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오늘은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밥을 타고 영흥도에 간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할리로드, 스트리트 밥 편입니다.
갑자기 섬에 가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조금 멀리 가고 싶었거든요. 그렇다고 아주 멀리는 아닌, 당일 투어 정도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좀 색다른 풍광을 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지도를 보다 보니 영흥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흥도는 섬인데 가까워요. 안산 옆 대부도, 그 옆의 선재도, 또 그 옆에 영흥도가 있습니다. 다리로 연결돼 있어서 육지 같은데, 엄연히 섬이죠. 섬과 섬을 모터사이클로 달리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리가 가까우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장소라면 꼭 한 번은 달려봐야 하죠.
서쪽으로는 라이딩을 즐기러 잘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동쪽에 비해 가는 길이 교통량도 많고 복잡하니까요. 도로의 풍광도 좀 삭막한 면이 있죠. 그래도 가끔 한 번씩 가면 잘 안 다닌 길이라 낯설어서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새로운 길을 달린다는 의미는 라이딩을 한층 즐겁게 하죠.
이 길을 함께할 모터사이클로 스트리트 밥을 선택했습니다. 예전에 시승해보고 자꾸 눈에 밟혔거든요. 타는 재미, 보는 재미, 상상하는 재미 모두 건드리는 모델이죠. 나름 한 해를 여는 첫 투어이기에 오가는 길이 더욱 즐거울 모델이면 좋죠.
스트리트 밥은 현행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라인업 중에서 가장 깔끔하면서 개성 확실한 모델입니다. 미니 에이프 행어 핸들바와 낮은 차체, 19인치 앞 휠은 재밌는 조합이죠. 바버 커스텀을 기본으로 세미 초퍼 느낌도 살짝 납니다. 이런 형태가 보는 즐거움은 물론, 주행 재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할리데이비슨 모델은 특히 그런 거 같아요. 외관의 사소한 차이에 따라 타는 맛이 달라지니까요. 같은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이라도 각기 다르게 즐기게 합니다. 그래서 라인업이 있는 이유겠죠. 할리데이비슨은 그 지점을 영리하게 강조하죠.
스트리트 밥은 개성 있는 형태 덕분에 조금 다른 크루저를 타는 느낌이 듭니다. 낮은 시트에 앉아 쫑긋 솟은 핸들바를 잡으면 근사한 자세를 취할 수 있죠. 너무 진중하지도, 또 너무 과장되지도 않습니다. 적절하게 개성 있는 자세를 연출하면서 또 은근히 경쾌합니다. 높은 핸들바를 지렛대처럼 잘 이용하면 호쾌하게 달리기도 하고요.
동호대교 건너 노들길 지나 서남쪽으로 내달렸습니다. 다시 만난 스트리트 밥 역시 자꾸 눈에 밟힌 이유를 알게 합니다.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중에 이제는 가장 아담한 모델답게 가뿐한 느낌이 경쾌합니다. 그러면서 미니 에이프 행어 핸들바가 커스텀 크루저를 타는 듯한 감흥을 전합니다. 팔을 올려 잡으니 바람은 거세게 들이치고, 손끝에선 더욱 분명한 진동이 전해집니다.
편하냐, 하면 결코 편하지 않아요. 자세는 편하지만 달리면 이런저런 저항이 거셉니다. 들이치는 바람과 손끝의 진동이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중에서 으뜸일 거예요. 속도를 내면 낼수록 저항은 커집니다. 피곤해요. 그래서 불편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 특별해집니다. 일상성과 그만큼 멀어졌다는 의미니까요. 기분 전환이라는 의미에서 확실하죠. 불편한데 좋은, 뭔가 맞지 않은 말인데 할리데이비슨에서는 자주 통용되는 말이죠.
영흥도 라이딩의 첫 번째 포인트는 시화방조제입니다. 점점 주변이 깔끔해지다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나타나죠.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며 이제야 본격적인 투어에 진입한 느낌을 줍니다. 탁 트인 길이지만 오히려 속도를 늦추며 이 순간을 만끽합니다. 속도 제한도 있지만, 이 풍경 속을 느긋하게 음미하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죠.
달리다가 갑자기 근사한 광경으로 주변이 바뀌면 모터사이클 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산에서 시화방조제로, 대부도에서 선재도로, 선재도에서 영흥도로 이어지는 길마다 그렇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바다를 넘는 기분이 은근히 즐거우니까요. 그리 길지 않은 다리지만, 확실히 내륙 너머 섬으로 간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합니다.
영흥도에 와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오른쪽에 물을 놓고 달리는 라이딩은 언제나 정석이죠. 영흥대교를 바라보며 잠시 떠나왔다는 걸 실감하며 여유를 즐깁니다. 다리 아래에는 바다가 있고, 배들도 보이고, 스트리트 밥은 볼수록 깔끔하니 잘생겼으니까요.
영흥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 바로 갯벌이 펼쳐집니다. 눈에 걸리는 게 별로 없는 풍경은 도시인에게 언제나 특별한 감흥을 주죠. 어촌 길이기도 하고, 정취를 즐기려면 그리 속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이럴 때 할리데이비슨은 맛깔스러운 질감을 선사합니다. 유유자적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 할리데이비슨이 좋은 이유죠.
할리의 영역을 즐길 때입니다. 스트리트 밥의 기어를 높게 바꾸고 헐떡이는 엔진을 즐겨봅니다. 거세게 들이치던 바람과 손을 얼얼하게 하는 진동은 어느새 딱 즐기기 좋은 수준으로 잦아듭니다. 그러다 보면 지평선과 수평선이 혼재된 갯벌 해안도로가 라이딩에 스며듭니다. 시각과 청각, 촉각으로 즐기는 풍경이죠. 매일 반복해도 즐거울 그런 순간이죠.
영흥도는 작습니다. 십리포 해수욕장을 거쳐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금세죠. 리듬 타며 달릴 시골길을 즐기다 보면 금세 장경리 해수욕장입니다. 오른쪽에 해변을 보며 달리는 길이 펼쳐지죠. 그때 또 풍경이 확 달라집니다. 또 느긋하게 두두두두, 하며 달릴 수 있죠.
영흥도 코스는 짧아요. 금세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섬은 섬입니다. 수도권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섬이죠. 기분 내긴 좋은 곳이에요. 평일인데도 라이더 여럿과 마주쳤습니다. 라이더라면 그 기분을 아는 거죠.
영흥도 남쪽 노가리 해변 쪽으로도 가봤는데 상대적으로 더 한적하더라고요. 송전탑이 이어지는 갯벌과 바다 풍경이 생경해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어딘가 새로운 곳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하죠. 스트리트 밥을 세워두고 사진도 몇 장 찍었습니다.
한참 달리고 나서 간결한 풍경 속에 모터사이클을 세워놓고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트리트 밥이라면 보는 재미가 더욱 크죠.
작은 헤드라이트, 뿔처럼 솟은 핸들바, 옆에서 볼 때 더 깔끔한 연료탱크, 헤드라이트부터 시트까지 이어지는 사선, 그 가운데 거대한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까지, 하나하나 조화가 좋습니다. 내려서 바라보면 뿌듯하게 하는 요소들이죠.
앉아서는 핸들바 클램프 계기반을 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트리트 밥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커스텀하지 않아도 커스텀 요소를 기본 모델에 잘 녹여냈습니다. 이런 발상과 감각이 각 모델마다 고유한 개성이 되죠.
이제는 돌아갈 시간입니다. 노을까지 보고 가려고 하다가 시간이 떠서 다음 기회로 미뤄뒀습니다. 스트리트 밥을 바라보다 보니까 아무래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모터사이클은 타야죠.
가는 길은 돌아온 길의 역순이 아닌 조금 돌아서 가기로 했습니다. 전곡항 거쳐 화성방조제 쪽도 길과 풍광이 좋아 보였거든요. 모터사이클 타면서부터 지도 보면서 무작정 가는 습관이 생겼어요.
지도를 확대해서 괜찮은 길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길이라면 더 끌리겠죠. 좀 돌아가면 어떤가요? 아니, 돌아갈수록 즐거울 수 있습니다. 안 가본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스트리트 밥과 친해질 시간은 늘어나니까요.
영흥도 가는 길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섬과 섬을 이은, 섬섬길입니다. 한 번 달려보세요. 바다, 섬, 할리데이비슨, 괜찮은 조합이니까요.
지금까지 ‘더로드쇼’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모터사이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한 녀석이 더 강해졌다, 2022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S (0) | 2022.07.25 |
---|---|
스로틀 감는 맛이 일품,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ST (0) | 2022.05.28 |
이제는 달려야 할 때, 할리데이비슨 웨이크업 투어 (0) | 2022.02.24 |
클래식 빅뱅, 로얄엔필드 클래식350 (0) | 2022.02.17 |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S를 타고 풀린 궁금증 5 (0) | 2021.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