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든 걸 다 가진 미니, 미니 컨트리맨 JCW

더로드쇼 2020. 5. 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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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오늘의 자동차는 미니 컨트리맨 JCW입니다. 오랜만에 재밌는 자동차를 탔어요.

 

미니는 제가 좋아하는 차 중 하나입니다.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어요. 지금 2세대 R56 미니 쿠퍼를 타고 있기도 하고요. 다음 자동차를 뭘로 선택할까 상상해봐도, 다시 미니로 귀결될 만큼 좋아합니다. 미니만 한 자동차가 어디 없어요.

 

일단 디자인이 남다르죠. 그냥 봐도 둥글둥글, 매끈합니다. 미니가 뭐야? 하는 사람이 봐도 이 자동차는 다르게 생겼네, 할 거예요. 그만큼 요즘 자동차와는 디자인 방향성이 다릅니다. 동그란 헤드램프만 봐도 다르잖아요? 요즘 동그란 헤드램프 쓰는 자동차 드물죠. 아주 드물어요.

 

그러면서 예전 로버 미니의 디자인 DNA를 잘 살렸죠. 요즘 자동차인데 레트로 디자인을 고수했어요.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역사를 이어나가는 거죠. 세대 바뀌면서 여러 부분 바뀌었지만, 여전히 딱 보면 미니라고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죠. 이런 자동차, 정말 드물죠.

 

미니가 단지 디자인만 독특한가, 하면 아니죠. 앞서 말한 미니의 정체성은 디자인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행 감각이 더 독특하죠. 3세대에 와서는 조금 풀어놓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자동차와 비교하면 빡빡, 조였습니다. 작은 차체를 꽉 조였기에 핸들링이 빠릿빠릿하죠. 속도를 떠나 좌코너, 우코너 오가는 게 즐거운 차량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고유한 가치를 지속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름은 그대로여도 많이 달라지는 게 보통이죠. 미니도 달라졌지만, 그 가치는 여전합니다. 다른 자동차가 몇 세대 전을 떠올리기 힘들게 바뀐 만큼, 미니의 변화는 아주 소소한 수준으로 볼 수 있어요. 이런 자동차, 이런 브랜드는 정말 드물죠. 

 

드물기에 미니는 매력적입니다. 미니가 단지 자동차로만 존재하지 않고 각 문화 분야의 아이콘으로도 활약할 수 있던 것도 이 매력 덕분이죠.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유지했습니다.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요. 미니를 단지 귀엽게 생긴, 디자인이 독특한 자동차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미니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라인업을 늘렸습니다. 컨트리맨과 클럽맨이 대표적일 거예요. 미니를 타고 싶은데 공간도 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죠. 특히 컨트리맨은 미니 라인업에서 대중성을 높인 모델이죠. 미니와 SUV를 접목한 게 가당키나 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포르쉐가 SUV 만드는 시대니 무의미한 말이죠.

 

결국 미니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살렸느냐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미니 컨트리맨은 성공적으로 접목했습니다. 덩치를 키우며 편리를 확보하면서도 미니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죠. 물론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미니 컨트리맨 JCW은 미니 컨트리맨에 미니다운 짜릿함을 극대화한 모델이에요. 편리를 확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좀 희석되어버린 고카트 필링을 증폭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을 주입한 결과, 미니 컨트리맨은 극적으로 변했죠.

 

여기서 JCW는 존 쿠퍼 웍스의 줄임말이에요. 반 세기 전, 미니의 주행 잠재력을 알아본 존 쿠퍼가 고성능 미니를 만들었습니다. 미니 설명할 때면 매번 나오는 몬테카를로 랠리에 나간 차들도 그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존 쿠퍼 웍스는 튜닝 회사였다가 BMW에 인수되면서 미니에 JCW 버전이 등장하게 됐죠. 

 

미니는 3세대가 되면서 JCW 모델 라인업으로 벌렸습니다. 미니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려는 심산이죠. 예전에는 미니 쿠퍼 3도어에만 있었어요. 미니 고카트 필링을 극대화한 모델로 강조했죠. 그러다가 작년부터 하나씩 컨버터블, 컨트리맨, 얼마 전에 클럽맨에도 JCW 배지를 달았습니다(재밌게도 모두 ㅋㅋㅋ로 시작하네요).

 

BMW의 M처럼 고성능 라인업으로 구축한 셈입니다. 고성능이라는 새로운 자극을 미니에 가했죠. 고성능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미니는 한층 풍성한 브랜드가 됐습니다. 모델 가지 수가 늘어난 걸 넘어 색깔을 더욱 진하게 했죠. 미니 생태계를 더욱 다채롭게 하는 거죠. 이렇게 브랜드는 멈추지 않습니다. 

 

부연 설명이 좀 길었네요. 이제 미니 컨트리맨 JCW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외관을 보면 뿔이 생기고 막 근육이 붙는 방식으로 변신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모르는 사람은 구별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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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JCW 배지와 붉은 선입니다. 그릴을 테두리를 붉은 선으로 두르고 한쪽에 JCW 배지를 붙였죠. 옆면 장식에도 붉은 선과 JCW 배지, 뒤에도 JCW 배지를 달았습니다.

 

브레이크 캘리퍼 역시 붉은색이죠. 지붕도 붉은색입니다. 역시 고성능은 매콤하게 붉은색이죠. 소소한 변화지만 미니가 원체 발랄한 색이 어울리니 붉은색으로 강조한 부분이 꽤 잘 어울려요. 제 미니도 칠리 레드! 보다 보니까 JCW 배지가 탐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일반 모델에 JCW 배지 붙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좀... 아무래도 좀...

 

붉은 선과 JCW는 실내에도 이어집니다. 도어실드가드에 JCW 로고가 있고, 스티어링 휠 하단에도 JCW 배지를 붙였습니다. 스티어링 휠 스티치 역시 붉은색이죠. 실내를 가로지는 선도 붉은색으로 이어지고요. 시트 역시 JCW 배지 붙은 스포츠 버킷 시트입니다. 몸이 쏙 들어가고 잘 잡아줘요. 와인딩 달릴 때 시트에 착 붙은 채 차를 부리기 좋습니다.

 

JCW 장식을 빼면 변속기 변화가 특이점입니다. 전자식으로 바뀌었어요. BMW 방식이죠. 예전 동그란 기어 노브가 더 어울리긴 해요. 그래도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줍니다. BMW 집안에서 교육받으면서 미니가 달라지긴 했어요. 프리미엄 소형차로서 소양과 덕목을 갖추는 거겠죠.

 

오랜만에 미니 신형을 타는 건데 이젠 애플카플레이가 되네요. 콘솔박스에 무선 충전 물려놓고 애플카플레이로 연결해

T맵으로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상하게 블루투스만 연결되어서 스마트폰을 거치했는데 나중에 다시 연결하니 잘되더라고요. 요즘 다 되는 기능이지만 미니에서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제 차는 중앙에 체중계처럼 속도계가 있는 모델이에요. 아날로그적이라 좋아하는 디자인이죠. 그래서 2세대 초기형을 샀지만, 역시 기술의 수혜가 좋긴 좋네요.

 

안팎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알맹이죠. 시동만 걸어도 이 녀석이 그냥 컨트리맨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딱딱하게 몸을 받치는 시트에 앉아, 묵직한 스티어링 휠 감각을 느끼며, 시동을 걸면 바로 느낄 수 있죠. 이 녀석 세구나, 싶죠. 그냥 미니보다 카랑카랑합니다.  

 

조금 달려보면 일단 낯선 감각에 놀라게 됩니다. 단단함을 넘어 딱딱한, 예전 미니 하면 떠오르는 하체와 스티어링 감각이 뾰족하게 전해집니다. 마치 순수한 스포츠카의 감각이죠. 3세대로 오면서 미니가 조금 부드럽게 풀어줬거든요. 미니 컨트리맨 JCW는 컨트리맨인데 2세대 미니 쿠퍼보다 더 꽉 조였습니다. 1세대 쿠퍼 S 모델 같은 단호함일까요? 그보다 더 조였을까요? 아무튼 요즘 느껴보기 힘든 딱딱함에 생경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그만큼 본격적입니다.

 

빈틈없게 조여놓은 하체와 스티어링 휠 감각은 보다 직접적으로 달리는 재미를 배가합니다. 뒤에서 울리는 배기음도 흥을 더하고요. 가속페달을 밟고 몇 번만 차선을 변경해보면 웃음이 절로 펑펑, 터집니다. 기본 주행 모드인데도 그래요.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 과격함에 놀랄 거예요. 상당히 조였고, 꽤 강력하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으면 또 달라집니다. 기본 주행 모드로 달릴 때만 해도 세다 싶었는데, 주행 모드를 바꾸면 봉인 해제 수준이에요.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면서 흥분 상태로 돌입합니다. 가속페달을 밟기만 하면 언제고 최대 출력으로 튀어나가려고 으르렁거리죠. 배기음은 한층 풍성해지고요. 기본 주행 모드가 바리톤 같다면 스포츠 모드는 테너가 곡의 절정을 내지르는 느낌이에요. 덩달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왼발에 힘 주면서 운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그럴 때면 이 모델이 컨트리맨이라는 걸 어느새 잊어버리죠. 그냥 미니, 미니가 추구하는 작고 단단한 고카트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는 느낌을 받죠. 작은 차체와 유격 없는 스티어링, 꽉 조인 하체가 만들어내는 미니만의 감각입니다. 요즘 스포츠카와도 또 달라요. 어떻게 보면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쪽으로 성격을 몰았어요. 이런 맹목적인 순수함이 미니의 매력이겠죠.

 

물론 컨트리맨은 SUV이기에 SUV다운 특성도 움직임 초반에 보입니다. 딱 첫 동작에서 살짝 보여줄 뿐이죠. 좌우로 아주 조금 기울어지나 싶다가 그대로 도로를 움켜쥐고 돌아나갑니다. 미니 컨트리맨 JCW 배지에 걸맞은 퍼포먼스 미니의 짜릿함을 느끼게 하죠. 경주차로서 미니의 잠재력을 읽어낸 존 쿠퍼의 의도를 온전히 반영합니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나요? 스포츠 모드에 심취해 달리다 보면 미드 모드, 즉 기본 주행 모드가 은근히 편해져요. 당연히 상대적인 느낌이지만, 처음 탔을 때 느낀 스파르탄 감각이 누그러집니다. 오히려 출력 풍성하면서 탄탄한 SUV 정도로 여기게 되죠. 다양한 일상에서 타기에 과하지 않나 싶은 기분이 싹 사라집니다. 풍성한 출력을 뽑아쓰면서 나름대로 편안하게 탈 GT 같은 느낌도 떠오릅니다.

 

몇 년 전 3세대 미니 쿠퍼 JCW를 탈 때도 그랬거든요. 고출력 고카트의 카랑카랑한 성격에 적응하고 나니 GT처럼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죠. 미니 컨트리맨 JCW는 공간으로 보나 형태로 보나 더욱 그런 성향이 짙어지죠. 이 지점에서 미니 컨트리맨 JCW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고성능 미니로서 짜릿함을 극대화하면서 일상의 풍요로움도 염두에 뒀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니 컨트리맨 JCW는 한 대로 미니 라인업을 다 즐기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미니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다 가졌거든요. 미니의 기본 성격에 컨트리맨다운 공간을 확보했죠. 거기에 JCW 배지를 달면서 보다 순수한 고카트 필링을 주입했어요. 미니 컨트리맨 JCW는 같은 JCW 모델이 아닌 이상, 3세대 미니 라인업 중 어떤 모델과 비교해도 달리는 감각이 고카트에 근접하거든요.

 

미니 컨트리맨 JCW를 타보니 이번에는 미니 클럽맨 JCW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미니 컨트리맨처럼 공간을 확보하면서 미니 컨트리맨보다 달리는 감각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는 형태니까요. 미니 컨트리맨 JCW보다 훨씬 응축된 느낌을 표현하겠죠. 조만간 타봐야겠습니다.

 

미니 컨트리맨 JCW를 타면서 JCW 라인업의 확장성을 봤습니다. 예전에 3도어 해치백에만 JCW가 있을 때 JCW는 마니아를 위한 특별한 모델이었죠. 이제 확장한 JCW 라인업은 보다 풍요로우면서 예전 미니의 성격을 극대화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듯합니다. 고성능을 통해 예전 감각을 되살렸달까요. 물론 그 감각을 얻기 위해선 돈을 좀 많이 얹어야 하지만요. 앞으로 어쩌면 진짜 미니는 JCW지, 하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유튜브 [더로드쇼] 채널에 영상으로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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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10MIq8wVp9Y

지금까지 [더로드쇼] 김종훈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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