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진작 이렇게 하지...' 토요타 프리우스

더로드쇼 2024. 1.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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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동차는 토요타 프리우스입니다.

 

프리우스가 완전히 달라져 돌아왔습니다. 세대 변경이니 당연한 말이죠. 그럼에도 변화 폭이 확연해서 변신 수준입니다. 이전 프리우스와는 성격 면에서 확연히 선을 긋죠.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아이콘입니다. 토요타가 이런 자료를 공개했어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2천만 대 정도 팔렸답니다. 그 중에 프리우스가 지금까지 팔린 대수는 무려 590만대라고 하네요. 전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프리우스가 4분의 1 넘게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징이라 해도 되죠.

신형 프리우스는 5세대입니다. 1997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등장해 26년이 흘렀습니다. 역사를 써내려간 만큼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면 프리우스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 같지 않은 위치인 것도 사실이었죠. 여러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였으니까요. 프리우스 아니더라도 선택지가 늘어났습니다.

그 사이 자동차 크기는 커지고 SUV의 인기도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해치백 형태인 프리우스에 관심이 덜 가게 됐죠. 여전히 아이콘이긴 한데, 다소 고루한 아이콘으로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효율성이야 여전히 출중하지만요.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이대로 효율‘만’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밀고 나가야 할지, 새로운 성격을 부여해야 할지, 아예 다른 차로 만들어야 할지. 5세대를 만들기 전에 상부에서 택시 전용 모델로 내놓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효율 하나만으로 밀고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죠.

토요타는 변화를 꾀했습니다. 이대로 시대의 아이콘을 택시 전용 모델로 보내기엔 아쉬웠던 거죠. 변화의 시작은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였습니다. 날카로운 쐐기 형태를 극대화했습니다. 누가 봐도 콘셉트 모델이지 양산을 위한 디자인은 아니라고 했을 거예요.

토요타는 그 스케치를 구현하기로 했습니다. 과감한 시도였죠. 택시 전용 모델에서 스타일리시 해치백으로, 정반대의 극단을 향해 달리기로 했습니다. 스케치를 최대한 구현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렇게 5세대 프리우스가 환골탈태를 거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예전 프리우스와는 비율이 확연히 다릅니다. 예전 프리우스는 멋이고 뭐고 공기저항만 고려한 통통한 해치백이었죠. 게다가 세부 요소는 얼마나 과격한지,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이젠 최대한 날카롭게, 날렵한 비율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형태로 빚었습니다.

날카로움을 강조하는 결정적 요소가 지붕입니다. 전면을 더욱 날렵하게 벼리기 위해 A필러를 최대한 눕혔어요. 가장 높은 지붕 끝을 한참 뒤로 밀었죠. 덕분에 마치 람보르기니가 연상되는 쐐기형 비율을 완성했죠. 예전 프리우스를 떠올리면 군살을 엄청나게 뺐어요.

비율에 맞춰 세부 요소도 딱 필요한 만큼만 넣고 끝처리 또한 날렵하게 그렸죠. 앞모습을 보면 페라리 푸로산게가 떠올라요. 인스타에서 뜬 사진 보고 푸로산게인 줄 알고 봤는데 프리우스더라고요. 물론 착시지만, 프리우스에서 수퍼 스포츠카를 떠올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소리죠. 이젠 마냥 실없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만큼 디자인에 공들였다는 뜻이죠. 지나가면 엇, 하면서 눈길을 끌 디자인 맞습니다. 전 세대와 비교하면 몇 세대는 훌쩍 넘긴 세련된 디자인이고요. 보편적이진 않지만 고유의 스타일이 뾰족하게 드러났어요. 물론 좋은 쪽입니다. 

반면 실내는 외관 대비 변화 폭이 적습니다. 인테리어 변화에 보수적인 일본 브랜드답죠. 그럼에도 최신 흐름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의지는 보입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도입하고, ADAS 기능을 적용했죠. 예전에 비하면 요즘 차 느낌은 나요. 정말 이게 필요해? 묻고 묻고 또 물은 다음에 넣어준 기분입니다.

과감한 시도도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위쪽으로 작은 계기반을 보도록 했죠. 운전석에 앉아서 보이는 시야를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푸조가 잘 쓰는 방식이죠. 이게 또 운전하면 잘 보입니다. 다만 마무리가 좀 아쉬워요. 마감이 아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급 소재를 쓰진 않아도 플라스틱 질감은 일본 브랜드가 곱게 잘 구현하거든요.

이왕 디지털로 전환했는데 베젤이 너무 두껍다거나 하는 아쉬움이죠. 첨단 요소를 넣었지만 세부 디자인까지 최신 흐름은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해요. 대신 플라스틱 질감을 높여 오래 써도 준수한 품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공간 거주성은 차체 크기가 있으니 여유롭진 않습니다. A필러가 극도로 각이 낮아서 시야도 좁죠. 가장 높은 지붕 위치가 뒤로 가 머리 공간도 여유롭지 않습니다. 동승석 사이의 공간도 적고요. 뒷자리 또한 여유롭다 할 순 없죠. 애초 차체가 크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공간성 자체로 보면 좋다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5세대 프리우스는 효율에만 방점을 찍은 우리가 아는 프리우스가 아니죠. 보다 스타일 좋고 젊어진 프리우스잖아요. 남다른 외관을 위해 불편을 조금 감수할 수 있는 차로 선보였습니다. 오히려 몸에 딱 맞는 듯한 느낌이 외관의 느낌을 표현하는 기분도 들어요.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스포티한 자동차로서 받아들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럴 마음만 있다면요.

프리우스와 스포티함, 쉽게 겹쳐지지 않죠. 외관 스타일만 바꿨다고 스포티하냐고 하면 또 아닐 겁니다. 스포티한 느낌은 주행 감각이 더해져야 합니다. 토요타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습니다. 5세대는 달리는 감각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섀시를 강화하고, 서스펜션을 매만지고, 날렵함을 높일 전자제어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 부분을 프레젠테이션 때도 공들여 설명하더라고요. 오랜만이었어요. 최근 자동차 행사장에 가면 이런 부분 설명을 거의 안 하거든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자동차에서 어떤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는지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죠. 신차 행사라기보다 IT 신제품 행사장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프리우스는 오랜만에 IT 기능이 아닌 자동차 공학 관련 강조점을 짚어줬습니다. 반가웠어요. 자동차의 성격을 달리 하기 위해 기본에 신경 썼다는 얘기니까요. 그만큼 프리우스는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 감각에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주려 했습니다. 

그렇다고 짜릿한 주행성을 자랑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일단 출력이 짜릿함을 느끼게 할 수준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달라진 점은 느낄 수 있었죠. 전과 다르게 군더더기가 줄었달까요. 움직임이 정갈해졌어요. 굽잇길에서 자세도 잘 잡아내고요. 편안함만 강조하거나 그래서 헐렁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더 밀어붙이면 토요타가 강조한 그 부분들이 더 드러나겠죠.


특히 하이브리드보다 PHEV의 주행 질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터리 때문에 늘어난 무게를 하체가 다잡는 솜씨가 좋더라고요. 차체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더 무겁기에 묵직한 느낌이 한층 고급스런 질감을 표현하기도 했죠. 출력도 PHEV가 더 높잖아요. 덕분에 은근히 밀어붙이는 맛도 있습니다. 가속력에 비해 엔진음이 높아 부자연스러운 단점도 적고요.

하이브리드 모델도 그 부조화를 많이 줄였습니다. 급가속 때를 빼면 크게 거슬리지 않고 속도를 붙여요. 하체는 PHEV보다 경쾌한 느낌이고요. 진중하게 눌러주는 맛은 적지만, 가볍게 요철을 타고 넘습니다. 뒤가 좀 튀나 싶은데, 활달함 면에서 PHEV와 또 다른 성격을 보여줍니다. 

하이브리드나 PHEV나 토요타가 5세대를 통해 어떤 느낌을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전 세대보다 달라진 주행 감각이죠. 스타일에 걸맞은 빠릿빠릿한 감각입니다. A필러가 누운 시야를 보면서 예전처럼 달리면 그거야말로 부조화죠.

주행까지 해보니 5세대 프리우스의 변화 폭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중요한 건 기존 장점인 고효율은 그대로 지킨 점이죠. 스타일을 강화하고 스포티한 면을 살리기 위해 효율을 희생했다면 프리우스가 아닌 다른 차여야 하죠. 하지만 프리우스다운 고효율은 그대로입니다. 그 부분에서 신형 프리우스만의 영역이 생기죠.

국산차 가격이 올랐다지만 여전히 프리우스의 가격은 보다 높습니다. 이젠 국산차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찾을 수 있고요. 몇 백만원이 넘는 돈을 더 줄 이유가 필요하죠. 하이브리드의 아이콘이라는 명성만으로 이유를 충족하진 못합니다. 이젠 그런 시대가 됐죠.

대신 하이브리드의 아이콘이란 전통에 한껏 멋부린 해치백이란 형태가 더해지면 또 다르죠. 확실히 달라진 디자인은 오랫동안 인상적인 요소로 남을 겁니다. 해치백이란 형태에 묶기에도 독특한 디자인이에요. 

이런 유니크한 매력이 확실한 차별성을 획득합니다. 처음 프리우스가 나왔을 때 새로운 자동차로 보였잖아요. 5세대 프리우스도 힘 준 디자인 덕분에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 새로움이 몇 백만원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죠. 오래 탈수록 그 가치는 더 빛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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