클은 트럭에 싣고, 난 타고 갔어요. 어차피 싣고 갈 거 같이 실을까 하다가 오프로드를 타러 왔으니 마지막 라이딩을 놓칠 수 없었죠.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트럭과 함께 달리며 <매드맥스> 찍었어요. 짐은 트럭에 실어서 한층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죠. 트럭 아저씨만의 루트를 따라 바로 달란자드가드로 달렸습니다. 오프로드로 한 200km 달리면 달란자드가드에 도착해요, 허허.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더 즐겁게 달렸습니다. 트럭은 길로 가고 전 길 옆 대지를 달렸죠. 그러다가 땅이 험해지면 길로 잠깐 합류하고요. 물론 길이라고 해도 차가 다닌 흔적을 말합니다. 

달리다가 모래폭풍도 만났어요. 모래폭풍까지 덮치니 정말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았죠. 옆에 트럭이 있으니 심적으로 편하더라고요. 문제 생기면 실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밤에 저녁을 먹고서 트럭에 실었습니다. 달란자드까지 얼마 안 남았지만 깜깜해졌고, 모래폭풍도 여전히 사나웠고요.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죠. 

세 자리 탈 수 있는 트럭에 다섯 명이 앉아 가야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특별하다면 특별한 경험을 하고 갑니다.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사람들 사이에서 끼여 달리는 경험이라니. 재밌었어요. 잠깐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은 끝났습니다. 달란자드가드에 모터사이클을 맡겨두고 돌아가는 길은 동생과 같이 차 타고 갔거든요. 혼자 달리는 것도 기분 안 나고, 이젠 도로를 달려 돌아가는 길이니까요.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돌아가는 길은 비가 계속 내렸거든요. 나름 깔끔하게 라이딩을 끝낸 셈입니다. 어후, 비 맞으면 돌아갔으면.

이번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은 하루하루 이벤트의 연속이었네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원 없이 오프로드도 탔고요.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에게 몽골은 천국이죠. 거대한 자연을 모험하듯 달릴 수 있습니다.

달려보니 왜 몽골 모터사이클 여행에 지원 차량이 따라 붙어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횡단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기간 정해놓은 짧은 투어라면 최대한 즐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원 차량이 있었다면 여정 중에 겪은 이런저런 문제가 애초 문제가 되지 않죠. 무거운 짐을 얹고 달릴 필요가 없어요. 연료가 떨어질까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풍요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물과 식료품을 챙길 수도 있죠.

무엇보다 굳이 홍고린 엘스를 아래에서 올라갈 필요가 없어요. 적산거리를 계산하다 보니 세르베이란 마을에 들려서 위로 올라가서 모래밭을 뚫어야 했죠. 지원 차량이 있으면 바얀달라이에서 보급품 채우고 바로 서쪽으로 달리면 홍고린 엘스가 나옵니다.

우리가 세르베이에서 홍고린 엘스로 가는 길은 현지인도 잘 안 다니는 길이라고 합니다. 모래언덕을 더 크게 돌아서 가는 길이 있대요. 어쩐지 가는 길에 사람이든 차든 보이질 않더니. 그러면 모래밭이 아닌 황무지 쪽을 지나니 거리는 좀 멀어도 길은 더 쉬웠을 겁니다.

애초 지원 차량과 같이 왔다면 이 코스를 택하지 않았겠죠. 거대한 황무지를 달려야 하는 사막 투어 특성 상 지원 차량은 필수 같아요. 다음에 온다면 차도 빌려서 매일 캠핑하고 다니면 몸도 마음도 더 즐거울 듯하네요.

그래도 만족합니다. 원하는 모래사막까지 도달했으니까요. 이번 여정에서 몸으로 느낀 풍경은 이후 살아가는 데 오아시스가 될 겁니다. 6년 동안 횡단 추억 파먹고 살았으니 이제 한동안 몽골 고비사막 뜯어먹고 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또 계획 잡아 떠나봐야죠. 다음에는 인도 레 판공초 투어? 

모터사이클 모험은 삶의 낙이니까요. 다시 꿈꾸는 라이더 모드로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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