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포르쉐 마칸입니다.

이런 구름을 바라보며 멀리 날아갔습니다. 목적지는 스페인 마요르카. 방문 목적은 포르쉐 신형 마칸 시승.
횡단하고 돌아올 때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1년 후 다시 스페인 땅을 밟네요. 포르쉐 신형 마칸이 기다리니 더 두근거리네요.

스페인 마요르카는 섬이고 휴양지입니다. 좀 사는 사람들이 가는 명소라고 들어는 봤습니다. 직접 가본 건 처음이에요. 안타깝게도 도착하는 날부터 비가 왔습니다. 원래 섬날씨가 변화무쌍하잖아요.


비행기 세 대 타고 도착한 마요르카 섬은 조용했어요. 비가 와서 더 조용했죠. 공항에서 내려 바로 근처 해변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는 건 아쉽지만 포르쉐 신형 마칸을 만나는 데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죠. 휴양지에 쉬러 온 게 아니니까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자동차 해외 시승회는 각각 그 맛이 있습니다. 마요르카 섬에 도착해 바로 신형 마칸을 만나 일단 올라탑니다.
조용한 해변이지만 신형 마칸 앞에서 조용할 수가 없죠. 와, 캬, 호오, 같은 탄성부터 터뜨리고 시작합니다. 파란색 자동차 옆 파스텔 마칸도 보이네요. 색바랜 주변 경관과 어울리면서 발랄하고 또렷합니다. 포르쉐가 원래 그렇죠. 어떤 곳이든 존재 자체가 시선을 끌어요.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인 시승은 아니에요. 숙소이자 시승 행사 베이스캠프까지 가볍게 타고 가는 일정입니다.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알뜰하게 시승에 사용하고자 하는 포르쉐의 의도.
마칸 트렁크를 열어 캐리어를 넣습니다. 안쪽 제 캐리어 빼고는 그리 큰 크기는 아니지만 세 개가 툭, 실리니 트렁크 용량이 괜찮죠? 아우디 Q5가 베이스니 마칸이 작은 자동차는 분명 아니죠.


두 번 경유해 스물 몇 시간 동안 하늘과 공항에 있었으니 일단 빨리 숙소로 가고 싶습니다. 몸이 땀과 피로에 절었어요. 외관을 제대로 감상하기보다는 일단 이동하면서 실내부터 둘러봅니다. 슥, 흘려봐도 새로운 포르쉐 인테리어가 적용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커지고 센터 터널도 조금 깔끔해졌네요. 여전히 포르쉐답게 센터터널에 버튼이 즐비하긴 합니다.


고속국도로 달리다가 해변도로도 달립니다. 풍광은 조금 을씨년스러웠어요. 비가 내렸고, 휴가 시즌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중간에 멈춰 스페인 시골 같은 풍광을 보며 잠시 숨 돌리기도 했습니다.
횡단하면서 스페인 시골길을 많이 달렸는데 그때 느낌과 비슷했어요. 스페인은 땅이 넓어서 도시를 벗어나기만 하면 바로 시골 풍광이 이어지죠. 마요르카도 마찬가지예요. 휴양지긴 하지만 이비자 같은 파티 위주 섬과는 성격이 다를 테니까요.


숙소 역시 시골 전원에 덩그라니 놓인 리조트입니다. 주위에 평원과 낮은 산이 멀리 보이는 한적한 곳이에요. 편히 쉬기엔 좋은 곳입니다. 정말 '휴양'에 어울리는 곳이죠. 마요르카가 어떤 성격의 휴양지인지 보여준다고 할까요?

지는 해와 함께 소리도 잦아듭니다. 마요르카에서도 한적한 곳이지만, 마요르카가 어떤지 보여주는 그런 풍광이죠.


밤이 되고 본격적으로 시승하기 전 미디어 브리핑이 열립니다.
입구에 전시된 신형 마칸을 보면 알 수 있듯 외관이 확연하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틀린그림찾기처럼 집중해서 봐야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죠. 헤드램프를 매만졌고, 주간주행등이 에어덕트 발톱 형상에 숨어들었습니다. 포르쉐가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미는 방식이죠. 딱 그 정도로 요소를 적용해 외관을 다듬었죠.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아쉽거나 하진 않아요. 언제 포르쉐가 완전히 달라져서 나오나요? 바뀐 듯 안 바뀐 듯하면서 조금씩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으로 몰고 가죠. 그렇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많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죠. 서서히 디자인에 젖어들어간달까요. 고수하는 디자인을 즐기는 브랜드의 특징이죠.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신형 마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듣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권 미디어들이 모였어요.


이렇게 신형 마칸의 앞과 뒤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딱 그만큼 바뀌었죠. 특별히 더하고 덜 것도 없습니다.

대신 실내가 확 바뀌었죠. 새로운 인테리어를 적용했으니까요. 디지털 모니터를 중심으로 보다 단정해지고 간결해졌습니다. 요즘 자동차의 인테리어 특징이기도 하죠.


미디어 브리핑 시간에 꽤 많은 시간을 포르쉐의 연결성에 할애했어요. 포르쉐 커넥트 앱과 포르쉐 카 커넥 트 앱으로 신형 마칸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죠. 오프로드 프리시전 앱이란 것도 있다고 합니다. 사물인터넷이 속속 다가오는 시대에 포르쉐 역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거죠.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런저런 유용하고 정보를 얻는 기능입니다. 신형 마칸이 더욱 기특하게 보이는 지점이죠.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한참 들었는데 뭔가 허무해...
아예 적용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열심히 현지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늦을 뿐 되긴 된다는 거죠.
앞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가 연결되는 기능이 계속 나올 겁니다. 솔직히 지금은 크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자랑하기 좋은 수준이죠. 하지만 기술은 언제나 어느 순간 삶에 훅, 들어오게 마련이죠. 그때는 그냥 오는 게 아니니 이런 시도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신형 마칸은 마칸과 마칸 S로 나옵니다. 마칸은 2리터 4기통 터보 엔진, 마칸 S는 3리터 6기통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 마력 변화는 극적이진 않습니다. 기존 마칸도 충분히 극적이니까요. 마칸 S가 14마력 향상됐습니다. 하지만 두 엔진 모두 새롭게 개량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하네요.

엔진뿐만 아니라 섀시부터 서스펜션, DCT 변속기, 브레이크 등 차량 전반을 매만졌어요. 숫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타보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겠죠? 숙소까지 타고 오는 짧은 첫인상에서도 확실히 느꼈습니다. 엔진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더 흥미로운 점이 있었거든요. 그 궁금증은 다음 날에 집중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온전히 신형 마칸과 함께하는 하루가 밝았습니다. 하루 종일 빗길을 누비며 시승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찬란한 태양이 뜨네요.

언제나 해외 시승 행사에 갈 때마다 타고 나갈 신차가 도열한 모습에 감동 비슷한 걸 느낍니다. 같은 차가 나란히 서 있으면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그 안에서 내가 하나 (고르진 못하지만) 툭, 타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도열한 차가 포르쉐라면 기분이 더 고조되겠죠.


나름 웅장한 광경에 셔터를 누르고 눌러봅니다. 주간주행등이 에어덕트 핀 속에 숨어서 전면 인상이 더 깔끔해졌어요. 헤드램프도 LED 네 개가 각기 분리된 형태라 더 또렷해졌고요. 그릴과 에어덕트의 높이를 맞춰서 정리해 디자인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신형 마칸은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어요. 전과 비슷하면서도 더 정갈하게 다듬은 디자인, 선호합니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휙휙 바뀌면 역사와 유산을 쌓기 힘들잖아요. 포르쉐는 그 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뭐라 해도, 결국 브랜드 성격이 분명하면 그런 불만은 금세 잦아듭니다.

이런 과감한 색깔로 변화를 꾀하면 되는 거죠. 이 색깔 마음에 듭니다. 마칸이라면 이런 독특한 색깔로 타보고 싶네요. 한국 도로와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스페인 마요르카 풍광과 햇살 때문에 더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포르쉐라면, 게다가 마칸이라면 이런 발칙함도 괜찮을 듯해요.

오늘의 루트. 해안가를 좀 달리다가 돌산을 관통하는 코스입니다. 마요르카 섬에 와서 내륙으로 들어간다고? 보니까 길도 험한데?
루트를 보고 처음에는 의아해했죠. 이유가 있었죠. 포르쉐가 굳이 마요르카 섬까지 불러서 짠 시승 코스니까요.

시승 코스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고속 국도와 돌산 와인딩, 마을 시내길. 시승 장소가 마요르카라고 해서 해안도로만 달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여행을 떠나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조합했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신형 마칸의 성격이 변한 까닭이죠. 기존 마칸은 SUV지만 포르쉐다운 특징을 살리는 데 집중했어요. 전반적으로 바싹 조였달까요? SUV지만 포르쉐에 기대할 요소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반면 부분 변경 마칸은 보다 여유로워졌어요. 포르쉐라는 걸 증명했으니 이제 힘 빼고 더 많은 사람을 품을 SUV다운 성격을 품기로 한 거죠. 첫인상에서 느낀 신선한 점도 그 부분이었어요. 이런 생각.
"포르쉐가 SUV의 넉넉함을 받아들였는데?"

시승 코스가 다채로운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행을 떠나 어떤 길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SUV의 품.


시내의 둔턱이나 도로의 요철을 품는 성정이 도심형 SUV 수준으로 넓어졌어요. 물론 포르쉐라는 걸 감안할 때 얘기죠. 긴장을 아예 풀지는 않았지만 제법 도로의 굴곡 대로 몸을 맡길 줄 아는 SUV가 됐어요.

아, 그렇다고 마냥 풀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돌산 와인딩이 시승 코스 상당 부분 차지하는 건 이유가 있으니까요. 와인딩에서 민첩한 핸들링과 빠릿빠릿한 거동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니까요. 이젠 쫀쫀하게 돌아나가는 맛도 선보입니다. 약간의 롤링에 몸을 맡기면서도 어느 선 이상 풀어지지 않는 쫀쫀함. 더 밀어붙일수록 포르쉐 배지는 더욱 또렷해질 겁니다.

신형 마칸의 거동에 신선해하다 보니 어느새 코스 돌고 점심 먹는 곳에 도달합니다. 건축가가 공들여 지은 듯한 건물이에요.

와이너리 가운데 지은 건물이라 발 아래 와인 저장고가 바로 보입니다. 규모 큰 와이너리의 쇼륨 같은 곳이죠. 바닥을 강화 유리로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튼튼하다는 건 알지만 기분이 쎄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음 코스를 시승하기 전에 사진 한 컷.

점심 이후 시승은 돌아가는 코스. 길은 달라도 풍광은 비슷합니다. 역시 돌산 와인딩이 한 구간을 차지합니다.


쭉 뻗은 길에선 넉넉해진 품과 포르쉐다운 힘이 어우러져 쾌적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긴장하게 하지 않게 한다는 점. 신형 마칸의 새로운 전략입니다. 포르쉐라고 하면 어떤 차종도 좀 긴장시키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 꽉 조인 느낌이 부담스러워 꺼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신형 마칸은 그런 사람마저 끌어들일 품을 선보입니다. 다른 차종이 아닌 마칸이기에 괜찮은 전략이에요.

마칸은 포르쉐의 두 번째 SUV죠. 카이엔이 성공해 마칸도 등장하게 됐죠. 전 마칸이 이렇게 많이 팔린지 몰랐어요. 10년 전 포르쉐 전체 판매량이 7만 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에 마칸 한 차종 판매량이 9만대를 넘겼다고 해요. 포르쉐 성공의 대표 모델이 카이엔인 줄 알았는데, 이제 마칸이 포르쉐 성공의 아이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포르쉐를, 마칸을 팔기 위해 품을 넓히지 않았을까?"
신형 마칸이 보여준 성격을 파악하며 이렇게 상상해봅니다. 물 들어왔으니 노 저어야죠.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하기 쉽게 마칸의 영역대를 넓게 벌리는 거죠. 그 사이, 더 넓은 품을 유지하게끔 섀시와 서스펜션 기술도 보완했을 테니까요. 그냥 편하게 만든 게 아닌, 포르쉐다우면서도 편안한 SUV로 완성했습니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차종도 아닌 마칸이니까요. SUV의 특성을 이해한 포르쉐로서 더 많은 사람을 유혹하는 거죠. 포르쉐의 긴장감을 시종일관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911이나 카이맨, 박스터가 있으니까요. 마칸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긴장감 외에도 편의성을 기대할 테니 그 점을 확실하게 보완한 거죠.
그 전략을 거쳐 신형 마칸은 SUV이자 GT 성격을 띤 자동차로 돌아왔어요. 이런 방향성은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르쉐 배지에 넉넉한 공간과 쾌적하고 안락한 주행 감각까지 겸비했으니까요.

어떤 점에서 신형 마칸은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을 버리고 다른 쪽을 택한 게 아니니까요. 두 영역 사이를 넓게 오갈 품이 생겼으니까요.
신형 마칸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마칸 배지는 챙겼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아쉽게 흘러가죠. 배지라도 있어서 덜 아쉬우려나요.

구름에서 시작했으니 구름으로 끝내봅니다.
신형 마칸이 국내에서 곧 출시할 테니 기회가 닿으면 다시 타봐야겠어요. 마요르카의 감흥이 한국에서도 이어질지 궁금하니까요.
신형 마칸 동영상 시승기도 있습니다. 찍다가 파일 오류로 많은 부분 날렸지만, 마요르카 시승 분위기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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