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갖, 갖고 싶다!" 미래에서 온 미니

더로드쇼 2024. 4.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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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니를 좋아합니다. 2세대 R56 미니 3도어를 타고 다니죠. 미니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냥 이동수단이 아닌 타는 재미, 소유하는 가치가 있는 차를 원하니까요. 게다가 작은 차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 제게 미니는 거의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하죠.

일단 디자인이 특별합니다. 클래식 미니의 원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세대 바뀌면서 조금씩 변했지만, 여전히 미니로 보입니다. 점점 과격해지는 요즘 자동차와 비교하면, 미니 디자인은 그 자체로 심신을 편안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귀엽잖아요.

브랜드 헤리티지도 풍성합니다. 국민차로 시작해 지금의 아이콘이 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죠. 시대를 관통하고, 문화에 스며들었습니다. 여전히 그 개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발전시키죠. 과거의 영광을 우려먹지 않고 지금도 정체성을 계승하죠.

무엇보다 작아요. 작으면 운전하기 편하고, 작은 차만의 거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냥 작기만 한 것도 아니죠. 작은 차의 운전 재미를 극대화하는 식으로 발전했어요. 작으면서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는 뜻이죠. 신차를 시승하고 나서 제 미니로 바꿔 타도 아쉽지 않아요. 모든 면에서 신차가 우월해도 미니만의 감각이 있으니까요.

미니를 좋아하는 만큼 미니가 여는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다녀왔어요. ‘MINI 헤리티지 & 비욘드’ 전시입니다. 신형 미니 일렉트릭과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을 출시 전에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죠. 

해외에서 두 모델을 발표했을 때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세대 변경이라 변화 폭이 클 거란 건 예상했죠. 그 이상이었어요. 확실히 미니가 전동화 브랜드로 가속도를 붙여 나아가네요. 특히 실내 변화는 콘셉트 모델로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에요. 이러니 안 보러 갈 수 없죠. BMW가 만드는 미니를 1세대부터 쭉 타본 ‘미니 러버’로서 신 모델을 영접해야죠.

‘MINI 헤리티지 & 비욘드’ 전시를 보기 위해 K현대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전체 다 전시를 하는 건 아니에요. 부분만 사용해 짧은 시간에 볼 수 있습니다. 전시 입구는 클래식 미니, 그러니까 로버 미니가 지키네요. 한때 저걸 사려고 엔카를 보고 또 본 기억이 납니다. 가격을 떠나 아무나 소유할 수 없죠. 가끔 길에서 볼 때 오너에게 박수 쳐주는 걸로 만족합니다.

히스토리 월이 빠지면 아쉽죠. 클래식 미니보다 BMW가 만드는 미니의 역사를 주로 훑었네요. 종종 BMW가 미니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미니를 타고 다닐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전략적 결정이었겠지만, 아무튼 BMW에 고마울 때가 있어요. 돈 주 고 파는 물건인데 계속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마음, 내가 미쳤거나 그들이 잘했거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클럽맨 파이널 에디션이 반깁니다. 클럽맨을 단종하며 내놓은 마지막 에디션이죠. 1969년 처음 등장한 걸 기념해 1969대 한정판. 아, 이건 사야 하는데, 사야 하는데 계속 되뇌었죠. 하지만 이미 다 팔렸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중고라는 선택지도 있으니 훗날을 기약해봅니다.

더 안쪽으로 가면 JCW 공간이 기다리죠. JCW는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모델이죠. 세대 바뀔수록 미니의 주행 감각이 부드러워지는 만큼 JCW의 하드코어 성향은 소중하죠. JCW도 시대에 맞춰 대중성을 품었지만, 예전 미니 느낌을 구현합니다. 이젠 각 모델별 JCW가 나와서 더 친숙해졌죠.

JCW 공간을 지나가면 미니 컨트리맨 언차디드 에디션과 미니 컨버터블이 있습니다. 각 모델별로 성격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꾸며놓았네요. 미니 컨트리맨 언차디드 에디션이나 미니 컨버터블이나 색을 다루는 미니의 발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차디드 에디션은 색 배치가, 컨버터블은 색 자체가 100미터 앞에서도 미니라고 알게 하죠.

지금까지 헤리티지라면, 이제 비욘드입니다. 이후 미니를 책임질 모델들을 볼 차례죠. 문이 열리고 새로운 미니 일렉트릭 모델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해외 발표처럼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은 한껏 덩치를 키웠고, 미니 일렉트릭은 더 간결해졌네요. 바뀌어도 여전히 미니다운 외관을 계승합니다. 귀, 귀여워….

사실 특별히 더 예뻐지지도, 딱히 더 못생겨지지도 않았어요. 전과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느낌만 줄 정도죠.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보통 ‘변화를 위한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보통 더 나빠지죠. 미니는 그 선을 잘 지켜왔죠. 외관은 새롭게 환기만 해주면 족합니다. 미니다움을 드러내는 요소는 바뀔 수 없으니까요.

미니가 이번 세대를 공개하며 강조한 단어가 있어요. 미니멀리즘입니다. 미니의 미니를, 크기가 아닌 미니멀리즘으로 표현하겠다는 뜻이죠. 사실 다른 차가 더 커진 만큼 여전히 미니는 작지만, 너무 커졌다는 말이 많았잖아요. 이젠 미니란 단어를 중의적으로 내세우며 변화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신형 미니 실내는 그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죠. 원형 디스플레이를 중앙에 달고 싹 걷어낼 줄 몰랐어요. 원형 디스플레이는 미니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함축해 보여줍니다. 미니의 인테리어의 핵심 디자인 요소가 원이잖아요. 핵심을 남겨놓고 과감하게 걷어냈어요. 그러면서 미래적인 감각을 뽐내죠. 간결할수록 미래적 감각으로 다가오잖아요.

사각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원형으로 바꾼 건, 물론 아니죠.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미니 아닙니까. 뭔가 재밌는 거, 색다른 거, 발랄한 걸 담아냈죠. 다양한 테마를 통해 원형 디스플레이 자체를 하나의 즐길 거리로 내세웁니다. 다양한 테마 중에 클래식이 딱 맘에 드네요. 2세대 R56의 센터페시아 속도계를 디지털로 구현한 느낌이죠. 

짧은 시간에 보기만 한 거라 기능을 세세하게 만져보진 못했어요. 그럼에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 원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다양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기대하게 해요. 원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현한 실내도 소유욕을 부르고요. 

이게 가장 중요하죠.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무엇. 기존 미니의 장점에 이런 결정적 무기까지 있다? 미니의 ‘비욘드’는 원형 디스플레이 테마처럼 형형색색 화려할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서 정식 출시돼 타보고 싶네요. 타보고 온 관계자가 이렇게 귀띔해줬어요. 

“놀라실 거예요.”

놀라고 싶습니다.

‘MINI 헤리티지 & 비욘드’ 전시는 과거형이 아닙니다. 4월 21일까지 해요. 한 주 남았네요. 누구나 갈 수 있고, 네이버예약으로 예약만 하면 됩니다. 미니의 신무기 원형 디스플레이가 궁금한 사람은 늦기 전에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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