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역시는 역시, BMW 520i

더로드쇼 2020. 10. 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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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랜드에서 시승 기회를 얻어 작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BMW의 대표 세단, 신형 520i입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여기에서.

https://youtu.be/xQbqPVnQuh0

이번에 나온 BMW 5시리즈는 7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4년 전 7세대가 나왔을 때 꽤 놀랐어요. 세대 바뀔 때마다 사람 놀라게 하는 데 독일 세단이 일가견 있죠. 7세대 5시리즈는 디자인과 달리는 감각이 보다 진중해지고 성숙해졌습니다.

그 전 5시리즈가 디자인에서 좀 과격한 면이 있었다면 7세대는 매끈한 느낌으로 매만졌죠. 여전히 누가 봐도 BMW 세단이구나 싶은 디자인이면서 전 세대와 다른 선을 그었죠. 편안함에 치중하던 전 세대에 비해 달리는 감각을 다잡았습니다. 그 전 세대가 대중성에 치우쳤다면 7세대는 편안한이 상징하는 대중성과 탄탄함으로 표현하는 정체성을 적절히 조율했죠. 정반합의 결과랄까요.

그렇게 다시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발전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장기죠. 비슷한데 막상 보면 꽤 다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대와 세대 사이에 차이를 만드는구나 싶었어요. 7세대 5시리즈는 그랬습니다.

이번 신형 5시리즈는 지난 5월 한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공개했습니다. 한국에서 BMW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처음이었죠. 게다가 다른 모델도 아닌 BMW의 핵심 모델, 신형 5시리즈라니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이 온라인 월드 프리미어 장소가 됐습니다만, 꼭 코로나19만의 이유는 아닐 겁니다. BMW 드라이빙센터를 보유한 나라, 5시리즈 판매량도 인상적인 나라. 그만큼 한국이 BMW에게 중요한 시장이란 뜻이죠. 

그렇게 첫선을 보이고 몇 달이 지나 정식으로 출시하며 시승행사를 열었죠. 월드 프리미어 행사 때는 슬쩍 지나치면서 봤어요. 나중에 출시하면 제대로 보고 타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날이 온 거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은 출시할 때마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니까요. 독일 3사가 각자 정체성을 이어나가며 엎치락뒤치락 발전해나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나중에 나온 모델이 가장 좋다는 진리 아닌 진리도 돌죠. 항상 치열하게 경쟁하는 독일 세단의 수준을 알려주는 말입니다.

사실 중형 세단은, 자동차의 개성과 재미를 기준으로 보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모델이죠. 하지만 브랜드의 중심 모델다운 완성도와 방향성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매번 나름의 볼거리가 있습니다. 이미 높은 수준에서 뭘 더하고 매만졌을까, 하는 기대랄까요. 이번 신형 5시리즈는 부분 변경이니 매만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죠.

신형 5시리즈의 변화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외관을 다듬었고, 디지털(로 구현하는 편의장치)을 강화했습니다. 요즘 자동차마다 신경 쓰는 부분이죠. 5시리즈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부분 변경이니 더욱 그렇겠죠. 방향성이 같더라도, 물론 결과는 다르죠. 얼마나 잘 스며들게 구현했느냐는 다른 얘기니까요.

신형 5시리즈는 앞뒤 라이트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확 바뀌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7세대가 단정한 느낌이었죠. 부분 변경 모델은 그 느낌을 바탕으로 은근히 멋을 부렸습니다. 주간주간등 하단에 각을 살려 헤드라이트 인상을 바꾸고, 리어램프는 기존 L자 테두리를 검정으로 강조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변화 폭이 크지 않아요. 기존 느낌에서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보다 보면 더 나아졌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게 중요한 거죠. 살짝, 아주 살짝 달라졌는데도 꽤 달라 보이게 하는 감각. 쌓은 전통이 중요한 브랜드, 그 브랜드의 모델이라면 이 지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분 변경인데도 전 모델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변하는 건 좀 그래요. 물론 계속 자극해야 하는 브랜드는 그런 전략도 필요하겠죠. BMW의 5시리즈에는 해당하지 않겠지만요.

특히 리어램프의 변화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L을 형상화한 리어램프는 BMW 세단의 특징이죠. 누구나 아는 형상을 검정 테두리로 강조하면서 새삼 다르게 보이게 합니다. 덕분에 후면 그래픽이 보다 풍성해졌어요. 리어램프 하나 달라졌는데 단지 하나 바뀐 느낌 이상의 효과를 얻었죠. 램프는 밝히는 건데 밝히지 않고 주변을 어둡게 처리해 더 강조했어요. 발상의 전환이죠.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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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모델은 520i입니다. 5시리즈는 볼륨 모델인 만큼 세부 모델이 많죠. 엔진 배기량에 따라, 종류에 따라 세분화했습니다. 4기통 2.0 가솔린 터보 엔진 품은 기본 모델인 520i와 출력 높인 530i를 비롯해, 풍성한 6기통 3.0 가솔린 터보 엔진 품은 540i와 M5는 좀 부담스러운데 풍성한 출력 흩날리며 달리고 싶은 사람을 위한 M550i x드라이브도 제시합니다.

 

효율과 성능 사이에서 균형 감각 좋은 2.0 디젤 터보 엔진 품은 523d도 빼놓을 수 없죠. 520d에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채택해 523d로 숫자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이상적인 미래지향 모델이라 생각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품은 530e 모델도 있습니다. 아주 촘촘하죠. 필요와 취향, 요구와 만족 사이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족시킵니다. 볼륨 모델다운 구성이죠. 5시리즈라고 정한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물론 예산이 가장 중요한 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번 부분 변경 5시리즈는 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눴습니다. 럭셔리와 M 스포츠 패키지라는 형태로, 외관에서 선택지를 늘렸습니다. 보통 파츠와 편의장치로 트림을 나누는데 5시리즈는 꼭 그렇진 않죠. 럭셔리는 좀 진중한 면을, M 스포츠 패키지는 역동적인 면을 부각합니다. 비즈니스 세단과 스포츠 세단, 양면을 품은 BMW 세단다운 특징을 반영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품을 기본 모델인 520i 럭셔리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5시리즈 라인업을 여는 모델이기에 오히려 진면모를 알 수 있죠. 5시리즈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울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거든요. 비싸면 다 좋죠 뭐. 기본 모델로 얼마나 좋을지 궁금했어요. 허전하진 않을지, 그냥 미끼 모델인지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승하기 전에 리버싱 어시스턴스 기능부터 체험했습니다. 3시리즈에 탑재된 기능이죠. 첨단운전자주행보조장치(ADAS)를 활용한 기술입니다. 한마디로 자동 후진 기능이죠. 일정 거리에서 온 길 그대로 후진으로 움직이는 기능입니다. 골목길에서 딱 상대차를 마주쳤을 때, 좁은 길에 들어섰는데 막다른 길이 나타났을 때, 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기능이죠. 3시리즈에서 체험해보고 신선했어요. ADAS를 활용한 재밌는 기술이라고 생각했죠. 신형 5시리즈에도 적용됐습니다. 

시승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신형 520i를 이해할 시간으로는 괜찮았어요.

실내는 기존 BMW의 구성을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세부 요소는 부분 변경답게 바뀌었어요. 풀 LCD 계기반을 채용했고,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12.3인치로 커졌습니다. 그냥 봐선 지난 모델과 뭐 달라졌나 싶다가도 변한 부분이 또 확연히 드러납니다. 계기반은 보다 깔끔하고 정교해졌어요. 계기반 가운데 ADAS를 표시해주는 영역에서 앞차가 승용인지 전고가 높은 차인지 따로 표시해줍니다. 거리를 표시해주는 건 익숙한데 차종을 알려주는 건 또 새롭잖아요? 이런 세세한 부분이 신형 느낌을 자아냅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또렷하고 깔끔합니다. 알려주는 정보도 많고요. 이전에도 있었지만, 더욱 정교해진 느낌이 나요. 앞서 말한 계기반도,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같은 효과를 내죠. 익숙하지만 더 완성도를 높여 조금 달라 보이는 효과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세단은 이미 어느 수준에 올랐잖아요. 더 이상 뭐가 좋아질 게 있나 싶은데, 또 나올 때마다 세공력이 올라갑니다. 변화 폭이 크진 않지만 확실히 더 높은 지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걸 보고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죠. 

달릴 때 의외로 출력이 쾌적합니다. 제원 보면 출력이 두근거리거나 그런 수치는 아니잖아요? 기본 모델이니 부드럽게 가속하고 실영역에서 느낌을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시원하게 출력을 뽑아내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요?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이, 노면을 받아들이는 하체가, 둘을 단단하게 받치는 섀시가 군더더기가 없어요. 예상보다 조금 더 힘을 시원하게 뽑아주는 점이 520i를 시승하며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나? 그 이상 바라는 건 풍요로운 영역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맞습니다. 풍성한 느낌은 없어요. 그건 530i의, 더 넉넉하게는 540i의 영역이겠죠. 숫자가 높으면 분명 기분을 더 고조할 겁니다.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520i도 아쉽지 않았어요. 딱 필요한 정도, 아니 필요한 수준에서 조금 더 얹은 정도로 쾌적하게 움직입니다. 다채롭게 대응하는 하체 질감도 영향을 미쳤겠죠. 7세대로 넘어오면서 5시리즈 하체는 6세대의 대중성과 5세대의 BMW다운 성격 사이에서 잘 조율했다는 평이니까요. 부분 변경인 이번 5시리즈에서도 그 균형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520i 럭셔리 모델을 바라볼 때 5시리즈의 완성도,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의 완성도를 알 수 있습니다.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조금씩 세공을 더해 더욱 정교하게 완성하려는 방향성. 사실 5시리즈는 너무 유명하고 익숙한 세단이잖아요. 외관이나 실내나 익숙해서 지루할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완성도에 관해선 명불허전이죠. 버튼 하나만 봐도 소재 질감이나 눌리는 감각이 점점 좋아지거든요. 꼭 모양이, 구성이 바뀐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신형 5시리즈를 보면 앞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테일 대결이 승부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새는 점점 디지털 요소를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니까요. 디지털 편의장치의 우열은, 글쎄요... 상향평준화가 될 테니까요. 그때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차이는 안팎 각 요소의, 주행 각 부분의 디테일이 결정할 듯합니다. 디지털 요소가 아니더라도 자동차 기술은 이미 상향평준화가 진행된 상태이기도 하고요.    

신형 5시리즈는 변화 폭은 크지 않지만, 그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에겐 소소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흡족할 요소일 겁니다. 부분 변경 모델이니 결정적 카드는 후일을 기약해야죠. 고급스런 세단의 본으로서 520i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합니다. 내릴 때 역시는 역시군, 했거든요. 시작 모델인 520i인데도 말이죠.

또 흥미로운 비교 시간이 찾아오겠네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도 비슷한 시기에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았으니까요. 역전을 노리는 5시리즈의 패는 봤으니, E클래스의 패도 궁금해집니다. 조만간 E클래스 얘기도 풀어봐야겠습니다. 둘은 성격이 또 다르니까요. 아무튼 이번 5시리즈, (여러 의미로) '잘생겼어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이 글은 브랜드에서 시승 기회를 얻어 작성했습니다.

https://youtu.be/xQbqPVnQu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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