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트트립 4편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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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신난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3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3편 시작합니다. 지난회가 궁금하다면 링크 클릭. https://mids.tistory.com/75 "그래, 이 맛이지!"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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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습니다. 밤에 보던 풍경과 사뭇 다른 느낌이에요.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싹 사라지고 마음이 웅장해지는 황무지가 펼쳐집니다. 같은 장소인데 낮과 밤이, 그 사이의 마음이 세상을 다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재밌어요, 사람 마음이.
이제 드디어 고대하던 모래사막을 볼 수 있습니다. 모래사막 홍고린 엘스 아래 마을인 세르베이에서 주유하고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홍고린 엘스가 있습니다. 하루 달리면 될 듯해요. 지도로 보면 그렇습니다.
텐트를 철수하고 바로 달려봅니다. 오늘 하루 시작부터 끝까지 오프로드만 달려야 합니다. 달리면 되죠. 이 황무지를 달리려고 왔으니까요.
그런데 만만치 않습니다. 아래 지역으로 갈수록 돌이 많은 지역, 군데군데 지뢰처럼 잡풀이 튀어나온 지역, 몽골 오프로드 대부분을 차지하는 빨래판 지역, 빨래판에 모래까지 있어서 심장 철렁해지는 지역까지 다채롭습니다. 둔덕을 넘다가 뒷바퀴가 빠지는 등 이런저런 이벤트를 겪었죠.
그렇다고 딱히 못 달릴 상태는 아닙니다. 너무 빨리 달리다가 구덩이에 처박히지만 않으면 그냥저냥 달릴 만해요. 진동을 감내해야 하는 두 팔과 엉덩이만 피곤할 뿐이죠. 아, 전날 캠핑하고 물을 살 곳이 없어서 조금 남은 물을 나눠 마셔야 하는 점이 난관이라면 난관이죠.
그렇게 세르베이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마을이에요. 문 연 가게에서 시원한 물과 자본의 맛, 콜라를 사먹습니다. 너무 땡볕이라 가게 앞 그늘에서 앉아 쉬었죠. 2시쯤이었나. 햇볕이 너무 사나웠어요. 앞으로 몇 십 킬로미터만 달리면 홍고린 엘스니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죠.
세르베이에 딱 하나 있는 주유소에 갔는데 이런, 가솔린을 안 판답니다. 트럭 운전자를 위해 경유만 있다고 하네요. 막막했죠. 하지만 구글의 은혜, 구글 번역기가 있습니다.
“우린 가야 해. 어디 가솔린 살 수 있는 곳 없어?”
중요할 때마다 모터사이클 빌려준 오카투어의 오카에게 전화를 걸어 통역도 부탁했죠.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다시 인사합니다. 귀찮았을 거예요.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전화했거든요. 몽골투어는 오카투어, 껄껄.
가솔린을 살 수 있답니다. 비싸지만 쟁여 놓고 파는 사람이 있어요. 비싸봤자 한국보다 쌀 거예요. 드럼통에서 가솔린 빼서 파는 집으로 갔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지만, 사실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가솔린이 없었다면, 없었다면... 아.
상쾌한 마음으로 홍고린 엘스를 향해 달렸습니다. 다 왔다, 이제. 맵스미를 보면 얼마 안 달려도 되거든요. 이 정도 거리야 그동안 달려온 거 생각하면 가뿐하겠군, 싶었죠.
드디어 저 멀리 모래사막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광경은 마치 금광을 찾은 서부의 개척자처럼 황홀했어요. 황무지 위로 금빛 띠를 두른 모래사막이라니. 묘한 풍경이었어요. 정말 지평선 위로 금빛 띠가 나타났으니까요. 가자, 황금의 땅으로.
눈에 보여도 가는 길은 한참 남았다는 걸 압니다. 24km 떨어진 도시가 눈 앞에 보이는 몽골에선 저 정도 보이면 아직 멀었죠. 그래도 눈앞에 고대하던 모래사막이 형태를 드러내니 황홀했죠.
홍고린 엘스 아래 마을에서 출발했으니 그냥 직진하면 안 됩니다. 모래사막을 넘을 순 없으니까요. 오른쪽으로 딱 모래사막 끝을 살짝 걸치게 우회하는 길이 있어요. 나아갈수록 모래사막과 가까워진다는 흥분을 품고 달렸습니다.
달리다 보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모래사막과 가까워질수록 황무지가 아니라 모래로 뒤덮인 지역이 늘어났습니다. 당연히 길에도 모래가 쌓여 있고요. 바람에 날아온 모래라 단단하지도 않아요.
핸들은 휙휙 돌아가고 뒷바퀴는 푹푹 빠집니다. 가다 서다, 가다 넘어지다, 또 가다 빠지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속도는 더디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죠. 그러는 사이, 점점 체력도 떨어져갔습니다. 이틀 연속 캠핑한 여파도 남아 있었을 겁니다.
모래 지역은 차원이 다른 오프로드였어요. 다른 길은 임도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경험해봤는데 모래는 경험이 없었죠. 브랜드 행사에서 아주 짧은, 한 10여 미터 되려나 이벤트로 주파한 정도였어요. 남은 거리를 보니 몇 킬로미터 이상 달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나요?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삼보일배의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이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죠. 설상가상, 날이 흐려지며 바람이 세게 불기까지 했죠.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전진, 또 전진. 나아갈수록 쌓인 모래의 양도 더 많아졌습니다.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요. 갈수록 체력은 줄어 들고요.
그래도 조금씩 남은 거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홍고린 엘스까지 한 3km쯤 남았을 때 거대한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그냥 모래 덮인 땅도 가기 힘든데 모래 덮인 언덕이라니. 쌓인 모래 양은 그동안 겪은 노면 상태 중에 가장 두툼하게 쌓였죠.
거의 밀고 끌다 시피 해서 언덕에 올랐습니다. 체력을 다 쏟았죠. 홍고린 엘스까지 남은 거리는 몇 킬로 안 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봐둔 게르까진 또 한참 남았죠. 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날은 흐려서 우중충하고, 기운은 없고, 갈 길은 암담하고.
함께 온 동생은 서울에 있는 아들이 생각 나 울컥했다고 합니다. 집에 있는 모터사이클을 다 팔아버리고 싶어지기도 했고요. 진저리를 치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나야 뭐 조금 막막하긴 했지만 횡단 유경험자로서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했죠. 정 안 되면 게르까지 걸어가 도움을 청해도 되니까요.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신기해요. 오는 내내 사람 한 명, 차 한 대 못 봤어요. 오직 우리 둘만 있었죠. 그런데 뒤쪽에서 토요타 랜드크루저가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석 대나. 우리를 보고 그들은 멈췄습니다.
"뭐 도와줄까?"
체력이 방전된 우리 대신 자신들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게르까지 대리 운전을 해주겠다네요. 처음에는 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한 명은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었는데도요. 처음에는 불안불안 뒤뚱거리다가 금세 자세 잡아 치고 나갔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졌죠.
우린 랜드크루저 뒷자리에 앉아 나아갔습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어마어마한 모래언덕이 나타나더라고요. 홍고린 엘스였어요. 바로 딱 앞에서 체력이 방전된 거죠. 아무튼 왔구나, 하면서 모래언덕의 장관을 보던 중에 또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모래언덕 위에 모터사이클이 두 대 있는 거예요. 앞서 타고 간 그 둘이었어요. 모래 덮인 지역도 아닌 그냥 모래언덕 자체를 치고 올라갔더라고요. 그냥 재미로. 역시 진정한 고수는 현지인이었어요.
그들은 그 지역 출신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모래 지역에서 모터사이클을 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렇지, 실력이 어후. 그들은 회사 워크숍으로 홍고린 엘스에 놀러왔다가 우리를 만난 거예요. 회사 대표인 다디는 20년 전에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어 우리말을 더듬더듬 해요.
그의 동생 산자는 전통악기 연주자여서 한국에서 매년 공연도 해서 우리말을 더 잘하고요. 의사소통이 되는 구세주가 나타난 셈이죠. 운이 좋았어요.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모래언덕은 장관이었습니다. 다른 세계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죠.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보드카도 얻어 마셨죠. 피곤한 몸에 알코올이 촤라락.
제대로 된 홍고린 엘스는 다음 날 보기로 하고 그들과 같이 게르로 갔습니다. 이미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쉬고 싶었거든요. 게르까지 랜드크루저를 타고 가면서 길을 보니 그들이 없었다면 밤새 울면서 끌고 밀고 타고 갔겠더라고요. 모래언덕 주변은 온통 모래밭!
어쨌든 조난당하지 않고 게르에 도착했습니다. 몽골 라이딩 중 가장 극적인 하루였네요. 게르 숙소에서 샤워까지 하고 먹은 제육볶음은 꿀맛이었습니다. 다디와 친구들도 놀러왔으니 같이 놀았죠.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렇게 또 여정 중에 새로운 인연을 만났습니다. 여정의 묘미죠. 어쨌든 드디어 홍고린 엘스까지 가 닿았습니다.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왔노라, 보았노라, 살았노라!”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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