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승차감으로 승부한다, 르노 캡처 1.5 dCi

더로드쇼 2020. 7. 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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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르노 캡처입니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도 올렸습니다. 채널 구독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ejQteg4VgwA

르노삼성 QM3를 기억합니다. 소형 SUV 시장을 사람들에게 인식하게 한 역할을 했죠. 쉐보레 트랙스가 있었지만, 한 대만으로는 시장이라고 하긴 뭐 하니까요. 당시만 해도 소형 SUV란 명칭 자체가 낯설었으니까요.

 

게다가 QM3는 발랄한 안팎으로 소형 SUV의 또 다른 개성을 알렸죠. SUV라기보다는 해치백을 높인 크로스오버 형태로 소형 SUV를 빚었죠. SUV의 전통적 의미보다는 공간 효율 좋은 '작은 자동차'로서 소형 SUV를 널리 퍼뜨렸습니다. 그에 따라 디자인도 참신했죠. 동글동글 조약돌 같은 차체와 투톤 컬러, 아기자기한 요소들은 '프랑스'를 앞세울 만했어요. 

이런 점도 신선했습니다. 르노삼성에서 판매하는 차량인데 수입해서 팔았으니까요. 국산차 가격에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왠지 사면 이득 보는 기분도 느끼게 했죠. 여러 모로 자신을 드러낼 요소가 많은 모델이었어요. 그만큼 처음 나왔을 때 반응도 좋았죠. 소형 SUV 시장을 형성하게 한 중요한 모델이었습니다.

캡처는 QM3의 다음 세대 모델입니다. 이제야 제 이름과 엠블럼 달고 나왔죠. 르노삼성 QM3가 아니라 르노 캡처로 출시했습니다. 그릴에 르노 엠블럼도 달았죠. 원래 자리로 돌아간 거죠.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데 르노삼성 XM3가 있어서 좀 헷갈립니다. XM3가 큰데도 더 싸잖아요. 같이 르노삼성에서 파는데 뭐 달라? 할 수 있죠.  

비슷한 시기에 나온 르노삼성 XM3는 국내 생산, 르노 캡처는 유럽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형태라서 가격이 차이 납니다. XM3가 볼륨 모델로서 작심하고 나온 셈이죠. 크기와 가격, 스타일까지 생각하면 국내 소형 SUV 시장부터 준중형 SUV 시장까지 태풍 엠블럼처럼 돌풍을 몰고 올지 모릅니다.

르노 캡처는 같은 시장에서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죠. 수입해서 파는 자동차로서, 보다 고급스러운 점을 내세웁니다. 가솔린 최상위 트림 실내를 보면 예전에 SM6가 나와서 매혹시킨 지점을 그대로 공략합니다. 실내가 어휴, 앉으면 뿌듯해요.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은 돈, 큰 기쁨의 만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캡처는 TCe 260 트림은 아니에요. 뿌듯해지는 실내 치장을 걷어내고 실속에 집중하는 1.5 dCi 모델입니다. 1.5 디젤 엔진으로 극강의 연비를 자랑하는 트림이죠. 공인연비가 17.7이에요. 숫자만 봐도 흐뭇해지죠. 처음 QM3가 나왔을 때도 디젤 모델에, 연비가 흐뭇했죠. 그런 점에서 1.5 dCi는 예전 QM3의 직접적 후속 모델 같은 느낌이죠.

디자인은 사나워졌습니다. QM3가 동글동글 귀여웠다면, 캡처는 여전히 동글동글하지만 인상이 매서워요. 그릴을 조금 키우고 눈매를 더욱 매섭게 매만졌어요. 특히 SM6에서 선보인 이집트 상영문자 같은 주간주행등을 적용했습니다. 눈매를 위로 치켜 뜨고 아래에는 빛나는 아이쉐도를 그렸으니 더 또렷할 수밖에 없죠.

QM3에서는 양옆 하단으로 안개등 부분에 크롬 테두리를 둘러 시선을 분산시켰어요. 크롬 테두리가 동그란 느낌을 이어나가기도 했고요. 캡처는 범퍼 하단을 넓게 벌리고 굵은 점선을 나열했어요. 구획을 따로 나누지 않아서 더 크고 넓은 그래픽이 한 눈에 담기도록 했죠. 보다 위압적으로 변했어요. 예전 발랄한 QM3는 잊어달라는 무언의 표정이죠.

세대 바뀔수록 자동차는 커지고 커진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을 바꾸죠. 대체로 그렇습니다. 시대의 흐름이죠. 신차니까 전보다 화려하게 보여야 하는 의욕과 압박이 있겠죠. 캡처 역시 그 흐름을 따랐습니다. 그 결과, 캡처는 QM3의 2단 변신 형태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세컨드카로 보였다면 이젠 패밀리카의 영역도 넘보고자 하는 의도도 느껴지죠. 

실내는 덤덤합니다. TCe 260 트림과는 사뭇 색온도가 다르죠. 화사한 최고급 트림이 아니니까요. 계기반도 디지털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세로가 아닌 가로예요. 기어노브도 익히 보아온 형태입니다. 장식을 싹 걷어내고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마무리했죠. 다른 무엇보다 실용이 앞서는 실내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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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가 출중한 디젤엔진 모델을 캡처 라인업에서 어떻게 놓았는지, 실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효율에 집중한 모델이에요. TCe 260 모델 실내에 비하면 많이 아쉽지만, 예산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장단이 있습니다. 모두 최고급 트림을 사는 건 아니니까요. 가격을 낮추고 실속을 챙기려는 사람에겐 선택지가 있는 셈이죠. 

외관은 큰 차이를 못 느끼니까 더욱 실속 위주로 구성한 느낌입니다. TCe 260 모델과 비교하면 어딘가 많이 비어 보이는 게 사실이죠. 그렇지만 꼭 필요한 부분은 잘 챙겼습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작아도 스마트폰 연결성은 좋고, 2열에도 USB 포트와 송풍구가 있습니다. 사각지대경고장치, 차선

이탈경고장치, 핸들열선 같은 기특한 기능도 챙겼고요. 실내가 덤덤하지만 깔끔해서 단출한 맛이 있습니다.  

실내의 화려한 면은 걷어냈지만, 달려보면 고급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소형 SUV 관점에서 말이죠. 타기 전에는 통통 튀는 유럽 소형차 특유의 거동을 예상했어요. QM3가 그랬고, 클리오도 다른 프랑스 자동차에도 느껴지는 감각이죠. 전 그 느낌을 좋아합니다. 작은 차답게 경쾌한 재미를 주니까요. 뒤가 그립을 잃어 튈 때에도 그것 또한 재미로 즐기니까요. 캡처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어요. 외모만 2단 변신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앞서 세컨드카에서 패밀리카의 영역을 넘본다고 했습니다. 주행 감각에서 그 의도가 더 또렷해집니다. 하체가 경쾌하기보다 의외로 진중해요. 성숙하게 노면을 품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놀랐어요.

보통 소형 자동차는 뒤쪽이 충격에 취약합니다. 휠베이스가 짧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죠. 앞에서 부드럽게 넘어도 뒤에선 금세 한계를 드러냅니다. 서스펜션의 한계일 겁니다. 그런 이유로 경쾌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조율하며 예산의 한계를 무마합니다. 캡처는 뒤쪽 서스까지 공들인 느낌이 들어요. 분명 토션빔인데 품이 넓은 성향을 보여줍니다. 쉽게 바퀴를 놓지 않고 최대한 지면과 붙이려고 노력합니다.  

몇 번 확인했나 모릅니다. 분명 제원 상 토션빔인데 토션빔에서 이런 성숙한 감각이 나온단 말이야, 하면서 계속 갸우뚱했습니다. 지금도 그 감각은 생경해요. 또 놀랍기도 하고요. 기분 좋게 엉덩이를 다독입니다. 덕분에 승차감이 꽤 고급스럽습니다. 혈기왕성하게 튀지 않고 끈기 있고 부드러워요. 말랑한데도 끈기가 있고요. 노면에 끝까지 대응하는 품이 남다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느낌은 소형 SUV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과 막 비교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에요. 그만큼 인상적이란 얘기죠. 

이런 하체 질감 덕분에 패밀리카의 영역을 넘볼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승차감이 발랄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차체가 크지 않기에 자연스레 드러나는 경쾌함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숙한 하체가 주행할 때 소형 SUV 이상의 감흥을 선사합니다. 그럴 때면 단출해서 아쉬울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어느새 잊힙니다. 하체가 만들어내는 승차감이 한층 고급스러우니까요. 성향 자체도 편안함에 집중했어요. 그런 점에서 패밀리카의 영역이 떠오를 수밖에 없죠.

디젤 모델 캡처를 타보니 실속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요. 화려하게 치장하진 않았지만 챙길 건 확실히 챙깁니다. 더 당당해보이는 외관, 필요한 건 빼놓지 않은 편의장치, 대우받는 기분으로 달리게 하는 하체가 있죠. 흐뭇해지는 연비와 상대적인 낮은 가격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캡처는 하나지만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은 단지 트림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차를 바라보는 관점과 성향을 알게 하죠. 단지 선택사양 넣고 빼고 차이는 아니란 뜻입니다. 그 차이가 드러나도록 두 모델을 달리 배치했어요. 재밌는 구성입니다.

소형 SUV 시장은 이제 치열해졌습니다. QM3가 처음 나와서 선점하던 시절이 아닙니다. 국내 브랜드마다 쟁쟁한 녀석을 내놨어요. 그 시장에서 캡처 1.5 dCi는 어디를 공략할까요? 공략할 순 있을까요?

캡처 1.5 dCi의 유효한 무기는 실속이 아닐까 싶어요. TCe 260에 비해 허전한 듯한데, 치장 빼고는 다 챙길 수 있죠. 아니, 연비와 가격 생각하면 더 많은 걸 챙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형 SUV의 영역을 넘어서는 기분 좋은 하체도 느낄 수 있죠. 어쩌면 성숙한 하체가 조성하는 승차감이 있기에 나머지 요소가 힘을 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괜찮은 구성이에요.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ejQteg4Vg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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