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GLB의 B는 BEST의 약자?

더로드쇼 2020. 12. 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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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제공한 시승차를 타고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GLB 250 4매틱입니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도 올렸습니다. 영상으로 보실 분은 링크 클릭!

https://youtu.be/2Xng9eXAqnM 

메르세데스-벤츠에서 흥미로운 SUV를 내놓았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GL이 들어가니 SUV, 뒤에 B가 들어가니 A와 C 사이 크기입니다. 벤츠에는 A, B, C, E, S 이렇게 있죠. B라는 글자만 봐도 대충 크기와 위치, 가격 등이 그려질 겁니다. 보통 그러니까요. 모델명이 곧 그 모델을 설명하는 기호로 쓰이죠. 프리미엄 브랜드의 작명법입니다.

그런데 이번 GLB는 조금 독특해요. 단지 작명법으로만 규정할 수 없죠. GLC에 육박하는 크기에, 시작 가격은 GLA보다 낮죠. 상당히 넓은 범위를 자기 영역으로 지정합니다.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디자인 또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SUV인 GLS과 닮았습니다. 풍만한 덩치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라인업의 시작점에 있는 GLB에서 벤츠 SUV 꼭짓점인 GLS의 풍모가 느껴지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약간 특별 대우가 느껴진달까요.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빚은 벤츠 모델 중에 GLB가 꼭짓점이라고 은연중에 나타내는 걸까요?

비교하지 않고 그냥 GLB 디자인만 봐도 꽤 흥미로워요. 요새 보기 힘든 박스형을 전면에 내세운 SUV입니다. 박스형, 각이 살아있는 SUV는 몇 없죠. 오프로더의 아이콘 같은 몇몇 모델만 남았습니다. 물론 GLB가 그런 아이콘처럼 레트로라고 칭할 디자인은 아닙니다. 충분히 도회적이고 매끈해요. 그럼에도 전체 형상이 박스 형태라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헤드라이트와 그릴 등 전면 구성은 분명 벤츠의 그것입니다. 누가 봐도 벤츠죠. 그럼에도 조금 달라 보여요. 형태를 만드는 방향성 차이로 보입니다. 다른 벤츠 SUV 라인업은 전고보다는 좌우 폭을 더 두툼하게 처리하죠. SUV인데도 낮고 웅크린 자세를 지향합니다. SUV라도 투박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연출하려는 의도죠. 

반면 GLB는 박스형 디자인이어서 전고가 도드라집니다. 그에 따라 좌우보다는 상하를 부각하는 디자인 요소로 다듬었어요. 헤드라이트도 옆으로 찢지 않고 사각형 느낌으로 절제했죠. 물론 각은 둥글게 다듬었지만요. 2박스 형태의 정통 SUV의 덤덤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특히 옆에서 보면 공간을 확보한 다음에 그냥 다듬은 수준으로 툭툭, 디자인을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기교를 부리긴 했습니다. C필러로 가면 창문과 도어가 만나는 선을 살짝 올리고, 창문 위쪽으로 크롬 몰딩 선을 더하면서 밋밋하지 않게 처리했죠. 그럼에도 덤덤합니다. 끝은 둥글지만 형상에서 각이 살아 있죠.

그 자체로 희소성 있는 디자인이 됐다고 봐요. 예전에는 흔했지만 이젠 드문 형태죠. 패션이 돌고 돌아 레트로가 각광받는 것처럼, GLB의 박스형 디자인은 드물기에 눈에 띕니다. 장식 배제한 간결한 디자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GLB는 박스형 디자인이 주는 덤덤함을 오프로더라는 고유한 성격으로 부각합니다. 둥글긴 하지만 사다리꼴로 휠하우스를 만들었다든지, 그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처리했다든지 하면서 오프로더 느낌을 살리죠. 도어 하단, 후면 하단에도 플라스틱을 덧대 오프로더로서 성격을 부여합니다. GLA도 휠하우스를 플라스틱으로 처리했지만 GLB가 더 어울리죠. 박스형 디자인이 디자인이자 차량 성격을 드러냅니다. 

옛 정취 느껴지는 외관이지만 실내는 덤덤하지 않아요. 최신 벤츠 인테리어로 구성했죠.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장을 붙인 계기반은 벤츠 전륜구동 플랫폼 인테리어의 꽃입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바뀌죠. 최신 자동차 인테리어 트렌드입니다. 각 브랜드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를 활용하죠. 구성 면에서 벤츠가 멋도, 통일성도, 분위기 쇄신 역할로도 으뜸입니다. 

가로로 길게 일체형으로 이어진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제트엔진 터빈을 형상화한 송풍구 디자인은 볼수록 어울립니다. 새로 바뀐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맞물려 미래적 인상을 물씬 풍기죠. 시작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아쉽거나 소외받는 기분이 없어요. 그 점은 벤츠가 전륜구동 플랫폼 인테리어를 새로 짜면서 칭찬할 만한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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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GLB 기준으로 아쉬운 점도 있어요. 공간을 큼직하게 확보해서 상대적으로 인테리어가 비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장점을 챙기다 보니 단점이 드러난 경우죠. 면적이 넓어지니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송풍구 요소로 다 채울 수 없어요. 자연스레 빈 공간이 드러나죠. 

그 부분이 아무래도 벙벙한 느낌입니다. 고급 재질로 그 공간을 다 채울 수 없으니까요. 플라스틱 질감이 빛나는 요소들을 좀 퇴색시킵니다. 크기와 질감, 두 가지를 다 얻으려면 더 위급으로 가야 하죠. 자본주의의 법칙입니다.

대신 공간은 확실히 동급 차종에 비해 우월합니다. 우월한 정도를 넘어 카테고리가 다르게 느껴져요. 운전석에서도 전고가 높아 쾌적하다 못해 풍요로울 정도죠. 수입 콤팩트 SUV에서 공간의 풍요로움을 느끼긴 어렵잖아요. 

GLB에 앉는 순간 누구나 이야 넓다, 하고 감탄할 만해요. GLC에 비해서도 전고가 높아요. 그만큼 머리 위 공간이 여유로워서 공기 밀도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층고 높은 건물에 들어서면 쾌적하잖아요? 그런 느낌입니다. 외관에서 느낀 감흥 이상이에요. 확실히 장점에 집중합니다. 이만한 공간 어디 없잖아요? 안 그래요? 하는 GLB의 말이 실내에 메아리치는 기분입니다. 앉아 있으면 그렇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확실히 SUV 타는 기분이 듭니다. 시야가 높고, 머리 위 공간이 넓으면서 좌우로 느긋하게 흔들리는 느낌도 들어요. 넉넉한 느낌은 시트에 앉아서도, 스티어링 휠을 살살 돌리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라 좋습니다. 박스형 외관에서 받은 느낌이 운전할 때도 이어집니다.

반면 가속페달을 밟으면 의외로 카랑카랑하게 달려 나갑니다. 이 부분은 외관과는 조금 다른 성질이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반응도 빠르고 출력도 매끄럽게 뽑아냅니다. 출력 토해내는 감각은 느긋하기보다 자극적이에요. 소리도 제법 매섭고 그에 따라 속도도 꽤 치솟아요. 이런 점은 의외였어요. 패밀리카를 지향하더라도 확실히 젊은 취향에 맞췄구나, 생각하게 하죠.

물론 출력 뽑아내는 질감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한 박스형 외관, SUV다운 움직임은 역동적인 거동과는 맞지 않죠. 선회 구간에선 슬그머니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사륜구동인 4매틱이니 그래도 안정적이겠지만, 체감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직선에서 가속페달 꾹, 밟을 때는 은근히 자극해요. 가속페달 밟다가 무심코 계기반 봤는데 속도가 훌쩍, 높아졌더라고요. 이런 특성은 GLB 250 4매틱 모델만의 재미 요소라고 할 만합니다. 

GLB에는 오프로드 모드도 있습니다. 따로 주행모드에 오프로드 모드가 있다는 건 성격을 만드는 점에서 유리하죠. GLB 220 모델과 차별화일 겁니다. GLB 220은 전륜에다가 출력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했죠. 다른 무엇보다 공간이라는 장점에 집중한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가격도 GLA보다 낮아서 접근성도 좋죠. 

반면 GLB 250 4매틱은 오프로드 모드까지 장착해 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활용하도록 영역을 넓힙니다. 물론 정통 오프로더가 아닌 이상 험로를 가더라도, 보편적으로 전륜으로도 갈 만한 곳을 가겠지만요. 그래도 마음 편하게 가느냐, 졸이며 가느냐, 중요할 때 써먹을 수 있느냐는 중요한 차이입니다. 그런 점에서 GLB 250 4매틱은 이런저런 능력치가 좋아요.

종합해보면 GLB 250 4매틱은 벤츠 전륜구동 플랫폼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델 같아요. 벤츠의 젊은 모델군의 기함을 만든 느낌입니다. 공간부터 성능, 확장성과 활용도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죠. 2열 편의장치가 박하다는 평이 많긴 하지만, 다른 장점이 도드라져 금세 잊게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 장벽이 있죠. 이거 한 대면 충분하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가격을 보면 또 멈칫하죠. 6천만원대 초반입니다. 벤츠 엠블럼부터 디자인, 공간, 성능 다 흡족하지만 가격 보면 또 마음이 흔들리죠. 콤팩트 SUV 가격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우니까요. 게다가 6천만원대면 고를 수 있는 후보가 여럿 늘어납니다. 탐스러운 건 맞는데 또 가격 생각하면 욕구를 억제하고픈 이성이 작용하죠. 재밌습니다. 상품 구성이 이래서 재밌는 거 같아요. GLB 220이라는 대안이 이때 빛을 발하겠죠. 

그럼에도 GLB는 이모저모 흥미로운 모델입니다. 라인업에 속하지만 단독 모델 같아요. 라인업의 어떤 체계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GLA와 GLC의 사이라기보다는 GLA에서 GLC까지 넓은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예전 B클래스도 좀 그런 느낌이 있긴 했죠. 그때 B와는 비교 불가 위치긴 하지만요. 독립적인 느낌이라 GLB 같은 모델은 한 번 사서 오래 타기 좋죠. 그런 장점이 가격의 벽을 뚫고 갈 추진력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2Xng9eXAqnM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제공한 시승차를 타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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