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 맘대로 '올해의 차'

더로드쇼 2023. 12. 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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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글을 뭘 쓸까 생각했습니다. 답은 쉽게 나왔죠. 연말은 결산이죠. 이런저런 시상식도 많이 열리잖아요. 해서 오늘은 내 맘대로 정한 ‘올해의 차’입니다. 

올해 탄 자동차를 돌아보며 나만의 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올해도 이런저런 차를 탔네요. 스마트폰 일정표에서 시승한 자동차를 돌아보니 쉽게 정할 수 있겠네요. 

철저히 주관적으로, 취향에 따라 선택했습니다. 짧고 굵게 딱 다섯 대만.

 

올해의 다재다능_ BMW M3 투어링
모터쇼에서 처음 실물을 봤을 때부터 끌리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M이 M3예요. 어디서 타든 도파민을 마구 뿜어내게 하죠. 거기에 희소성 높은 왜건을 결합하다니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에 들여왔다는 것부터 박수.

M3에 짐칸을 늘리면 어떤 거동을 보일지 궁금했어요. M3의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투어링의 비율이 상쇄해주죠. 타면 얼굴은 안 보이니까요. 타보니 예상보다 훅, 다가오더라고요. 이미 M3를 타봤는데도 M3 투어링의 거동이 더 진중하고 좋았어요.

그냥 짐칸만 늘린 M3가 아니었죠. 무게가 늘어난 덕분에 주행 질감이 더 진득해요. 더 편안한 면도 있고요. 또 달릴 땐 영락없이 M이죠. M을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하지만, 이제는 늑대 같은 늑대라고 할 정도로 과격해졌습니다. M3 투어링은 예전 M의 양면성을 잘 구현했어요. 그래서 다재다능. 


올해의 하체_ 포르쉐 카이엔
포르쉐 월드 로드쇼 현장에서 탔습니다. 트랙 말고 용인 스피드웨이 근처를 살살 도는 드라이브 세션이 있었어요. 속도보다 사뿐한 움직임을 더 즐길 수 있는 코스였죠. 일상에서 타는 느낌으로 신형 카이엔을 탈 수 있었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죠. 기존 카이엔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하체 질감을 보여줬어요. 보통 고급 서스펜션은 두툼한 층이 살아있잖아요. 카이엔은 그 두께와 결이 사뭇 달랐어요. 이전 카이엔은 물론, 다른 어떤 자동차와도 다르더라고요.

수많은 층을 촘촘하게 쌓아서 두툼하게 만든 층이었죠. 워낙 층이 도드라져서 노면과 시트 사이에 이질적인 느낌도 있긴 했어요. 그럼에도 탁월하게 안락하면서 자세를 민첩하게 다잡는 능력에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했죠. 이런 하체, 어디 없습니다. 


올해의 각_ 현대 싼타페 
올해 가장 이슈가 된 자동차죠. 다른 거 다 떠나 현대가 이런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데 놀라울 뿐입니다. 무색무취 패밀리 SUV의 전형을 디자인 하나로 다시 보게 하니까요. 워낙 전 세대 싼타페 디자인이 괴상해서 더 효과적이었죠.


슥, 보지 않고 자세하게 보면 디자인에서 설익은 부분이 보이긴 합니다. 여전히 세부 요소에 안 해도 될 ‘터치’로 점수를 깎아먹기도 하고요. 뒤태 보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그럼에도 국산차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던 각을 세운 공은 희석되지 않죠.

다 필요 없고 운전하면서 앞 유리 너머 네모난 보닛을 보면 흐뭇해집니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보닛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차가 별로 없거든요. 정통 SUV나 스포츠카나 미니 같은 몇몇 디자인 아이콘 같은 모델만 가능할 뿐이죠. 현대 싼타페가 그걸 해냈습니다.  


올해의 손맛_ 아우디 RS3
작은 차를 좋아합니다. 운전할 때 손맛이 좋거든요. 성능 떠나 짧은 차체가 주는 경쾌함이 있어요. 거기에 성능까지 더해지면 쾌감은 증폭하죠. RS3도 같은 성격을 드러냅니다. A3 세단을 기반으로 RS 배지를 품었으니까요.

보통 이런 차는 경쾌한 만큼 좀 요란하기도 하죠. RS3은 이 지점에서 성숙한 면을 드러냅니다. 분명 RS 버튼 눌러 봉인을 해제하면 강렬한데, 막 피곤하게 굴지 않아요. 그 안에서 편안하고 정갈한 느낌을 전합니다. RS 모델이 예전보다 많이 유해졌죠. RS3에도 그 방향성이 이어집니다.

오히려 이 방향성이 흉포함 속에서 부드러움을 잃지 않아 손맛이 더 좋아요. 5기통 엔진이 토해내는 묘한 영역대의 소리 또한 마냥 요란하지 않고요. 운전하면 기분 좋은 긴장이 몸을 관통합니다. 춘천 배후령을 달렸는데 무척 즐거웠습니다.   


올해의 반전_ 토요타 프리우스
올해 마지막으로 탄 자동차입니다. 기억에서 잊혔는데 5세대로 돌아왔더라고요. 일단 같은 핏줄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겨졌어요.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은 왜... 디자이너가 그린 멋진 스케치를 그대로 구현했다고 합니다. 토요타가 그런 회사가 아니어서 더 반전이었죠.

단지 얼굴만 고친 수준이 아닙니다. 비율이 달라졌어요. 이렇게 누운 A필러는 수퍼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나 보던 형태니까요. 정면을 보고 푸로산게인 줄 알았다니까요. 물론 착각이지만, 프리우스에서 수퍼 스포츠카를 떠올릴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물론 급격히 누운 A필러 때문에 불편하긴 해요. 효율을 극도로 챙기는 프리우스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변하고 싶었다는 뜻이죠. 내년에는 원메이크 레이스도 연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던 그 프리우스가요. 이 정도면 올해의 반전이죠, 암요. 

 

모두 저마다 '올해의 차'를 뽑아보며 한 해 마무리하시길.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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