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천지개벽, 로터스 엘레트라

더로드쇼 2025. 1.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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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로드쇼'입니다.

오늘은 로터스 엘레트라 탄 이야기입니다.

로터스가 달라졌습니다. 전기모터 품고 거대해졌죠. 그리고 무엇보다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요즘 자동차 흐름으로 보면 당연한 변화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로터스에겐 천지가 개벽할 변화죠.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를 만들어왔잖아요. 아니 초경량 스포츠카가 더 정확한 말이겠네요. 

“무게를 줄이면 모든 구간이 빨라진다.” 창업주인 콜린 채프먼의 말입니다. 출력을 높이기보다 무게를 더는 방식으로 스포츠카의 짜릿함을 구현했죠. 그 방향성이 가히 극단적이었습니다. 수동변속기만 고집하다 겨우 자동변속기를 달아준 게 그리 오래전 얘기가 아니에요. 

경량화를 위해 에어컨과 오디오도 옵션으로 빼둘 정도였어요. 그 결과 1톤 남짓한 차체 무게로 면도날처럼 트랙을 날카롭게 저몄죠. 그런 로터스가 거대해지고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로터스의 세상은 확실히 뒤집어졌다고 볼 수 있죠.

변화는 로터스가 전기차 브랜드로 전화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가벼울 수 없잖아요. 더 이상 경량 스포츠카라는 방향성을 고집할 수 없다는 뜻이죠. 커지고 무거워지면 출력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커진 실내를 채울 고급스러움도 필요하죠. 

예전처럼 마니아에게만 팔 수 없으니 많은 이가 선호할 SUV가 적절합니다. 더구나 로터스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볼보와 폴스타도 품고 있죠. 그들의 감각도 더할 수 있습니다. 로터스가 첫 모델로 대형 전기 SUV 엘레트라를 선보인 배경일 겁니다. 

초경량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만든 거대한 대형 전기 SUV.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성향은 유지한다고 해야겠네요. 정반대로 극단적이지만, 그래서 더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도드라집니다. 아무튼 로터스는 새 도약을 꿈꿨어요. 그 첫 걸음이 엘레트라입니다. 

엘레트라를 보면 누구나 크다고 느낄 덩치예요. 전장만 해도 5미터가 훌쩍 넘죠. 폭도 2미터가 넘습니다. 반면 덩치에 비해 전고는 1636mm로 높지 않아요. 그래서 보면 전체적으로 날카롭습니다. 대형 SUV이긴 한데 근육질 덩치보다 매서운 위암감이 앞서죠. 해머보다 거대한 도의 날카로움이랄까요. 

특히 전면 인상이 매섭습니다. 주간주행등은 삐죽 솟은 뿔 같죠. 길고 각지게 그렸어요. 하단은 범퍼가 헤드램프를 품어 깔끔한 디자인입니다. 그럼에도 아래쪽을 주간주행등과 반대로 뾰족하게 마무리했죠. 위아래로 뾰족한 인상을 풍깁니다. 

부메랑처럼 꺾인 이 각은 엘레트라를 관통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보닛 안쪽을 파고드는 각도 한 번 꺾었죠. 그 각이 만드는 음영이 도드라집니다. 측면도 앞문에 깊은 음영을 넣었어요. 후면 역시 램프 주변으로 각을 꺾어 멋을 부렸죠. 스포츠카 만들어온 로터스의 미적 감각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예전에는 곡선으로 뾰족하게 했습니다. 이젠 각을 살려 뾰족하게 하죠. SUV라는 형태를 고려한 변화겠죠. 크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 로터스가 보입니다. 형태가 달라져도 로터스의 감각이 스몄다고 할 수 있죠. 로터스 엠블럼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그렇습니다.

럭셔리의 진면모는 실내에 있습니다. 과거 로터스는 뭐가 없어도 너무 없어 놀라게 했죠. 엘레트라는 많아도 너무 많아서 놀라게 합니다. 실내는 최신 럭셔리 자동차의 방향성을 그대로 반영하죠. 하나 더 나아간 점은 전기차다운 첨단 감각입니다. 

가운데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달았습니다. 테슬라가 떠오르는 크고 반듯한 직사각형 디스플레이예요. 그래픽은 정교하고, 반응성 또한 쾌적합니다. 실내 편의장치는 전부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어요. 이젠 익숙한 방식이죠. 

그럼에도 정교함과 반응성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반면 계기반 디스플레이는 간결하게 줄였어요. 이 또한 역시 첨단 자동차다운 방향성이라 할 수 있죠. 빼고 더 빼니 미래적인 느낌을 조성하잖아요. 운전할 때 필요한 정보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크고 또렷합니다.
 
구성도 구성이지만 질감이 고급스럽습니다. 과거 로터스는 실내에 알루미늄을 드러낼 정도로 경량화를 추구했죠. 이젠 두툼한 가죽을 빈 곳 없이 둘렀습니다. 두툼한 가죽 씌운 시트 역시 럭셔리를 지향합니다. 

무엇보다 스피커 23개로 구성한 KEF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엔진음과 배기음만 즐기던 로터스가 사운드 시스템에 신경 썼다는 뜻이죠. 섬세하면서 웅장한 소리가 일품입니다. 럭셔리는 시각, 촉각, 청각까지 고려해야 해요. 넉넉한 공간에 질 좋은 가죽을 두르고 첨단 장치를 적용한 로터스. 엘레트라는 그 화려한 변화를 증명합니다.

시승한 모델은 엘레트라 R입니다. 엘레트라는 S와 R 두 가지 트림이 있죠. S만 해도 최고출력 612마력을 뿜어냅니다. R은 무려 918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95초 만에 도달하죠. 리어 모터에 2단 자동변속기도 탑재했습니다. 고속에서도 뒷심 부족하지 않게 출력을 즐기게 하죠. 

트랙 행사에서 엘레트라 R을 타봤어요. 급격한 코너에서도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아서 인상적이었죠. 덩치 큰 SUV의 롤링을 제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자세를 잘 다잡는지 척도가 되죠. 그만큼 스포츠 주행의 재미도 높입니다. 

출력이야 숫자가 증명하지만, 움직임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아요. 숫자의 감흥은 이런 움직임이 바탕이 돼야 온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엘레트라 R은 만끽하게 합니다. 비록 단 두 바퀴만 돌아봤지만, 한계까진 아득히 남았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죠. 엘레트라 R은 더 몰아붙이라고 종용했습니다. 예전과 방식은 달라도 엘레트라 R 역시 트랙에서 짜릿함을 즐기게 하더라고요. 누가 로터스 아니랄까봐.

나중에 공도에서 한 번 더 타봤습니다. 예전 로터스는 도심에서 타면 힘들었어요. 오직 빠르고 민첩하게 달리는 데만 집중했으니까요. 너무 좁고, 노면 충격을 적나라하게 전달하며, 시끄러웠죠. 

엘레트라 R은 달라요. 무지막지한 출력을 품어도 대형 SUV의 안락함이 깔려 있습니다. 트랙에서 롤링을 다잡은 서스펜션은 도심에선 너그럽게 노면을 품더라고요. 보통 차체를 다잡으면 일상에선 피곤할 수 있잖아요. 엘레트라 R의 서스펜션은 그 양쪽을 능숙하게 대응합니다. 

이런 능숙함이야말로 로터스의 변신을 환영하게 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겠다는 얘기니까요. 게다가 아직 엘레트라 R만큼 안락하고 강력한 전기 SUV가 드물잖아요. 테슬라 모델 X 정도 아닐까 싶네요. 전통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전기 SUV 중에선 가장 크고 강력한 녀석임이 분명합니다. 시장 선점. 로터스가 지금 엘레트라 R을 선보인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로터스 엘레트라 R, 타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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