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스로틀 감는 맛이 일품,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ST

더로드쇼 2022. 5. 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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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휴, 오늘은 심호흡 좀 하고 말해야 합니다. 오늘의 모터사이클은 로드 글라이드 ST입니다. 

https://youtu.be/Uyu7hren6ls

드디어 ST 즉 ‘스포츠 투어링’ 모델이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올해 초 할리데이비슨 글로벌 론칭 영상에서 공개했죠. ‘킹 오브 배거’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ST 라인업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며 옳거니,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죠. 

‘킹 오브 배거’는 거대한 배거들로 트랙에서 경주하는 경기예요. 정말 미국다운, 미국이기에, 미국만 할 수 있는 레이스라고 볼 수 있죠. 강렬한 이벤트구나 싶었는데, 거기서 갈고닦은 기술을 라인업에 반영하네요.

이런 순환 관계 좋습니다. 강력한 출력과 합당한 하체를 조합해 더 짜릿하게 달리는 할리데이비슨을 만든 거죠. 할리데이비슨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런 식으로 변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랭엔진을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모델과 라인업, 물론 좋습니다, 좋아요. 장기적 관점에서 해볼 만한 시도고, 꼭 해야 하는 브랜드의 숙명 같은 거죠. 그럼에도 전통적 할리의 영역에서 확장할 수 있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ST 라인업은 딱 그 지점을 겨냥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다 생각이 있었네요.

ST 라인업은 총 세 대입니다. 스포츠 투어링이기에 투어링의 대명사인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로드 글라이드의 ST 모델이 각각 생겼습니다. 그리고 로우라이더 ST가 새로운 모델로 등장했죠.

크루저 라인업에서 가장 매콤하게 달리는 로우라이더S에 클럽 스타일 카울을 장착한 모델이에요. 이거 올해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과거 FXRT의 복각 모델 같아서 일단 스타일이 훌륭해요. 사람들이 커스텀으로 즐겨오던 그 모습을 잘 구현했습니다.

ST 라인업의 핵심은 엔진입니다. CVO에 들어가는 117큐빅인치, 그러니까 1923cc 밀워키에이트 엔진을 얹었습니다. 더 센 심장을 얹고 그냥 끝이 아닙니다. ‘킹 오브 배거’에서 담금질한 스포츠성을 버무렸죠. 하체도 그에 맞게 단련했습니다. 투어링인데 밀어붙일수록 짜릿하게 달릴 줄도 아는 투어링. 기존 할리의 성격 안에서 스포츠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러니 궁금할 수밖에 없죠. 기존 밀워키에이트114 엔진 품은 투어링도 감아주면 박력이 빠지지 않거든요. 거기서 더 화끈한 성격이면 어떤 감흥을 전할까요? 대놓고 스포츠 투어링이라고 명명한 만큼 나오기만을 기대했습니다.

일단 시승차를 받자마자 시동부터 걸었죠.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시동을 걸자마자 거친 박동이, 말 그대로 온몸을 흔들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이 이렇게 거칠었나 싶을 정도예요. 투어링 모델은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편이었거든요. 이 정도로 날것 같은 거친 고동은 아니었어요. 밀워키에이트117 엔진은 다르구나 싶었죠.

그런데 움직이기 시작하면 고동이 순식간에 잦아들어요. 엔진 회전수도 더 매끈하게 올라가는 느낌이고요. 어느 정도 타고 나서 몸이 무게와 감각에 익숙해지고 나선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었습니다. 

그러자 ST의 진면모가 발휘되더라고요. 이건 뭐, 어후, 완전히 다른 로드 글라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엔진 회전수가 매끈하게 올라갑니다. 지금까지 타본 공랭 할리데이비슨 중에서 엔진 회전수를 높이기에 가장 수월해요. 3000, 4000, 급기야 5000까지 쭉쭉 올라갑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RPM을 올릴수록 타는 재미가 증폭한다는 거예요. 물론 114 엔진 모델도 엔진 회전수 높여 밀어붙여 타는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3000 넘어 4000쯤 가면 비튼 스로틀을 돌리고 싶은 걸걸한 진동이 손을 타고 올라왔어요. 

로드 글라이드 ST는 그런 거친 벽 같은 게 없어요. 막힌 느낌 없이 꾸준하게 치솟습니다. 그에 따라 차체는 정말 맹렬하게 공기를 찢고 튀어나가죠. 소리 역시 그 기분을 배가합니다. 피스톤 운동이 하나하나 명확하면서도 고속으로 촘촘하게 이어져요.

그 일련의 과정에서 굉장한 소리를 내줍니다. 두두두두, 하는 수준이 아닌 구오오옹, 같은 대배기량 머슬카 같은 호쾌한 소리가 납니다. 그러고 보면 ‘킹 오브 배거’ 경주에서 들리던 소리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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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더불어 재밌는 요소가 또 있습니다. 급가속을 하면 소리와 함께 앞머리가 살짝 들리는 느낌도 들어요. 머슬카가 가속하면 보닛이 살짝 올라가면서 튀어나가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질주할 수 있습니다. 불안한 느낌은 아니에요. 스로틀을 감을 때 양념 역할을 하는 정도의 움직임입니다. 호쾌함을 더욱 증폭하는 움직임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타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타라고, 그래야 더 재밌다고 차체의 감각이 몰아갑니다. 엔진 회전수 높여야 더 재밌는 할리데이비슨이라니, ST의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최대토크도 3750rpm에서 나와요. 그냥 로드 글라이드는 325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지고요. 일반 모델보다 RPM을 높여야 제대로 맛을 낸다는 뜻이죠. 5000까지 쭉 스로틀을 감아서 달리는 쾌감이 남달라요. 

밀어붙여야 재밌는 만큼 뒤 서스펜션은 꽤 조였습니다. 안락함은 투어링보다 덜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조인 하체가 보다 젊고 경쾌한 느낌을 전합니다. 엔진 성격에는 당연히 조인 쪽이 더 어울리기도 하고요. 엔진과 하체를 매만진 티가 확실히 납니다. 정말 달라요. 다른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느낌입니다. 

로드 글라이드 ST의 외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ST만의 특징을 몇 개 부여한 정도입니다. 일단 로우라이더 S에 적용한 포인트 색이 핵심입니다. 브론즈, 구릿빛으로 장식했어요. 연료탱크의 로고도, 엔진 헤드도 구릿빛 장식을 곁들였죠. 앞뒤 휠 색도 구릿빛입니다. 확 눈에 띄어 다르게 보이게 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아닌데도 검은색 차체에 꽤 근사한 장식으로 기능합니다. ST만의 차별 요소예요.

또 다른 차이점은 오픈 흡기 필터를 적용한 점이죠. 더 높은 힘을 내는 만큼 더 많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합니다. 기능 면으로도 보기에도 그럴듯합니다. 사이드케이스가 스페셜이 아닌 일반 모델 형태란 점도 차이입니다. 머플러를 덮지 않고 위로 똑 떨어지는 형태예요.

싱글시트를 적용한 점도 큰 차이겠네요. 혼자 타라는 얘기죠. 둘이 안락하게 타는 투어링이 아닌, 혼자 덩치를 밀어붙이는 짜릿함을 만끽하라는 뜻입니다. 형태는 변화가 크지 않지만, 몇몇 요소가 ST만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로드 글라이드 ST, 무척 즐겁게 탔습니다. 로드 글라이드도 몇 년 만에 다시 타본 거예요. 여전히 로드 글라이드의 상징인 샤크 노즈 페어링은 매력적이네요. 차체에 페어링이 붙어 핸들링이 민첩한 점도 새삼 즐겁습니다. 예전에 탔을 땐 너무 가벼워서 불안한 느낌도 들었어요. 이젠 할리데이비슨 여러 모델 타봐서 적응했는지 민첩함이 더 와 닿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변화인 밀워키에이트117 엔진은 타는 내내 환호성을 지르게 했습니다. ST 모델이 품은 밀워키에이트117 엔진은 역시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ST 모델의 재미와 매력, 정체성을 명확하게 전하니까요. 매끈하게 고회전을 뽑아 즐기게 하는 할리데이비슨이라니, 그것만으로 새로워요. 여전히 공랭을 유지한 채로, 할리데이비슨의 정수를 고수한 채로 새로운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런 변화라면 언제든 환영할 만하죠. ST 모델은 스페셜보다 가격이 몇 백 비싸지만, 충분히 더 얹을 만합니다. 더 짜릿한 투어링으로 할리데이비슨이 팩토리 튜닝을 해서 나온 셈이니까요. 원래 모델도 가격이 그리 낮지 않았잖아요. 용도에 따라, 라이더의 성향에 따라 스페셜인지, ST인지 고민 좀 하게 될 듯해요.

로드 글라이드 ST를 타보니 다른 ST 모델이 더 궁금해집니다. 핸들바에 페어링을 연결해 한층 묵직하고 안정적인 스트리트 글라이드 ST는 어떤 느낌을 줄지, 양대 투어링에 비해 무게가 적은 로우라이더 ST는 얼마나 짜릿할지 궁금합니다. ST 모델,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기대하고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지금까지 더로드쇼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https://youtu.be/Uyu7hren6ls 

*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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