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가자, 사막으로!" 몽골 고비사막 모터사이클 로드트립 #1

더로드쇼 2023. 7. 1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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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늘은 몽골 고비사막 로드트립 얘기입니다. 
 
두둥!

6월 26일에 출발해 7월 5일까지 딱 10일 일정이었네요. 2017년 유라시아 횡단 때 몽골에 가고서 6년 만입니다. 그때 몽골 대초원이 잊히지 않아서 다시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대초원을 가로질러 고비사막까지 달리기로 했죠.

인천공항에서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3시간 반이면 가요. 아주 가깝습니다. 가까운데 풍광은 비행기로 13시간 거리만큼이나 다르죠. 가까운데 이국적이라는 점에서 몽골 라이딩은 매력적입니다. 

비행기 고도가 낮아지면서 양떼구름과 그 밑의 초원이 보입니다. 점점 구름은 사라지고 초원이 펼쳐졌죠. 몽골에 다 왔다는 뜻이죠. 밥 한 끼 빠르게 먹으면 도착해요.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이 새로 생겼더라고요. 거대한 땅에 공항만 덩그러니 있어요. 

첫날은 울란바토르에서 보내고 다음 날부터 달립니다. 달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해야죠. 환전입니다. 몽골은 투그릭을 쓰는데 화폐가치가 낮아서 600불을 바꿨는데 두툼한 돈 뭉치를 받았습니다. 큰 지폐인 2만 투그릭이 한국돈 8000원 정도.

첫날은 관광모드죠. 6년 전에 어슬렁거리던 코스를 다시 가봅니다. 국영백화점도 구경하고, 징기스칸 광장도 다시 찾았죠. 그때는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동료가 있습니다. 이번 라이딩을 함께할 후배기자 '카잼TV'의 이재림이에요.

6년 전 보급하러 와준 팩토리 동료들과 마지막에 맥주 한 잔 한 루프탑도 그대로 있네요. 그땐 헤어져야 해서 쓸쓸했는데 이젠 여정을 시작하는 날이라 설레네요.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구 반이 산다고 합니다. 몽골 인구가 300만 정도라니 150만 명이 그리 크지 않은 도시에 몰려 있죠. 6년 전에는 매연이 심했는데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네요.

첫날의 마지막은 몽골 보드카로. 작은 병 샀더니 둘이 호로록 다 마셨네요. 이 보드카 맛이 괜찮아서 이후에 다시 샀죠. 저렴한 녀석인데 찐득하고 향도 괜찮았어요.

다음 날 드디어 출발합니다. 이번 로드트립에선 스즈키 DR650을 두 대 빌렸습니다. DR650은 월드 베스트 오버랜더 모터사이클이죠. 6년 전에 빌려 탔을 때도 느낌이 좋았어요. 대여비는 하루에 100불입니다. 몇 군데 알아본 바에는 가장 저렴한 축이었죠. 8일 빌렸으니 800불. 보증금 300불도 필요합니다.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어요.

정 없으면 중국제 150cc 싼 거 빌려서 달리려고 했죠. 몽골에 자주 보이는 모터사이클이에요. 몽골 유목민이 말 대신 타고 다닙니다. 몽골 모터사이클 렌트는 중국제부터 일제 250cc, KTM, BMW 800 GS까지 어드벤처 장르로 있어요.  

울란바토르를 벗어날 땐 날이 흐렸어요. 오기 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죠. 비만 내리지 말라고 바랐는데 다행히 비 맞고 출발하진 않았습니다.

남쪽으로 달리는 경로라서 공항을 다시 지나쳐요. 공항 가는 길은 3차선 도로가 펼쳐지죠. 몽골에서 이런 길, 유일합니다.

조금 달리다가 추워서 비옷을 꺼내 입었죠. 여름이지만 몽골은 일교차가 커서 비옷이나 바람막이 필수입니다. 낮에는 벗고 밤에는 껴입고.

넓은 도로도 끝나고 본격적인 편도 1차선 길이 펼쳐집니다. 더불어 대초원도 시원하게 펼쳐지죠. 몽글몽글 낮게 맺힌 구름은 풍경을 더욱 인상적으로 강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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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을 보기 위해!

이번 로드트립의 핵심은 고비사막, 그 중에서도 홍고린 엘스라는 모래언덕 지역을 보는 거예요. 100km 길이로 펼쳐진 모래언덕의 장관! 거기까지 가는 게 목표, 그 루트 사이 몇몇 명소들도 있어 들리려고 하죠. 코스는 일단 단순합니다.

가는 길도 단순합니다. 사막의 관문 같은 도시인 달란자드 가드까지 남쪽으로 쭉 도로로 이어져 있어요. 무지막지한 포트홀이 출몰해서 너무 빨리 달리긴 무섭지만, 굳이 빨리 달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윈도 바탕화면 같은 풍경 보는 맛이 쏠쏠하거든요.

몽골에 다시 온 이유죠. 한국에서 지평선을 볼 수 없잖아요. 아니 한국이 아니라도 어지간한 나라에서 지평선을 보기는 힘들죠. 건물이 있거나 산이 있으니까요. 몽골은 숲이 거의 없고 대초원이나 사막이 펼쳐진 땅이기에 하늘과 땅, 딱 두 가지 자연으로 다양한 풍광을 자아냅니다.

그 간결하지만 강렬한 풍광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횡단하면서 수많은 나라와 풍경을 봤지만 몽골을 첫손에 꼽는 이유예요. 도시인에겐 이런 단순하지만 거대한 자연이 가장 이국적이죠. 나이 들수록 점점 단순한 게 좋아져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도로를 달리다가 옆으로 핸들을 돌리면 초원을 달릴 수 있습니다. 길이 있지만 꼭 그 길로만 달릴 필요는 없죠. 도로가 끊어지는 공사구간이 나타나도 자연스레 옆으로 빠져 오프로드를 달리면 그만입니다. 우회 길은 트럭이 다녀서 빨래판 오프로드가 많아요. 그냥 초원을 달리는 게 속편합니다.

직진 도로만 타기 지루하면 옆으로 빠져서 자유롭게 타도 됩니다. 재밌게도 초원에도 길이 있습니다.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다니면서 길 모양이 새겨진 거죠. 이런 오프로드 길이 메인 도로 옆으로 중간중간 나타나요. 끝까지 가면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샛길이죠.

가다가 주유도 해봅니다. 중간중간 작은 마을에 주유소가 있어 도로를 달릴 때 주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돼요. 주유하다 보니 옆에 식당도 있어 점심도 해결합니다. 몽골에 오면 자주 먹을 수밖에 없는 양고기국수와 만두. 맛이 찐합니다. 

다행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이 좋아지더라고요. 날씨 운이 좋습니다. 이렇게 살랑살랑 첫날 라이딩을 마무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는데... 날씨 행운 대신 다른 불운이 찾아왔죠. 첫날 묵을 도시인 만달고비에 들어가기 직전이었어요. 이정표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멈췄는데 후배가 반갑지 않은 말을 꺼냅니다. 
 

형, 힙색이 없어요...   

망연자실 후배

한 30-40km 전에 떨어뜨리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확신이 들었죠. 사진 찍는다고 세워놓고 다시 출발할 때 힙색을 모터사이클 위에 놓고 그냥 출발해버린 거죠. 출발하려다가 비옷을 벗는다고 다급하게 움직인 게 화근이었어요. 그럴 수 있어요. 횡단하다가 안경 벗어두고 그냥 출발해서 다시 돌아와서 찾은 적도 있으니까요.

아마, 이곳!

다시 길을 되짚어 30-40km 가서 확인했는데 역시... 힙색은 초원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에이 설마 있겠지, 하고 갔는데 있을 리가 없었네요. 가는 길에 떨어뜨렸나 싶어 천천히 도로 밖을 살피며 다시 만달고비로.

원래는 만달고비 가기 전에 바가 가즐링 촐로라는 곳을 보러 가기로 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죠. 힙색 찾으려고 되돌아갔다 오다 보니 시간도 늦어지고 분위기도 가라앉고. 

이때는 웃고 있었지만...

라이딩 첫날부터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힙색에는 여권부터 환전한 돈, 보조배터리, 여분용 아이폰도 들어 있었죠. 그러니까 여행에 필요한 필수품을 모아놓은, 항상 몸에 지녀야 할 가방을 잃어버린 거죠. 불행 중 다행이라면 신용카드와 신분증 등은 다른 지갑에 있었어요. 

망연자실한 후배를 다독여 숙소를 향해 달렸습니다. 숙소는 미리 예약한 게 아닌 맵스미로 나오는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죠. 횡단하는 식으로. 처음 간 숙소는 망했는지 을씨년스러운 폐건물. 다음 숙소의 좌표를 찍고 갔습니다. 도시(라고 하기엔 마을) 풍경은 낯설고 주변은 어두워져서 되는 대로 들어갔어요. 하룻밤 쉴 수 있으면 그만이죠.

그렇게 해서 들어간 숙소는, 호텔이라 쓰여 있지만 옛날 여인숙 분위기. 횡단하며 다양한 숙소를 경험했지만, 상당히 터프합니다. 그래도 몸 누일 곳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캠핑 장비를 가져왔지만 첫날부터, 침울한 분위기로 캠핑하고 싶진 않았어요.

숙소에 오니 인터넷이 되어 식당을 수소문했습니다. 어이없게도 바로 뒤쪽에 깨끗하고 나름 고급스런 호텔이 있더라고요. 인터넷이 되는 줄 알았다면 구글맵으로 숙소를 찾을걸. 원래 모험 같은 여행은 그런 거죠. 거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합니다. 자꾸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나아갈 수 있죠.

이렇게 몽골에서 2일차, 라이딩 1일차가 끝났네요.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마음은 다쳤지만 몸은 괜찮고, 달릴 수 있는 날들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우리 모래사막은 볼 수 있겠지?

몽골 고비사막 로드트립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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