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시승기] '왕관의 무게'를 이겨낸 신형 GS

더로드쇼 2024. 3. 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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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오늘은 BMW 모토라드 R 1300 GS 얘기입니다. 작년 12월에 출시 행사 때 이어 두 번째로 타봤거든요. 이번에는 공도에서 보다 시간 여유 갖고 달려봤습니다. 첫인상에서 느낀 신선함이 두 번째에서도 느껴질지 기대하는 마음이 컸죠. 

첫인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R 1250 GS는 하나의 기준 같았거든요.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방향성이자 완성형이랄까요. 이미 충분한데 바뀔 게 있을까? 혹은 바뀌어도 딱히 인상적일까 싶은 의구심도 있었죠. 디자인이 파격적으로 바뀌어서 낯선 느낌도 컸고요. 

그랬는데 R 1300 GS는 단단하게 얼은 마음을 망치로 쿵, 부숴놓더라고요. 선입견이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파격적인 외관만큼 상당히 달라졌어요. 정말 디자인만큼 진취적인 변화였죠. 알아서 잘 달려주는 어드벤처 모터사이클다운 성능은 여전했어요. 그러면서 더 쉽게 탈 수 있는 접근성과 더 짜릿하게 달리는 스포츠성까지 더했죠. 잘하는 건 더 뾰족하게 다듬고 아쉽던 부분까지 채웠습니다. 이젠 정말 전천후 모터사이클로 완성도가 더 높아졌어요.    

그러니 R 1300 GS를 다시 시승하러 가는 길이 설렐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느낀 첫인상이 그대로일지 궁금하잖아요. 게다가 이번에는 시내부터 외곽까지 실제 모터사이클로 투어 가는 느낌으로 탈 수 있고요. 보다 실제 영역에서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 다 떠나서 느낌 좋은 모터사이클 또 타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시승 모델은 R 1300 GS ‘스타일 GS 트로피’ 모델입니다. 차체의 파랑이 산뜻해요. 기존에 있던 색이라서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시 봐도 R 1300 GS는 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기존 R 1250 GS가 중후하고 다부지다면, R 1300 GS는 매끈하고 날렵해요. 외관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성격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같이 놓고 보면 분명 덩치는 비슷해요. 여전히 ‘오버리터급’ 어드벤처다운 풍성함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R 1300 GS는 응축된 느낌이 커요. 낮게 배치한 헤드라이트와 매끈한 차체 덕분이죠. 헤드라이트도 간결한 디자인이기에 그 감각을 더욱 증폭했을 겁니다. 새로 빚은 리어 프레임도 매끈한 차체를 강조하고요. 전반적으로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입었달까요. 단번에 몇 세대를 뛰어넘어 바뀐 느낌이죠.

감상은 끝내고 달려보기로 합니다. 전보다 발이 잘 닿습니다. 자동으로 시트고를 줄여주는 기능 덕분이죠. 850mm에서 820mm로 무려 30mm나 줄여줍니다. 시속 50km를 넘어가면 시트고가 원래대로 돌아가요. 달릴 땐 쾌적한 시야와 편한 자세를 제공하죠. 그러면서 저속이나 멈출 땐 시트고에 대한 부담을 줄여줍니다. 그동안 시트고 때문에 GS 타기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은혜로운 기능이죠.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응축된 느낌의 차체는 느낌만이 아니에요. 실제로 다루기가 편합니다. 핸들링은 한결 가볍고, 차체 움직임은 사뭇 민첩하죠. 섀시를 새로 짰어요. 엔진, 변속기 등 각 파츠도 응축된 감각을 느끼도록 배치했습니다. 무게가 12kg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실제로 느끼는 체감 무게는 12kg 이상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미들급 부리는 듯한 경쾌함이 있어요. 덕분에 시내를 빠져나갈 때도 덩치에 휘둘리지 않죠. 시내에서 GS를 이렇게 민첩하게 부릴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라이딩 실력을 키워야 가능한 일을 기술로 이뤘네요. 덕분에 실력이 있는 사람에겐 더 민첩한 머신으로, 부담스러워하던 사람에겐 만만하게 다가옵니다.        

더 높아진 출력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145마력이란 최대출력보다 3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7%인 130NM가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죠. 저속 토크가 두툼한 만큼 다루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어떻게 보면 가뿐한 움직임은 R 1300 GS의 외관보다 더 극적인 변화입니다. 민첩한 거동을 위해 차량 각 부분을 하나하나 조율한 티가 나요. 
 
이런 경쾌함은 탁 트인 국도에서 달릴 때도 진가를 발휘합니다. 시내에선 가뿐한 움직임이 속도를 붙일수록 더 역동적으로 변모하죠. 역시 조금 과장하면,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타는 듯한 짜릿함도 있어요. 응축됐다고 해도 여전히 덩치가 크잖아요. 커다란 모터사이클을 민첩하게 부리며 타는 쾌감이 상당합니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던 라이딩 감각이죠. 

교통량이 줄어들어 양껏 스로틀을 비틀어봤습니다. 최고출력 145마력은 쉽게 바닥을 드러내지 않죠. 계기반 숫자가 빠르고도 꾸준히 올라갑니다. 찌릿한 감각이 몸을 관통하는 선에서 스로틀을 제자리로 돌립니다. 힘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하면 됐죠. 경량화한 차체와 경쾌한 몸놀림에 더 높아진 출력을 더했으니 당연하죠. 출력이 아쉽다는 얘기는 안 나올 겁니다.
 
출력이야 저한텐 이전 모델도 크게 아쉽지 않았기에 다른 지점이 더 눈에 띕니다. 방풍 성능이 확연히 좋아졌어요. 전동식으로 바뀐 윈드실드를 끝까지 올리면 거친 바람이 안쪽으로 들어찰 일이 없어요. 게다가 윈드실드 아래쪽에 좌우로 달린 디플렉터가 바람을 꽤 잘 막아줍니다. 장거리를 달릴 때 방풍 성능이 피로도를 좌우하잖아요. 전보다 확실히 쾌적해졌습니다.         

심지어 손 쪽 방풍 성능도 뛰어나요. 너클가드가 있다고 해도 겨울철에 달리면 손이 시릴 수밖에 없죠. 시승한 날은 2월이어서 아직 칼바람이 생생했어요. 하지만 R 1300 GS는 다르더군요. 손으로 오는 바람까지 잘 막아 한결 쾌적해요. 3단계로 조절되는 히팅그립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시 3단계로 조절되는 히팅시트 기능도 소중하죠. 겨울에 시승하러 나올 용기를 준 기능들입니다.    
 
편의장치도 R 1300 GS는 꽉 채웠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후측방 경보장치도 있어요. 오디오만 없을 뿐 편의장치 충실한 투어러로서도 손색없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편의장치가 많아요. 신형으로 돌아오면서 단점을 찾지 못하게 빈틈을 하나씩 채웠다고 볼 수 있죠.

가다 보니 흙길도 나와서 들어가봤습니다. 투어러와 다른 GS만의 장점이죠. 투어러의 역할을 해내면서 오프로드도 무서워하지 않는 전천후. 출시 행사 때 잠깐 오프로드 코스를 타봤기에 거침없이 흙길로 방향을 틀었죠. 앞서 말한 민첩한 거동과 가뿐한 움직임은 오프로드에서도 통용됩니다. 더 진보한 서스펜션은 시침 뚝 떼고 충격을 걸러내죠.    

R 1300 GS는 이전 GS와 확실히 달라졌어요. 외관만큼 전체적으로 변화 폭이 큽니다. 예전이 듬직한 기계 말 같았다면 지금은 매끈한 비행체가 떠오릅니다. SF영화에 나오는 비행 탈것 말이에요. 단지 외관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날렵해요. 잘해온 건 여전히 잘하고, 더 확장된 영역까지 잘해냅니다. 앞으로 10년을 책임질 모델로서 긍정적인 변화예요. 타보면 압니다. 몸이 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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