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부산까지 모터사이클 타고 가기

더로드쇼 2023. 3. 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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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입니다. 봄이란 뜻이죠. 

라이더만큼 봄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겨울에도 배터리 충전 겸 가볍게 모터사이클을 타긴 해요. 타긴 타는데 제대로 탄다고 볼 순 없죠. 멀리, 오래 타려면 3월은 되어야 탈 만합니다. 3월은 돼야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이 온기를 품기 시작하죠. 겨우내 참아온 장거리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죠.

 

이런 라이더의 마음을 누가 가장 잘 이해할까요? 당연히 모터사이클 브랜드죠. 다양한 브랜드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즌 오프닝 투어 행사를 엽니다. 라이딩 시즌이 열렸으니 모두 함께 이 기쁨을 공유하자는 마음이죠. 

 

3월 첫째 주 주말에는 BMW 모토라드 시즌 오프닝 행사가 있었어요. 멀리 부산에서 열렸죠. 이번에는 그냥 시즌 오프닝 행사가 아닌 모토라드 데이즈 행사를 겸했어요. BMW 모토라드가 올해 100주년이거든요. 

 

1923년 BMW는 자체 모터사이클 R 32를 출시하며 모터사이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항공기 엔진 만들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농기구 엔진부터 모터사이클 엔진까지 다 만들었거든요. BMW가 엔진만 만들다가 처음 자체 개발 탈것을 만든 역사적인 해죠. 

BMW가 모터사이클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BMW는 존재하지 않았겠죠.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 역사가 더 먼저예요. 그런 의미 있는 100주년이라 시즌 오프닝 행사의 판을 확장했어요. 예전에 가을에 열던 모터라드 데이즈를 시즌 오프닝 행사와 합쳤죠.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규모 행사를 못 열기도 했죠. 아무튼 이래저래 겸사겸사 시즌 오프닝 행사에 힘을 줬습니다. 

판 제대로 벌렸다니 가봐야죠. 가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모터사이클 타고. 

 

함께한 모터사이클은 R 18 트랜스 컨티넨탈입니다. R 18에서 시작된 BMW 모토라드 크루저 라인업의 '끝판왕' 격인 모델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울트라 리미티드나 로드 글라이드 리미티드를 겨냥하죠.

 

작년에 잠깐 탄 적은 있는데 이렇게 장거리를 타는 건 처음이네요. R 18 배거가 타는 재미는 더 짙어도, 장거리이기에 R 18 트랜스 컨티넨탈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배거와는 리어 캐리어 차이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장거리에 특화된 옵션이 여럿 있어요.

 

R 18 트랜스 컨티넨탈은 윈드실드도 더 높고 가슴 쪽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리플렉터도 달렸죠. 다리 쪽 바람도 막아줘 방풍성에서 우월합니다. 장거리는 얼마나 바람을 덜 맞느냐가 피로도를 좌우하니까요.

 

도열한 R 18 클래식, R 18 배거, R 18 트랜스 컨티넨탈을 보니 그림이 나오네요.  

부산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기자들 중에 초보도 있어서 대구에서 1박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행사가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해요. 당일에 대구에서 출발해도 여유 있게 달릴 수 있었죠. 시간만 낼 수 있다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죠. 시즌 오프닝 투어니까요.

 

출발하고 점심 먹기 전까지 몇 시간 달려보니 R 18 트랜스 컨티넨탈을 선택한 건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자세도 편하고 승차감도 부러운데다 방풍성까지 뛰어나니, 이대로 땅끝까지 달려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400kg 넘는 덩치를 가뿐하게 조종하며 달리는 재미가 커요. 민첩한 코끼리... 까지는 아니고 코뿔소를 조련해서 타고 다니는 기분이랄까요? 물론 처음에는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또 적응의 동물이죠. 모터사이클 구력이 좀 있으면 또 금세 적응합니다.

 

적응만 하면 커다란 덩치는 오히려 라이딩을 더욱 호방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죠. 부산까지 가는 국도는 고속국도가 많아요. 쭉 뻗은 길을 달릴 때 이런 투어링의 장점은 극대화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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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위치가 아쉬운 건 맞아요. 커다란 복서엔진 때문에 발을 뻗지 못하죠. 대신 연료탱크 니그립이 더 착 붙어서 덩치 대비 민첩성이 돋보입니다. 차체 밸런스가 좋아요. 금세 덩치에 적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다음 날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가뿐하게 달렸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린 것 치고는 몸과 마음도 산뜻했습니다. 2023 모토라드 데이즈는 부산 영도에서 열렸어요. 

 

부산 영도가 아시아하이웨이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먼 훗날 육로로 유라시아 횡단을 할 수 있다면 부산 영도에서 출발하면 정말 대륙의 끝과 끝을 달릴 수 있죠.

 

오랜만에 다채로운 BMW 모터사이클이 한 자리에 모이니 설레네요. 추산 규모는 약 1000명! 그렇다면 모터사이클 역시 근접한 수가 한 곳에 모인 셈입니다. 단지 수많은 모터사이클이 모인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죠. 모터사이클은 그런 존재니까요.

 

언제나 BMW 모토라드의 대표 모델 R 1250 GS 군단이 서 있으면 늘름하죠. 거대한 기마 군단의 위용이 느껴지죠. 이번에는 R 18 패밀리의 존재도 돋보였습니다. 한쪽에 따로 주차 자리도 마련했어요. 

 

새롭게 추가된 모델인 만큼, 게다가 R 18 클럽도 따로 만들었으니 시선 끌 수 있도록 모아놓았죠. 1802cc 복서 엔진 크루저가 뭉쳐 있는 모습,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죠. 역시 모터사이클 행사의 가장 큰 재미는 라이더들이 타고 온 모터사이클 보는 재미예요. 

모토라드 데이즈는 독일 모토라드 데이즈가 가장 유명하죠. 매년 한국에서도 고객을 보내 그 분위기를 즐기게 하죠. 모터사이클 축제예요. 전시도 하고, 게임도 있으며, 스턴트도 펼치는 모터사이클 놀이동산. 부산 영도에서 열린 2023 모토라드 데이즈도 형식은 비슷해요.

 

공연을 펼칠 메인 무대가 있고, 대표 모델들을 전시해둔 전시 부스가 있죠. 미니 게임장과 BMW 모토라드 라이딩 기어를 할인해 파는 공간, 푸드 트럭의 음식들을 즐기는 공간도 있습니다. 모터사이클 스턴트쇼와 거북이 레이스를 펼치는 공간도 있고요.  

 

커다란 공터에 각 공간이 둥그렇게 모여 있습니다. 메인 무대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유롭게 그 안을 돌아다니며 즐기면 그만이죠. R 나인T 100주년 기념 모델에 앉아 사진을 찍거나 대표 모델 전시 공간에서 마음에 품은 모델을 자세히 봐도 시간은 잘 가죠.

 

중요한 건 모터사이클이란 테마입니다. 이렇게 모터사이클과 관련된 것들을 한꺼번에 즐길 기회가 적거든요. 게다가 오랜만이잖아요.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릴 때 놀이동산에 처음 갔을 때처럼 설레게 마련이죠. BMW 모토라드 라이더라면 흐뭇할 수밖에 없습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메인 무대 프로그램이죠. BMW 모토라드 홍보 대사인 류승수 배우가 BMW 모토라드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얘기하는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모여 들었어요. 

 

무대 하면 공연이 빠질 수 없죠. 브레이크 댄스 팀의 공연을 시작으로 울랄라세션이 열기를 돋웠습니다. 그 열기를 가수 김조한이 이어받았고요. 김조한은 공연 중간에 모터사이클 얘기를 풀어놓기도 했어요. 그 역시 BMW 모토라드 모터사이클을 타거든요. R 1100 S의 오너예요. 특히 모터사이클 배기음과 노래의 상관관계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가수 에일리가 책임졌습니다. “뒤에 태워주실 건가요?”라는 에일리의 말에 행사장은 가장 높고 뜨거운 함성으로 들끓었죠. 물론 에일리의 무대에서도 함성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부산 영도의 밤이 시작될 때 2023 모토라드 데이즈가 끝났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모터사이클과 함께한 하루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음 날 투어로 복귀하는 사람도 있으니 1박2일이겠네요. 2023 모토라드 데이즈는 오랜만에, 진하게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즌의 시작을 제대로 알렸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한 해 또 신나게 달려야겠습니다. 작년보다 1분이라도 더 즐겁게 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돌아오는 길에 다짐했습니다.

탈 수 있을 때 타야 합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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