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폭스바겐 투아렉입니다. 폭스바겐 투아렉 출시 행사장에서 시승했거든요. 긴 시간 타보진 못했지만 공도와 오프로드를 돌며 알차게 시승했어요. 첫인상과 주요 인상적인 부분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투아렉은 2002년 첫선을 보인 폭스바겐 SUV의 기함이죠. 폭스바겐이 브랜드의 총력을 기울여 만드는 SUV로 유명합니다.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작심하고 만든 자동차입니다.
이번 신형은 3세대입니다. 어느새 3세대네요. 시간 참 빨라요.
투아렉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마케팅 이벤트로도 유명한 자동차입니다. 브랜드 마케팅 이벤트 얘기할 때 투아렉은 꼭 빠지지 않죠.
보잉 747 비행기를 견인하는 이벤트를 공개했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지구 한 바퀴 도는 프로젝트로 7만km 넘게 달리기도 했고요.
해발 6,081미터인 칠레 안데스 산맥을 오르기도 했습니다. 1세대 투아렉으로 선보인 이벤트예요.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저것 쇼맨십을 발휘하며 시선을 끌었죠. 그만큼 자신 있게 만들었다는 뜻이었죠.
2세대 투아렉으로는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3연패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몇몇 상징적 모델은 이런 마케팅 이벤트로 더욱 인상에 남기도 합니다. 그만큼 잘 만들었고,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해서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거죠.
이번에 나온 투아렉은 3세대입니다. 특별한 쇼맨십 이벤트는 없지만, 소문이 심상치 않았어요. 원래 투아렉은 폭스바겐이 작심하고 만들지만, 이번에는 결과물이 범상치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거든요. 해외 시승에서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죠.
그 범상치 않은 결과물의 단초로 투아렉의 플랫폼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벤틀리의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나 아우디 Q7, Q8과 같은 플랫폼을 쓰니까요.
물론 벤틀리와 폭스바겐 사이에는 수많은 금액과 그에 걸맞은 소재와 대하는 방식 차이가 명확하죠. 아우디만 해도 간극이 크니까요. 그렇지만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기에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합니다. 더 강력한 출력에도 대응하는 유연하고 단단한 속성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혈통이 좋다고 할까요?
3세대는 2세대보다 당연히 커졌습니다. 세대 바뀔 때마다 커지는 건, 이제 자동차 업계의 상식이니까요. 전장은 4880, 전폭은 1985mm입니다. 전 세대 대비 전장은 79mm, 전폭은 45mm 늘어났어요. 반면 전고는 9mm 낮아졌죠. 확연하게 크기가 달라졌다고 할 순 없지만, 보이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제원 상 길어지고 넓어지고 낮아진 건 맞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이 변해서 더 당당하게 다가오죠.
전면 디자인은 신형 티구안에서 본 모습입니다. 가로로 긴 줄을 여러 개 반듯하게 그었죠. 게다가 그릴과 램프를 하나의 마스크처럼 보이게 붙여 앞 모습이 듬직합니다. 하나의 그래픽이 전면을 잡아주면서 브랜드 정체성도 확립했죠. 대중소 디자인이지만 크기가 달라지면 감흥도 달라지는 법이죠.
측면과 후면은 크게 기교를 부르지 않았어요. 굵고 반듯한 선이 도드라집니다. 이 선들은 면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 지난 세대 폭스바겐 역시 선을 잘 쓰긴 했지만 차체는 동그스름했잖아요? 이제는 직선의 날카로움을 면에 이식해 더욱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티구안보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욱 증폭합니다. 철판 잘 접는 브랜드답게 직선을 돋보이게 해 더욱 강인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거죠. 또 군더더기 없는 직선이 그래픽 디자인 같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미래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내는 가운데 놓은 15인치 디스플레이가 핵심입니다. 실내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차지합니다. 그만큼 15인치 디스플레이는 강렬하죠.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붙어 있긴 한데, 일체감은 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크기가 다르니까요. 그래도 디스플레이가 붙어 있어 시원하게 보이긴 합니다.
15인치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만큼이나 폰트도 크고 시원시원해요. 해상도도 좋아서 보는 맛이 있어요. 단 화려하기보다는 크다는 인상이 더 먼저 다가올 겁니다. 이야 큼직하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마치 휴대폰 어르신 모드 같달까요. 투아렉을 구매할 연령층을 생각해보면 잘 보인다고 좋아할 듯해요.
대신 디스플레이가 크니까 거의 모든 걸 디스플레이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걸릴 겁니다. 손을 가까이 대면 디스플레이 속 버튼이 나타나고 손 제스처 컨트롤 기능도 있어요. 버튼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식이라 화면은 시원한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죠.
이젠 수많은 자동차가 이런 방식으로 버튼을 없애는 추세니 적응해야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거죠. 그래도 이번 경우는 한 다섯 개를 얻고 하나를 잃는 정도겠네요. 그만큼 15인치 디스플레이는 인상적이에요.
투아렉의 시트도 인상적입니다. 폭스바겐 시트야 원래 잘 만들지만, 투아렉은 세심하게 사용자 취향을 고려했거든요. 시트에서 전동으로 14방향,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또 4방향으로 조절하도록 했어요. 총 18방향으로 시트 형상과 높이, 기울기를 조절해 몸에 맞출 수 있습니다. 몸이 예민하거나 혹은 특이해서 일반 시트가 영 불편한 사람이라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과하다 싶지만 이게 또 기함의 세심함이니까요.
그럼에도 투아렉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역시 거동입니다. 전면 인상도, 각 세운 차체도, 실내 15인치 디스플레이도 핵심은 아닙니다. 결국 거동이 특별하지 않다면, 이런 요소들이 빛을 발하긴 힘들죠. 자동차의 기본은 주행 감각일 테니까요. 특히 기함이라면 더욱 그렇죠. 투아렉은 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온로드에서는 기함다운 묵직함과 편안함을 기본 덕목으로 달립니다. 특히 컴포트 모드가 인상적이었어요. 주행모드는 7가지예요. 기본적으로 주로 보는 모드에 스노, 오프로드 모드가 더 들어갔죠(프리미엄 모델은 6가지).
보통 노멀과 스포츠를 주로 사용하며 시승해요. 투아렉은 여러 번 바꿔가며 운전했는데, 특이하게 컴포트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트와 하체 사이에 두툼한 층이 형성된 느낌이었어요. 이 층이 노면의 신경질적 요소를 집요하게 상쇄하죠. 확실히 대우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군, 하는 기분마저 들죠. SUV인데다, 기함이라는 점이 이 느낌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낭창한 느낌은 아니에요. 묵직하게 자세를 잡으며 운전자를 느긋하게 만들더라고요. 약간 바운스도 일어나는데 기분 나쁜 느낌도 아니에요. 기함다운 여유를 즐기게 하죠. 미국차와 다른 독일 고급차의 여유로움이겠죠. 이 느낌이 명확해서 큰 차, 고급스럽게 매만진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노멀, 스포츠 모드로 점차 바꾸면 탄탄하게 달리기에도 좋고요. 차세대 에어 서스펜션의 맛이 꽤 좋습니다.
사륜조향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어요. 투아렉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기술일 테니까요. 뒷바퀴가 속도에 따라 달리 꺾이며 큰 덩치를 민첩하게 움직이게 합니다. 속도가 높진 않았지만 헤어핀 같은 굽잇길에서 휙휙 돌아나가는 느낌이 산뜻했어요. 전 세대에 비해 회전 반경이 1미터 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몸으로 설명을 체감할 수 있어요.
투아렉의 거동을 보니 추후 2분기에 4.0 V8 모델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그 모델은 진중함을 보유한 채 흉포함도 품었을 겁니다. 몇 대 안 들어오겠지만 은근히 기대됩니다. 투아렉은 더 과한 출력을 충분히 소화해낼 뼈대를 소유했으니까요.
투아렉의 또 다른 장기는 오프로드 주파력이에요. 전 세대들이 이벤트로 보여준 실력은 3세대에도 이어집니다. 물론 그 사이 흐른 시간만큼 기술력은 더욱 쌓였겠죠.
오프로드 코스 시승도 경험했어요. 긴 코스는 아닌데, 날씨 영향으로 코스 상황이 난이도 상으로 탈바꿈했죠. 구조물을 가져다가 넘은 게 아니라 산에 길을 내 만든 코스였거든요. 날이 풀리고 비도 내리면서 진흙이 질척거리면서 난이도가 상승했죠.
어떻게 보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재현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척거리는 진흙탕을 언덕과 굴곡을 넘어 헤쳐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죠. 준비한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했겠지만, 경험하는 입장에선 두근거렸죠. 이 노면 상태를 잘 돌파해나갈까? 기대하게 했습니다.
코스를 시승하며 설명하는 인스트럭터 분도 난이도 최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딜러 교육도 준비하느라 다른 브랜드 SUV와 오프로드 비교 시승도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투아렉이 잘 달렸다고 해요. 디스커버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오프로드 주파력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BMW X5와 벤츠 GLE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하고요. 그냥 하는 말일까요? 굳이 다른 브랜드를 거론하며 마케팅을 펼치진 않을 겁니다. 자존심 강한 오프로더 브랜드의 자동차와 어깨 견줄 정도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투아렉을 타고 진흙탕을 주파했어요. 타이어에는 질척한 진흙이 잔뜩 묻어 그립이 제대로 나올까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드륵, 드륵 각 바퀴의 출력을 분배하며 앞으로 전진하더라고요. 포크레인으로 만든 흙더미 범피에 진흙이 달라붙어 뒤가 휙, 날아가는데도 성큼, 나아갔습니다.
투아렉은 오프로드 모드와 스노 모드 두 가지예요. 로기어도 없고요. 그러니까 주행모드를 오프로드에 놓고 그냥 가속페달 유지하면 알아서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한다는 얘기죠. 그것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면서요. 쉽고 편하면서 성능도 출중합니다.
맞아요. 투아렉 오너가 이런 코스를 일부러 즐기진 않을 거예요. 성능 떠나 투아렉은 도심형 SUV 영역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적 위기 상황에서 실력을 발휘하느냐 못 하느냐는 중요한 지점이죠. 일부러 오프로드를 즐기진 않겠지만, 본의 아니게 오프로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가 있을 수도 있죠. 그때를 대비한 실력, 든든하겠죠. 무엇보다 SUV 정체성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투아렉은 온로드에서 기함다운 풍성한 주행 질감과 더불어 오프로드에서 출중한 실력까지 보여줬습니다. SUV에 기대하는 성능에 관해서 투아렉은 양보 없이 자기가 해내야 할 것을 해냅니다.
투아렉을 타보면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새로 매만졌고, 그 결과물은 폭스바겐이란 브랜드에 꽤 잘 어울립니다. 큼직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과감하게 채용해 첨단 분위기도 잘 끌어들였고요. 탄탄한 주행 기본기에, 공들인 하체 질감은 많은 사람을 흡족하게 할 거예요. 본격적인 오프로드 성능도 남부럽지 않게 탑재했죠.
투아렉을 보면 폭스바겐의 성경, 가치, 방향성 같은 게 보여요. 자동차와 장르에 관한 고집스런 기본기죠. 미사여구 싹 걷어낸 후에 담백하고 효율적으로 그동안 쌓은 기술을 꾹 눌러담았습니다. 멋부리기보다, 치장하기보다 자동차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것들로만 꾹.
예전부터 투아렉을 선택하는 사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공학적으로 좋은 자동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선택하는 차라고 했죠. 3세대 신형 투아렉도 이런 평가는 그대로 이어질 겁니다. 이 점이 명확한 장점이에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투아렉은 만만한 가격대의 차가 아니죠. 이 가격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차는 꼭 기술로만 다가오진 않습니다. 고급차에서 '고급'이라는 단어에 담긴 여러 가지 요소 중 기술은, 물론 중요하지만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외 나머지가 좀 심심한 구석이 있어요. 안팎 디자인이나 소재가 심금을 울릴 정도로 좋은 건 아니니까요. 폭스바겐 특유의 덤덤함이 많이 드러납니다. 물론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 사이에서 투아렉은 장점과 한계가 공존합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올렸습니다. 재밌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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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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