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은 전에 없던 자동차를 탄 얘기입니다.
아우디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트론입니다.
'더로드쇼' 유튜브 채널에 영상도 올렸습니다.
e-트론보다 먼저, e-트론 스포트백을 타본 적이 있어요. 작년 e-트론 스포트백을 공개한 LA오토쇼에서였죠. e-트론은 아니었지만 e-트론 스포트백이 e-트론 쿠페형이니 주행 질감은 대동소이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곳에 정신 팔려서 제대로 주행 느낌을 알 수 없었어요.
e-트론 스포트백에서 새로 적용한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에 홀리면서 탔거든요. 차가 가는 차선에 그래픽을 투사해 길을 표시해요. 바닥과 벽에 다채로운 그래픽도 투사할 수 있는 기능이죠. '조명회사' 아우디답게 새로운 시대를 열었죠. 미래 문물을 현대에 불러들인 듯 신기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 e-트론 스포트백 타본 영상도 있으니 잠깐 보고 가시길.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e-트론 '스포트백'에만 처음 적용한 기술이에요. 보면 어안이 벙벙해지는 기술이죠. e-트론 스포트백이 출시할 때 다시 헤드램프만 다뤄봐야겠어요.
아무튼 e-트론을 제대로 타봤습니다. 날도 흐리고 다른 모델도 타보는 릴레이 시승행사였어요. 이 차 저 차 감흥이 뒤섞인 상황이었죠. 그런데도 e-트론은 모든 차보다 잔상이 진했어요. 계속 운전석에 앉아서 느낀 감흥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만큼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차였어요. 그동안 사진으로만, 혹은 외국에서 스치듯 바라본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e-트론이 나오기 전에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가 하나둘 나왔죠. 공통점이 있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은 아니라는 점이죠.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브랜드가 쌓아온 여러 요소를 버리지 않고 담았으니까요. 재규어 I-페이스가 그나마 새롭게 안팎 빚었지만, 그래도 재규어라고 단박에 알 수 있죠.
아우디 e-트론도 외관을 보면 누구나 아우디군, 하는 디자인입니다. 특히 SUV인 Q시리즈가 연상되죠. 그냥 보면 이렇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Q시리즈에 새로운 모델 나왔어? 혹은 이게 Q8인가? 할지도 몰라요. e-트론은 크기가 Q5와 Q7 사이인데 Q7의 진중한 SUV 느낌보다는 멋이 묻어나거든요.
중형과 대형 사이의 SUV. e-트론의 크기와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아우디가 첫 번째 순수 전기차로 이런 크기와 형태를 택한 건, 처음부터 제대로 팔아보겠다는 뜻이겠죠. 이런 크기와 형태는 사람들이 패밀리카로 가장 선호하잖아요.
자극보다는 실리를 택했습니다. 어쩌면 첫 번째부터 본격적인 실전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죠. 순수 전기차를 내놓을 때 이슈성보다는 제대로 점유율을 확보할 모델로서 빚었습니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선점했으니까요. 아우디는 그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전략을 택한 셈이죠.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가 대체로 비슷한 전략이긴 해요.
그렇다고 Q시리즈와 완전히 똑같진 않죠. 그 안에서 차별화합니다. 비슷한 형태로 익숙함을 조성하면서 첫 번째 전기차다운 다른 요소를 심었어요. 확 드러나진 않지만 알고 보면 다르죠. 그릴이 다릅니다. SUV인 Q시리즈처럼 팔각형 싱글프레임을 택해요. 그러면서 Q7보다 그릴 테두리를 두껍게 했죠. 헤드램프와 붙이고 더 두껍게 강조한 Q8과도 다릅니다.
e-트론만의 전면 그래픽을 만들었어요. 게다가 그릴 위아래는 붙었고 가운데는 구멍이 뚤려 있습니다. 전기차답게 그릴 역할이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다양한 굵기로 선을 그은 듯한 효과를 줍니다. 일정하지 않아서 생동감 있는 그래픽을 구현하죠.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은 아우디가 솜씨 발휘하는 부분이죠. 눈매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e-트론에서는 네 가닥 수평바를 쌓았어요. 위로 갈수록 넓어지죠. 기존 모델들은 가로로 점처럼 표현했어요. 조금 다른 점이죠. 가로선이 촘촘하게 쌓이는 그래픽은 그릴에서도 표현했죠. 헤드램프에서도 이어집니다. 이런 그래픽은 측면 하단에도, 리어램프에도, 후면 하단에서도 볼 수 있어요.
아우디 글로벌에서 소리의 역동성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소리없는 전기차이기에 오히려, 소리의 움직임처럼 그래픽으로 역동성을 표현했다는 설명이죠. 오디오 이퀄라이저 막대 같은 그래픽 효과랄까요. 설명을 듣기 전에는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층층이 쌓인 수평바 그래픽이 전하는 느낌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차분한 와중에 생동감을 준달까요. e-트론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매끈합니다. 그 와중에 이런 요소로 장식한 거죠. 그건 확실히 느껴집니다. 몰라도 알 수 있죠. 느낌, 아니까.
새롭게 하는 요소로 버추얼 미러를 빼놓을 수 없죠. e-트론의 매력 포인트예요. 모터쇼 콘셉트카에서 보던 카메라 사이드미러를 양산차에 적용했으니까요. 새롭습니다. 겉에서 봐도 새롭고, 실내에서 보면 더 새롭죠. 단지 자동차 부품 하나를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꿨는데, 그 효과는 꽤 극적입니다.
계기반이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뀔 때보다 더 극적입니다. 이런 요소가 실내 분위기를 완전히 새롭게 하잖아요. 그러고 보면 아우디가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반을 처음 적용했잖아요? 아우디 TT에 처음 적용한 버추얼 콕핏을 봤을 때 신선했죠. 사람 시선 끄는 기술에 관해서 아우디가 확실히 탁월해요. 버추얼 콕핏에 이어 버추얼 미러로 e-트론의 신선도를 높였으니까요.
실내에서 운전해보면 더욱 느껴집니다. 이거 참, 허허, 이런 반응이 절로 나오죠. 낯설어서 어색하다는 평도 있어요. 그럴 겁니다. 거울이 아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조합이라 거리감이 달라지죠. 게다가 좌측 시야는 우리가 익숙한 시야 높이가 아니에요. 사이드미러 위치를 보다가 아래로 시선을 내려야 디스플레이가 보이죠. 그런 차이가 어색함을 유발하죠.
반면 오른쪽으로 사이드미러보다 고개를 덜 돌려도 우측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게 시승하는 거라 어색하지 자기 차라면 곧 적응하겠죠. 어색함보다는 신선함,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더 말끔한 시야를 제공하는 버추얼 미러의 장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다 떠나 자동차의 남다른 요소로선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이죠. 작지만 큰 효과랄까요.
신선함은 버추얼 미러에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진짜 신선한 점은 e-트론의 운전 재미와 승차감이에요. 전기 모터를 품었으니 조용한 줄은 이미 알았죠. 하지만 그 조용함을 자동차의 매력으로 전환하려면 다양한 기술이 받쳐줘야 합니다.
조용하기에 더 크게 들리는 각종 소음을 잡아야 하고, 조용하기에 더 승차감을 안락하게 조율해야 하죠. 조용하기에 더 감각이 예민해지니 운전할 때 일체감을 더욱 조성해야 합니다. 또 조용하기에 공간을 더 음미할 분위기가 조성되죠. 그 나머지 부분은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가 그동안 쌓아온 솜씨가 있어야 합니다. e-트론은 아우디가 그동안 쌓아온 만듦새의 수준이 어떤지 증명합니다.
하체는 편안하면서 헐렁하지 않고, 코너를 돌아나갈 땐 움직임이 아주 깔끔합니다. 물론 e-트론이 퍼포먼스 전기차는 아니에요. 보수적으로 성능을 제한했어요. 하지만 꼭 솜떨 뾰족하게 하는 성능만이 운전 재미를 주는 건 아니죠. e-트론은 덩치에 비해 꽤 민첩하고, SUV인데 비해 무척 안정적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움직여주는 감각이 운전자를 즐겁게 합니다. 그리 빨리 달리지 않았는데도요.
e-트론을 운전하면서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한 점은 브레이크예요. 아우디는 e-트론에 최초로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장치를 적용했죠. 쉽게 말해 전기차 회생제동을 브레이크로 연결한 거죠. 브레이크를 밟을 때 0.3G까지 회생제동 효율을 다 챙겨요. 일반 주행에서 0.3G를 넘을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만 알고 보면 회생제동으로 서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기존 브레이크 밟는 감각은 유지하고요.
일예로 무슨무슨 고갯길에서 내려올 때 브레이크가 과열될 일이 없어요. 브레이크를 밟지만 알고 보면 회생제동으로만 제동하는 거니까요. 브레이크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저온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브레이크를 달았어요. 아우디가 파이크스 피크 내리막에서 e-트론 브레이크-바이-와이어 기술을 테스트한 영상을 보면 어떤 기술인지 알 수 있습니다.
e-트론의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장치는 전기차의 효율은 챙기면서 기존 자동차의 감각을 유지한 셈입니다. 전기차의 새로운 감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층이라면, 더 많을 겁니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한 거죠.
이런 기술을 통한 배려가 저한테는 다른 무엇보다 신선했어요. 버추얼 미러보다 e-트론을 더 신선한 전기차로 보이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내놓은 순수 전기차가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심드렁한 게 사실이었어요. 뭔가 뒤통수를 후려칠 새로운 걸 내놓을 줄 알았거든요. 테슬라가 그랬으니까요. 전기차라면, 특히 프리미엄 전기차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사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프리미엄 브랜드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파격보다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했죠. 보다 보니 그 방향성이 맞다고 생각해요.
테슬라는 신생 브랜드니 강렬하게 주목시키는 게 중요하죠. 오랫동안 자동차 만들어온 브랜드라면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었죠. 한 대 팔고 말 거 아니니까요. 눈이 얼얼한 파격보다는 앞으로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도 변함없을 브랜드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IT기업들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한창 선포했잖아요? 제대로 만든 곳은 없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전기차라는 새로운 형태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수월하니까요. 그럴 때 전통 자동차 브랜드만의 가치는 확실한 차별점이 될 수 있죠.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더욱 중요하겠죠.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대가 와도 여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가치. 그 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죠. 프리미엄 브랜드가 변한 듯 안 변한 형태로 전기차를 내놓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보다 더 중요한 걸 고수해야 가치가 빛나니까요.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가 쌓아온 만듦새와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에 무게 중심을 두는 거죠. 오랫동안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만들어온 그 시간은 IT기술이 쉽게 따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우디 e-트론은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요소를 양념처럼 가미했습니다. 버추얼 미러와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장치는 확실히 매력 요소예요. 기존 고객이 중요하게 여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신선하게 할 장치를 마련했죠. 익숙해서 안정감을 주면서도 새로워서 자꾸 돌아보게 하죠. 양립할 수 없을 듯한 상반된 두 요소를 같은 자동차 안에서 잘 조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점이 아우디 e-트론을 더욱 세련되게 보이게 합니죠. 기존에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와 조금 다른 부분이기도 합니다. 방향성을 잘 잡았어요. 전략이 주효하기도 했고요.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로서 이 다음을 기대하게 합니다. 아우디 e-트론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시는 역시, BMW 520i (0) | 2020.10.29 |
---|---|
볼보와 PHEV의 궁합은 몇 점? 볼보 XC60 T8 인스크립션 (1) | 2020.08.07 |
승차감으로 승부한다, 르노 캡처 1.5 dCi (0) | 2020.07.09 |
음미하게 하는 공간, 볼보 XC90 (0) | 2020.06.18 |
S클래스 안 부러운 SUV, 메르세데스-벤츠 GLS (0) | 2020.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