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로드쇼’ 김종훈입니다.
얼마 전에 볼보 S90 리차지 PHEV를 탔습니다.
S90 리차지 PHEV는 볼보가 최근 선보인 개선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중 하나죠. 우선 전기모드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어요. 이제 전기모드로 50km대를 갑니다. 이 정도면 평일 출퇴근은 전기모드로만 다닐 수 있다는 뜻이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제대로 만끽할 수준이 됐습니다. 평일 출퇴근에는 전기모드로, 주말에는 내연기관처럼 사용하는 거죠. 결정적 변화입니다.
출력도 높아졌어요. PHEV가 최고 트림 역할을 하는 만큼 출력이 더 넉넉해진 점도 환영할 만하죠. 전보다 50마력 증가해 455마력을 발휘합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8초! 펀치력이 더 세졌죠. 물론 S90의 성격이 짜릿하게 달리는 쪽으로 맞추진 않았어요. 짜릿하기보다 풍성하게 타는 맛을 높였죠.
SKT와 함께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된 점도 변화겠네요. 이거 사용할 때마다 흐뭇합니다. 음성인식 누구를 기반으로, 티맵과 음악 앱 플로를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죠. 그냥 사용하는 수준이 아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잘 녹아들었어요. 계기반에서 티맵 내비게이션 경로를 볼 수 있는 호사죠. 편하기도 하거니와 매끄럽게 작동해요. 그만큼 운전할 때 이모저모 쾌적해지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훌륭한 본으로 삼을 만합니다.
그 외에는 안팎이 딱히 변하진 않았습니다.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왔을 때도 안팎 디자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죠. 그래서 별로인가 하면 아닙니다. 잘 빚은 디자인은 크게 바꾸지 않아도 여전히 영향력 있습니다. 볼보 디자인이 그렇죠. 오히려 변화를 위한 변화로 망가뜨리지 않길 바랐습니다. 안 바꿔서 오히려 더 좋아요. 여전히 디자인이 담백하고 질감이 정갈합니다.
이런 볼보 디자인은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하죠. 볼보를, 특히 볼보의 실내를 경험하고 보니 북유럽 디자인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정갈한 디자인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아쉽죠.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탄생했는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S90 리차지 PHEV를 타고 테마 드라이빙을 떠났습니다. 디자인 전문가와 북유럽 디자인과 볼보 디자인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이랄까요. 마침 디자인 전문가인 잡지 선배가 양평에 오두막 같은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다고 해서 거길 목적지 삼아 다녀왔죠. 코스가 좋았어요.
영상으로 보실 분은 클릭!
디자인 전문가라 부른 잡지 선배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대신 잡지 에디터로 활동하며 디자인, 아트, 공예, 건축에 관해 수년 동안 꾸준히 취재해왔죠.
많이 보는 게 최고입니다. 그럴수록 견해는 넓어지고, 식견은 높아지죠. 이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공예+디자인> 잡지 편집장이자 갤러리 클립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각도로 볼보 디자인의 바탕을 얘기해줄 적임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
선배는 북유럽 디자인의 핵심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을 떠올려보면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을 이해하기 쉽답니다.
우선 북유럽은 북구 쪽에 가까워서 겨울이 춥고 길고, 자연이 척박합니다. 이런 환경에 자연스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춥고 긴 겨울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집 밖을 나가면 숲과 호수가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집과 자연, 이 두 가지가 북유럽 디자인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라고 합니다. 특정 디자인이 어느날 툭, 하고 생겨날 리 없죠.
“북유럽 디자인 하면 타임리스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자연친화적 디자인,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이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집에 있는 시간을 떠올리면 다 수렴돼요.”
무엇보다 집이 중요합니다. 북유럽은 겨울이면 해가 일찍 지죠. 그만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뜻입니다. 자연스레 집을 채울 가구와 조명, 주방 등을 신경 쓰게 된 거죠. 팬데믹 시대에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 꾸미고 가전 수요가 폭증했잖아요? 긴 세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온 북유럽 사람들에게 이런 성향은 자연스런 흐름이었을 겁니다.
집에 두고 오랫동안 써야 하는 조건에 맞는 디자인 방향성도 나타났습니다. 화려하기보다 담백한 디자인에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하게 된 거죠. 북유럽 디자인이 간결하다는 평은 이런 흐름 속에 피어난 특징입니다.
“집에 두고도 오랫동안 안 질리고 담백하게 쓸 수 있을 만한 것들. 이런 생각이 북유럽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거죠.”
북유럽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이런 삶의 방식이 중요합니다. 선배는 ‘삶의 철학’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북유럽 디자인이 어떤 한 디자이너의 손에서 발현된 디자인 특징이 아니니까요. 단지 디자인의 특징만을 보기보다 그 바탕에 깔린 삶의 방식,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인 셈입니다.
선배의 말을 들으니 볼보의 인테리어가 더 와 닿았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소재의 질감을 잘 살린 공간이라고 항상 얘기해왔으니까요. 볼보를 운전할 때면 매번 느끼는 지점이기도 해요. 아늑한, 그러면서 고급스러운 응접실에 앉아 쉬는 느낌이 들죠. 약간 과장하면, 운전하는 시간이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 되게 하는 공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대입하면 다 연결되네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선배는 산을 뒤에 두고 정말 오두막 같은 작은 집을 지었습니다. 북유럽 사람들도 집 말고 ‘여름집’이라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선배는 은연중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네요.
“볼보는 담백한 거 같아요. 담백한 디자인이기에 복잡한 도심에도 어울리고, 교외의 공들인 공간 앞에서도 어울리죠.”
선배의 반듯한 오두막 앞에 서 있는 S90 리차지 PHEV가 은근히 어울리더라고요.
도심에서만 봐서 마천루 아래에서 보는 게 제일 어울릴 줄 알았어요. 풀과 나무가 있는 간결한 곳에서도 반듯한 볼보의 외관은 거슬리지 않고 잘 묻어났습니다.
“안 내리고 싶어요. 집 같아서. 나무의 결을 살린 장식과 소리 좋은 오디오 시스템, 편안한 가죽 시트가 편안하게 해주네요.”
선배는 특히 도어트림에서 대시보드, 다시 도어트림으로 이어지는 우드트림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세로로 결이 살아있어서 자연스레 숲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거기에 B&W 오디오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죠.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합니다. 역시 이 부분을 인상 깊게 느꼈다고 해요.
“겉으로 돌출되는 요소에 공들이는 것보다 음향으로 귀를 즐겁게 하고 안락하게 눈을 쉴 수 있게 하는 점이 좋았어요. 차가 집에 있는 시간만큼 좋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네요. 스웨디시 럭셔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요.”
많은 사람이 볼보 모델을 타면서 느낀 부분이기도 하죠. 매번 볼보를 탈 때마다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좋은 디자인은 만지고 싶어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볼보의 인테리어는 보기만 해도 질감이 느껴져서 자꾸 만지고 싶어져요.”
볼보 디자인을 함축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자꾸 만지고 싶어질 만큼 요소요소 질감을 잘 표현했다는 뜻이니까요. 이런 질감 덕분에 볼보는 전체적으로 담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죠.
집에 오래 두고 쓸 물건처럼 볼보 역시 오래 두고 탈 자동차 역할을 할 겁니다. 볼보는 그런 디자인 방향성을 담았어요. 차의 성향도 비슷한 방향성으로 설정했죠.
누군가에겐 더없이 화려한 면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그렇게 드러내기에 좋은 대상이죠. 하지만 또 누군가는 담백하면서 안락하게 오랫동안 함께하길 원할 겁니다. 볼보의 각 모델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성향이겠죠.
이번 테마 드라이브는 이런 볼보의 성격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S90 리차지 PHEV의 풍성한 출력도 느꼈고요. 이런 식의 테마 드라이브를 자주 해봐야겠습니다. 혼자 타는 걸 좋아하지만 같이 타면 또 다양한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럼 다음에 다른 탈것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또 만나요.
*브랜드에서 제공한 시승차와 소정의 제작비를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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